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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9 (수)

[이슈체크] 1.8조 범죄자금 흘러든 가상계좌…PG사 재판매 왜 손보나

은행 통제만으론 한계…재판매 단계서 공백 반복
가맹점 심사·모니터링 의무 부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계좌 재판매를 맡아온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를 직접 규율하기로 했다. 은행 등 계좌 발급기관 중심의 기존 통제만으로는 한계가 확인되면서, 범죄 자금 유입 통로로 지목된 재판매 단계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9일 PG사의 가상계좌 재판매 업무 전반을 규율하는 ‘가상계좌 재판매 업무처리기준’을 마련하고 PG사의 시스템 구축과 내부 절차 정비 기간을 거쳐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가상계좌는 은행 등 금융회사 계좌에 연결된 입금 전용 번호다. PG사는 은행 등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부여받아 가맹점에 다시 제공하고 자금 정산을 대행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맹점 심사와 사후관리 의무가 법령상 명확하지 않아 불법도박, 보이스피싱, 자금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금감원은 2024년 이후 불법행위 연루 정황이 확인된 PG사 14곳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지난해 7월에는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을 일반 쇼핑몰 업체처럼 위장해 가맹 등록한 뒤 가상계좌를 제공한 PG사가 적발되기도 했다. 해당 PG사는 가상계좌 제공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고, 불법 도박 조직 등을 직접 모집 및 관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 수사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가상계좌 4565개를 제공한 PG사 관계자들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해당 계좌에는 1조8000억원 규모의 불법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고, PG사 측은 관리 대가로 32억54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 은행 통제만으론 한계…문제는 재판매 이후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과 상호금융 등 계좌 발급기관 중심으로 가상계좌 내부통제를 강화해왔다. 하지만 은행이 가상계좌를 발급한 이후 PG사가 이를 어떤 가맹점에 다시 제공하고, 해당 가맹점이 실제 어떤 용도로 계좌를 사용하는지까지 들여다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불법조직은 쇼핑몰이나 유통업체 등 정상 사업자로 위장해 PG사 가맹점으로 등록한 뒤 가상계좌를 범죄 수익 집금 통로로 활용해왔다. 반복 입금이 가능한 고정식 가상계좌의 경우 도박머니 충전이나 보이스피싱 피해금 수취에 이용되기 쉽고, 실시간 정산 구조는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 사후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번 가상계좌 재판매 업무처리기준이 PG사의 가맹점 심사와 정산 방식, 자금세탁방지 의무까지 포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은행 단계에서 계좌 발급을 조이는 것만으로는 가상계좌 재판매 이후 발생하는 불법 거래까지 차단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PG사는 가상계좌를 이용하는 가맹점의 실재성, 재무건전성, 사업 목적 적합성 등을 확인하는 세부 심사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가상계좌 이용 현황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며 불법행위가 의심되면 이용 중단이나 계약 해지를 검토해야 한다.

 

가맹점이 다시 하위 가맹점에 가상계좌를 재판매하는 경우에는 해당 하위 가맹점에 대한 관리 체계가 적정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가상계좌가 PG사와 가맹점, 하위 가맹점을 거치며 통제 사각지대로 흘러가던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 고정식 계좌 줄이고 실시간 정산도 제동

 

불법거래 차단 장치도 강화된다. 앞으로 가상계좌는 원칙적으로 일회성 방식으로 발급된다. 반복 입금이 가능한 고정식 가상계좌는 정기 수납 등 목적이 명확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정산 방식도 바뀐다. PG사는 일괄 또는 지연 정산을 원칙으로 해야 하고, 실시간 정산은 내부통제가 우수한 일부 가맹점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불법도박 가맹점의 경우 영업시간 외 새벽 시간대에 실시간 정산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자금 이동 속도를 늦춰 이상 거래를 포착할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자금세탁방지 의무도 PG사에 부과된다. PG사는 가상계좌 이용 가맹점에 대해 고객확인(CDD)을 수행하고, 거래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의심거래가 발생하면 금융정보분석원에 의심거래보고(STR)를 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 기준 도입으로 가상계좌의 범죄 악용 가능성을 사전에 낮추고, 이상 거래 발생 시 신속한 사후 대응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맹점 단계에서 심사와 모니터링이 강화되면 불법 자금 유입과 피해 확산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PG사의 가상계좌 재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개선 실태를 점검하고, 불법·불건전 영업 행위 의심 PG사에는 테마 점검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며 “은행 등 금융회사에도 PG사의 업무처리기준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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