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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칼럼] 인도차이나 반도를 종단하다 (1)하노이와 할롱 베이

 

(조세금융신문=황준호여행작가)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하노이 주변의 풍경은 소박하고 여유롭다. 하노이 시내의 모습도 호찌민에서 보았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프랑스풍의 밀집된 집들이며 일률적인 붉은 지붕, 인력거와 무수한 오토바이들의 행렬 등, 전형적으로 베트남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다. 할롱 베이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거쳐야 한다.

 

‘강이 많은 곳’이란 뜻을 가진 하노이는 고대 베트남의 수도였으며, 월남전 이후 오늘날까지 통일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의 수도로서, 베트남 정치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하노이 역시 200여 년 프랑스 식민지배 시절 영향으로 인해 프랑스풍의 건물과 북부베트남 건물이 혼재되어 있고, 유적지와 유물 등도 이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할롱 베이로 가기 전 시간을 내어 하노이를 둘러본다.

 

베트남 인민의 국부, 호 아저씨 호찌민

‘베트남 국민의 가슴에 독립과 자유만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1966년 발표한 호찌민의 성명서 가운데 한 구절이다. 그는 베트남 국민이 추앙하는 국부이다. 시골 촌로 같은 모습과 남루한 차림으로 일평생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던 호찌민, 그가 공산주의자였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서 이념은 개인적 사상일 뿐 그 이전 국가와 국민이 먼저였다는 사실, 그 사실이 가슴에 절절히 각인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국가와 결혼했다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 간 그가 남긴 유품은 지팡이 하나와 낡은 옷 두 벌, 그리고 몇 권의 책뿐이었다.

 

외국에서 선물로 보내온 전용 차량을 위급한 환자를 위해 구급차로 쓰게끔 한 그의 모습에서 불현 듯 떠오르는 한 생각, “우리는 왜 호찌민 같은 지도자가 없을까?” 남북으로 갈린 것도 모자라 동서로, 이념으로, 학벌로, 갈기갈기 찢겨 저만 살자고 아귀다툼하는 우리의 현실을 볼 때 마냥 부럽기만 할 따름이다.

 

그의 모든 것을 집합해 놓은 곳이 바딘 광장 주변이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있는 레닌 묘역을 본떠 만든 영묘며, 그가 거주했던 소박한 집과 서재, 그리고 그의 유품을 전시해 놓은 전시관 등이 이곳에 모여 있다. 호찌민의 사체는 덩샤오핑, 김일성 부자처럼 방부처리 되어 영구보존 중이다. 그래서 지금도 그의 시신을 약품 처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한다고 한다.

 

 

호아로 수용소와 소 민족 박물관

프랑스의 식민지배 시절, 반정부 인사 등 항쟁하던 베트남인들을 고문하고 감금시키고 사형시켰던 악명 높은 곳이다. 우리나라의 서대문 형무소와 비슷한 이 수용소는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HOA LO 즉, 지옥의 장소로 불리고 있다. 힘없는 국가의 역사는 항상 이렇듯 외세의 먹잇감이 되고 그로 인해 핍박받는 것은 그 나라의 백성들뿐이라는 사실, 역사는 무수히 증명하고 있다.

 

 

수용소 인근에 있는 베트남 소 민족 박물관을 둘러본다.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이어서 지역적으로 약간의 문화와 풍습 차이는 있지만, 완전히 다른 언어, 다른 환경의 민족과 접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베트남은 54개의 소수민족과 그들이 국민의 86%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중국과 비슷한 다문화 국가로 형성된 곳이 베트남이다.

