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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재정건전성 고집?…기재부의 '답정너' 여론조사 논란

인터넷 조사, 표본부터 객관성 확보 어려워
전문용어 덕지덕지…알아들을 사람만 응답해라?
질문 내 답에 대한 전제 내포…응답 편향 우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국민 살림은 더욱 양갈래로 벌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3일 발표한 ‘매출 100대 기업의 2020년 영업실적 및 지출항목 특징’에 따르면, 운송업(697.5%), 전기전자(72.1%), 음식료업(21.4%) 등 6개 업종은 코로나 19에도 영업이익이 상승했지만, 정유업(―205.0%) 조선업(―196.7%) 등 8개 업종은 실적하락에 부딪혔다.

 

씀씀이에서도 격차가 드러난다.

 

민간소비지출은 지난해 4분기 –1.3%에서 올 1분기 1.2% 증가로 선회했지만, 2019년 동기대비 민간소비는 –0.5%로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사치품 소비는 많이 늘어나 명품 업체들이 올해만 다섯 번 가격 인상을 했는데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에 놓였다.

 

반면,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0%로 –4.7%인 선진국 평균보다 월등히 앞서며, 연내 3% 중반에서 4%대까지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금 우리는 나랏돈을 더 써야 하는 때일까, 아니면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때일까.

 

기획재정부가 오는 30일까지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를 통해 ‘2022년도 재정정책 방향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내년도 나랏돈을 더 써야 하는지, 덜 써야 하는지.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할 지에 대한 질문이다.

 

기재부는 그간 나랏돈 지출 확대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건전성을 표어로 나랏돈 지출 확대를 경계해왔고, 안도걸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해 10월 기재부 2차관 자리에서 나랏돈 지출 확대를 될 수 있으면 줄이는 ‘재정준칙’을 만든 주역이다.

 

정부 재정에 대해 논란이 수년간 불붙자 기재부에서는 사상 최초로 국민 여론 수집에 나섰다.

 

 

◇ 우리 편, 여기 붙어라

 

나랏돈은 개인이 돈 쓰는 것과 정반대로 쓴다. 개인은 어려우면 저축, 잘 되면 지출이지만 나라는 호황일 때는 씀씀이를 줄여 경기과열을 막고, 경제 상황이 안 좋으면 씀씀이를 늘려 국가경쟁력 육성‧취약계층 지원에 나선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기재부의 여론조사는 기재부가 의도대로 응답자가 답할 수 밖에 없는 ‘답정너’ 방식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설문조사는 설문조사 대상을 뽑는 것에서 시작과 끝이 결정된다.

 

만일 연예인이 자신의 전국구 인기를 알아본다며 자기 팬클럽에만 설문조사를 한다면 답은 볼 필요가 없다. 자신에게 유리한 답만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구 인기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성별, 연령, 지역 등 전국을 대표할 만한 사람을 고려해 조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잘 고른 응답자 1000명 정도면 전 국민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본다.

 

 

기재부가 택한 조사방법은 인터넷 설문조사다.

 

게다가 국가 재정이란 어려운 주제를 두고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를 찾아 질문지에 응답할 정도면 적지 않은 적극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관련 뉴스에도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국민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사례로 뉴스포털에서 ‘정부 재정’으로 검색해서 나온 관련 뉴스 14건 중 나랏돈 씀씀이(정부 재정)를 줄여야 한다는 뉴스는 13건이었고, 씀씀이를 늘려야 한다는 뉴스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인터넷 공간은 자기 입맛에 맞는 편중된 정보소비가 이뤄지는 데, 그나마 대표적 정보창구인 뉴스채널에서 정보편향성이 두드러진다면, 이는 응답자의 대표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한쪽으로 정보가 쏠려 있어도 해당 정보가 맞는 것이라면 정보 편향도 괜찮은 거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현대 사회 문제는 O, X 질문지가 아니며, 외골수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해결 능력이란 지금 상황에 맞는 수단이 무엇이냐를 고르는 판단력을 말하는데 외골수는 상황에 따라 수단을 고르는 게 아니라 수단에 따라 정당성을 판별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재부 설문조사만이 아니라 인터넷 설문조사 공통의 문제인데, 통상의 여론조사기관들은 인터넷 조사를 주된 조사방법으로 쓰지 않는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설문조사는 해당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무작위 추출이 아닌 탓에 전 국민을 대표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볼 수 없다”라고 전했다.

