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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칼럼] 그 젊은 날, 성북동 기사식당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90년대 초, 군대에서 제대하고 입사한 첫 직장이 작은 출판사 영업부였다. 당시 출판사 영업부 일은 아침에 출근하여 업무 정리하고 주문 들어온 책 출고한 후 교보문고를 시작으로 영풍문고, 지금은 폐업한 종로서적, 그리고 을지로입구에 있던 을지서적까지 매장을 둘러보는 게 일과였다.

 

연속으로 반복되는 일이 지루할 만도 했는데, 나름의 영업이 재미났던 이유는 책을 맘껏 볼 수 있다는 점과 내근이 아닌 매일 밖으로 돌아다니는 활동적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선배들과 함께 점심 때가 되면 맛집을 찾아 이곳저곳 어울려 다니던 일이 즐거웠었다.

 

내수동 골목뿐만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종로 1가 피맛골 골목을 비롯하여 견지동 일대 식당 골목을 늘 헤집고 다녔고, 때로는 광장시장에서 아바이순대에다 막걸리로 식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수년 동안을 그러고 다녔으니 웬만한 식당들은 두루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시절, 연탄불에 돼지갈비를 구워 주던 성북동 기사식당도 그 무렵에 즐겨 찾던 맛집 가운데 한 곳이었다.

 

 

 

이제는 삼십여 년이나 지났으니 당시 즐겨 찾던 식당들 가운데 대부분 사라진 곳들도 많고 개발에 밀려 이전을 한 곳도 더러 있다. 하지만 성북동 기사식당은 여전히 같은 곳에서 그때의 맛을 유지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러 식당 가운데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이유는 이 집만의 독보적인 맛 때문이었다. 한때 편식이 심했던 내 입맛에 연탄불로 직화하여 내놓는 돼지갈비는 다행히 잘 맞았고 해서 자주 찾다 보니 30여 년 넘은 지금까지 생각날 때마다 찾는 단골집이 되었다.

 

떠도는 말 가운데 기사 식당에 택시가 항상 북적이는 곳이라면 무조건 믿고 가도 된다는 얘기가 있다. 성북동 돼지갈빗집은 서울에서 익히 소문난 기사식당이다. 이 집에서는 질 좋은 국산 고기를 들여와 양념 숙성 후 연탄불에 구워 1인분씩 개인별로 내놓는다.

 

 

 

찬으로 나오는 무친 마늘이며 젓갈, 그리고 쌈 재료까지 국산 가운데서도 품질 좋은 것으로만 고집한다. 특히 고기를 연탄불에 직화로 구워 내니 특유의 훈향까지 가미되어 맛은 배가 된다. 또한 곁들이는 쌈과 마늘 무침, 그리고 직화 고기와 시원한 조갯국이 한데 어우러지며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이러한 맛의 조화가 오랫동안 기사식당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여전히 성업 중인 까닭이다.

 

요즘에는 사는 곳이 강 건너 동네다 보니 거리가 멀어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불현듯 생각나면 여전히 한달음에 달려가기도 한다. 갓 지은 밥에 알싸한 마늘 무침과 불향 가득한 돼지고기 한 점을 싱싱한 상추에 얹어 먹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그 맛을 잊지 못해서다. 익숙한 묵은 그 맛 뿐만 아니라 이곳에 오면 삼십여 년 세월의 아련한 추억들 역시 되살아난다.

 

아이들이 자라오던 모습도, 파릿파릿하던 내 모습도, 그리고 소식 끊긴 옛 동료의 아련한 얼굴도 이곳에 오면 다시 떠올라 추념에 젖어든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눈 깜빡할 사이 흘러버린 세월 속에 이십 대의 젊었던 청년은 어느덧 중년이 되었고, 아이들은 성장하여 제 갈 길을 찾아가고 있다.

 

조만간 아이들과 함께 성북동을 찾아가 봐야겠다. 아이들이 나처럼 지난 시절을 기억해 낼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맛있게 먹었던 돼지갈비 그 맛은 잊지 않았을 거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성북동 둘러볼 만한 곳

 

한양도성

전체 길이 18.6km에 이르는 한양도성은 조선왕조 도읍지인 한성부를 방어하기 위해 1396년 태조 임금 때 축조된 성이다. 한양도성에는 흥인지문‧돈의문‧숭례문‧숙정문 등 사대문과 혜화문‧소의문‧광희문‧창의문 등 사소문을 두었었으며, 500년 조선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해온 서울의 대표적 유물이다. 하지만 근대에 이르러 일제에 의해 문루와 성벽, 성문 등이 헐리거나 훼손되었다. 다행히 광복 후 1968년부터 복원작업을 시작하여 지금은 온전하게는 아니지만 성곽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게 복원되었다.

 

 

한양도성은 크게 백악구간, 낙산구간, 남산구간, 인왕구간 등 4구간으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성북동을 지나는 구간은 백악구간으로 순성길 가운데 조망과 전망이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다. 기사식당에서 서울과학고 방면으로 2~300여 미터 내려오면 성북역사 문화공원이 있고 그 뒤쪽으로 성곽길이 조성되어 있다.

 

역사 속 인물들 가옥 둘러보기

적당한 산과 계곡이 어우러져 살기 좋은 곳으로 오래전부터 많은 명문가들이 터를 잡은 성북동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거주지였던 심우장(尋牛莊)을 비롯하여 미술평론가로 활동했던 혜곡(兮谷) 최순우 가옥, 소설 『달밤』 『돌다리』 등을 발표한 소설가 상허 이태준 가옥 등이 남아있다.

 

 

 

 

길상사

한때 서울의 최고급 요정을 운영했던 김영한 보살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하여 화제가 되었던 대원각 자리에 1997년 새롭게 들어선 곳이 길상사다. 지금은 불교의 대표적 사회운동으로 자리매김한 “맑고 향기롭게”의 근본 도량이기도 하며, 경내에는 200여 년에 이르는 보호수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크고 울창하여 볼 만하다.

 

[프로필] 황준호(필명: 黃河)

•여행작가

•(현)브런치 '황하와 떠나는 달팽이 여행' 작가

•(현)스튜디오 팝콘 대표

•(현)마실투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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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상속세제 개편 논의 이어가야
(조세금융신문=이동기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 국회는 지난 12월 2일 본회의를 열어 법인세법 개정안 등 11개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중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일부 조문의 자구수정 정도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개정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앞서 지난 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피상속인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하는 현재의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인 각자가 물려받는 몫에 대해 개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상속세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상속세제가 그동안 낮은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과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세율, 또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부동산가격의 상승과 물가상승률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낮은 상속공제액 등으로 인해 상속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상속세제 개편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재부가 2025년 3월 ‘상속세의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유산취득세 방식의 상속세제 도입을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관련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됐다. 이 무렵 정치권에서도 상속세제 개편에 대한 의견들이 경쟁적으로 터져 나왔었는데,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