 

팔백 수십 차례 외세의 침략을 받은 우리와 최근에도 제3의 인도차이나 전쟁을 치러야했던 베트남, 2020년 현재 국민의 70%가 젊은이들이라니 얼마나 많은 외침을 당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소 민족 박물관에는 고산족 등 베트남 소수민족들의 삶과 풍습을 엿볼 수 있게 다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할롱 베이 가는 길, 옌뜨산

할롱 베이 가 는 길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1068m의 옌뜨산(安子山)이 있다. 뜨엉더우산(頭像山)이라고도 불리는 이 산에는 베트남 선종 불교를 일으킨 성지 ‘동사원’이 있는데, 베트남 불자들에게는 최고의 불교 성지로 외국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순례도 끊이지 않는다.

 

베트남 불교의 특징은 석가모니 본존불을 모시는 다른 나라의 불교와 달리 깨달음을 얻은 현인을 모두 부처로 모신다. 이곳 동사원에도 천수 천안 관세음보살 외에 “부처가 되어 산을 지키고 있다”는 전설 속 세명의 왕을 부처로 함께 모시고 있다.

 

 

수백 기의 사리탑과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동사원은 “백 년을 좋은 일 하고 도를 닦아도 옌뜨 한번 가보지 못하면 모두 헛일이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베트남사람들에게는 꼭 한 번 들러야 하는 최고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천하제일 절경, 할롱 베이

장자제와 계림, 그리고 할롱 베이는 중국과 베트남을 대표하는 최고의 절경지들이다. 지역적으로는 중국과 베트남에 있으나 카이스트 지형이 산맥처럼 이어져 있다. 이렇듯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명승지 장자제와 계림 그리고 남쪽으로 이어지는 할롱 베이까지, 특유의 카이스트 지형을 깎아지른듯한 기암괴석과 다양한 동굴, 그리고 웅장한 산세를 형성하고 있어 세계 최고의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흘러내린 지형은 통킹(Tonkin)만에 보석처럼 촘촘하게 1600여 개의 섬들을 남기고 방점을 찍는다. 그곳이 바로 하늘에서 용이 내려온다는 하룡(下龍), 베트남의 계림이라 불리는 할롱 베이다. 1600여 개의 섬들은 마치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대첩에서 운용한 학익진(鶴翼陣) 전법처럼 통킹만을 가득 채우며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섬들은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인해 깎아지른 절벽형이 대부분이다. 그 많은 섬이 몇몇 섬을 제외하고 무인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때문에 천혜의 비경은 사람 손을 타지 않았고, 많은 동물과 식물이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오늘날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이곳을 세계가 보존하고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 지난 1994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올렸으며, 제주도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할롱 베이 투어는 섬과 섬 사이를 배를 타고서 구석구석 둘러봐야한다. 맞물리듯 켜켜이 놓인 섬들로 인해 바다는 늘 잔잔하기 때문에 어느 때 찾더라도 둘러보는데 어렵지는 않다. 작은 배를 타고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섬 사이를 오가다 보면 여기가 낙원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섬들은 수천명이 동시에 기거할 수 있는 동굴을 품고 있기도 하며, 썰물 때나 되어야 갈 수 있는 천혜의 요새를 품고 있기도 하다.

 

각양각색의 섬들은 이렇듯 기기묘묘한 자태로 호수 같은 바다 위에 서 있다. 할롱 베이 여행의 절정은 티톱섬 전망대에 오르는 일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비로소 할롱 베이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이곳을 바다의 계림이라 부른다. 그만큼 경관이 뛰어나다는 이야기이고, 눈으로 직접 보면 그 이유가 확연해진다.

 

떠날 때는 일상을 모두 비워내고 떠난 후에는 새로움에 집중하며 돌아올 때는 믹서 잘된 칵테일처럼 마음을 중화하여 오는 게 여행이다. 할롱 베이는 뭍을 떠나오면서부터 뭍 생각을 할 겨를조차 주지 않는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시선을 멈추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아와서도 그 풍경들이 보석처럼 촘촘히 가슴에 박혀 한동안 감흥을 떨쳐내기 어렵게 한다. 할롱 베이가 여행객들에게 전해주는 ‘여행의 참맛’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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