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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5 (수)


20년만에 밀가루 담합 '가격 재결정' 나선 공정위…업계 관심사는?

전원회의 심의·의결 과정서 '가격 재결정' 관련 인하 비율 등 가이드라인 제시도 가능
지난 2006년 공정위 '가격 재결정' 명령 등에 제분사 불복 소송 제기했으나 패소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CJ제일제당,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등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가 있는 7개 제분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하면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가 20여년만에 7개 제분사를 상대로 ‘가격 재결정’ 명령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06년 공정위는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8개 제분사(CJ·대한제분·동아제분·한국제분·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영남제분)에게 과징금 총 434억여원과 함께 ‘가격 재결정’이 포함된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일부 제분사는 공정위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업계는 ▲향후 전원회의에서 7개 제분사에 대한 ‘가격 재결정’ 명령이 최종 승인될지 ▲‘가격 재결정’ 명령이 내려진다면 과거 조치와 어떤 점이 다를지 ▲7개 제분사들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불복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 등에 주목하고 있다.

 

◇ ‘20년 전 패소 악몽’에 제분사 고민 깊어져

 

지난 2006년 3월 20일 공정위는 8개 제분사가 2001년 1월부터 2006년 2월까지 6년여동안 밀가루 공급물량을 담합하고 5차례에 걸쳐 가격을 담합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공정위는 “제분사들이 지난 6년간 밀가루 공급물량 및 가격을 조직적으로 담합한 결과 밀가루 가격은 2000년말 이후 계단식 상승 패턴을 보여 왔다”며 “실제 2000년 1월 대비 밀가루 생산자물가의 인상률은 약 40% 수준으로 공산품 평균(약 1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8개 제분사에게 과징금 총 434억1700만원을 부과하고 법 위반 사실 공표 및 시정명령을 내렸다. 특히 이례적으로 ‘담합으로 올린 가격을 다시 내리라’는 취지의 ‘가격 재결정’ 명령을 시정조치에 포함시켰다.

 

이에 불복한 일부 제분사들은 같은해 4월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첫 재판부터 법원은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공정거래 사건은 기존 3심제 사건과 달리 서울 고법에서 대법원으로 진행하는 2심제인데 첫 재판에서 서울 고법은 제분사들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했다.

 

2008년 3월 27일 서울 고법은 “제분사 영업 임원들이 수시로 만나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논의한 사실이 인정되며 암묵적 합의도 담합에 해당한다”고 선고했다.

 

다만 서울 고법은 이중 일부 중견 제분사에 대해선 “담합 가담 정도에 비해 과징금 산정이 과하다”며 과징금 액수를 다시 정하라는 일부 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 제분사들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2010년 5월 27일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고 이에 따라 8개 제분사에 대한 434억여원의 과징금과 ‘가격 재결정’ 명령 등이 포함된 시정조치도 최종 확정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공정위가 내린 ‘가격 재결정’ 명령과 관련된 판례가 이미 만들어진 상황에서 제분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시대가 한참 바뀐 만큼 추후 전원회의에서 ‘가격 재결정’ 명령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돼 나올지도 변수”라고 전했다.

 

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반시장적 담합 행위의 영구 퇴출까지 거론한데 이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밀가루 가격의 인하폭을 10% 수준이 합당하다고 언급하는 등 정부당국 최고위층의 발언들도 제분사들에겐 상당히 부담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공정위 “‘가격 재결정’, 특정 기업 타겟 아냐…시정조치 운영지침 근거로 결정”

 

전원회의에서 7개 제분사들을 대상으로 한 ‘가격 재결정’ 명령을 최종 승인할지 여부가 업계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가격 재결정’ 명령이 실행되더라도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가격 재결정’은 다수 기업들이 모여 담합해 결정한 기존 가격을 파기하고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가격을 다시 결정하도록 하는 조치”라며 “즉 원자재 가격, 인건비, 수익성 등으로 고려해 담합에 참여했던 개별 기업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재산정하라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격 재결정’ 명령이 어떻게 나갈지는 전원회의 판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며 “단순히 담합에 참여한 각 기업을 상대로 자율적으로 가격을 재결정하라 할 수 있고 위원회에서 가격 인하 비율, 가격 산정 범위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있다. 과거 지난 2006년 당시에는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제분사들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다시 결정하도록만 지정 명령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조세금융신문’은 공정위의 ‘가격 재결정’이 제분·제당사 등과 같이 생필품 업체들의 담합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하는지 여부도 문의했다.

 

이에 이 관계자는 “특별히 대상을 따로 정해놓고 행하지 않으며 공정위의 시정조치 운영지침상 규정된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기준을 근거로 판단해 ‘가격 재결정’ 명령 여부를 검토한다”며 “‘가격 재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전달하면 이후 전원회의를 통해 ‘가격 재결정’ 조치가 최종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담합 행위 참여 기업에 대한 ‘가격 재결정’ 명령이 실제 이뤄지는 시점은 대략적이라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가격 재결정’ 명령 의견 등이 담긴 심사보고서 받은 기업들이 법률 자문 후 각종 의견서를 전원회의에 제출하는데 8주가 소요되는데 이 과정에서 대다수 기업들은 방어권 행사를 위해 기간 연장을 요청한다. 또 공정위-기업측이 참여한 전원회의 심의·의결 과정에도 상당 기간 소요되며 이후 불복한 기업들의 행정소송까지 더해지기에 ‘가격 재결정’ 명령 시점 예측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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