 

기재부 설문조사의 불편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번 문항부터 총지출 증가율, 통합재정수지, 적극적 재정, 인플레이션 우려, 지출증가속도 등 일상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조사방법론’ 서적에서는 이런 식으로 설문지를 만들면 특정 집단만 답변에 응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전 국민의 의견을 묻겠다며 전문 용어를 쓰는 것은 어불성설인 셈이다.

 

 

◇ 둘 중 뭐가 좋아? 근데 왜 좋니?

    기재부의 수수께끼

 

12문항의 기재부 설문조사 중 2~5번은 지금 어디다 돈을 써야 하나, 12번은 지방재정에 대한 개인 주관을 묻는 질문이다. 12문항 중 그나마 짜장면과 짬뽕처럼 성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1번과 7~9번은 나랏돈 씀씀이를 늘려야 하느냐, 줄여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며, 10~11번은 나랏돈을 덜 쓰는 방법(재정준칙)이다.

 

그런데 1번과 7~9번. 10~11번 질문에 대해서는 자기 주관대로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은 한번 선택을 하면 뒤에서 자신의 선택을 바꾸기 어렵다.  기재부 설문조사는 1번은 기재부는 코로나 19를 극복하지 못했으니 나랏돈 씀씀이를 늘려야 하느냐 아니면 물가상승으로 나랏빚이 늘어나니 돈 씀씀이를 줄여야 하느냐를 묻고 있다.

 

그런데 기재부 배경설명은 얼마나 정부 씀씀이와 나랏빚이 늘었는지만을 설명하고, 현재 코로나 19 지원을 위해 왜 나랏돈을 써야 하는지는 전혀 설명이 없다. 빚 늘어나는데 경제 운운하며 지출 늘릴 거냐고 물어보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추가적인지식이나 의견이 없다면 지출을 더 늘리자고 말하기가 어렵다.

 

 

7~9번에서도 같은 방식이 사용된다.

 

7~9에서는 배경설명으로 ‘코로나 19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돈은 덜 쓰고도 경제회복이 더 빠르다. 다만, 나랏빚이 50% 후반에 다다르고 고령화 등 돈 쓸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란 설명을 먼저 제시한다.

 

그다음 7번에서는 정부가 돈을 잘 썼는가, 8번에서는 더 써야 하는가, 그만 써야 하는가, 9번에서는 덜 쓰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느냐를 묻고 있다.

 

7번에서는 나랏돈 씀씀이가 적절했는지, 부족했는지, 너무 많이 썼는지 등 정부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배경설명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돈은 덜 쓰고도 경제회복이 더 빠르다’라고 강력한 단서를 주었기에 배경설명 외 지식이 없으면, 부족하게 썼다는 답을 하기 어렵다.

 

나랏돈 씀씀이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줬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기재부는 나랏돈을 잘 썼다는 지표로 경제성장률 하나만을 제시했는데, 재정정책의 목적은 경제성장률 하나만이 아니다. 경제성장의 수혜는 하위계층일수록 잘 돌아가지 않으며, 따라서 재정정책에는 중산층 양성, 취약계층 지원(세금의 소득재분배)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기재부 설문지에는 중하위계층 피해완화나 장기추세선 상 양극화 흐름 등에서 대한 설명은 없다. 

 

8번에서는 선택지 구성이 편향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 설문조사에서는 긍정-보통-부정 등 3점 척도를 쓰거나, 강한 긍정-긍정-보통-부정-강한 부정 등 5점 척도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기재부 설문조사에서는 돈 썼지만 나라 곳간이 건전하다(긍정), 관리가 필요하나 양호하다(보통), 경계가 필요하다(부정). 매우 위험하다(강한 부정)만을 제시한다. 긍정 1, 보통 1, 부정 2으로 선택지를 슬쩍 부정 쪽으로 몰은 것이다. 

 

 

9~10번 문항에서는 응답자의 성향에 따라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질문구조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김이 모락모락 하게 데운 맥주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본 후 뒤에 몇 도에 맥주를 데우는 게 맛있느냐고 묻는다면 이상한 설문이 될 것이다.

 

그런데 기재부 설문조사는 7, 8번에서는 나랏돈 지출을 늘려야 하는가 줄여야 하는가를 묻고는 9번에서는 나랏빚을 늘리지 않거나 줄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10번과 11번에서도 10번에서는 재정준칙(나랏빚을 되도록 늘리지 않는 기준)이 좋은지 나쁜지를 묻고는 11번에서는 재차 좋은 재정준칙이란 무엇인지를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 질문지 작성‧검수, 편향 없었나

 

재정건전성에는 나랏돈을 ‘지금’ 쓰면 안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재정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돈을 더 쓸 때인가, 더 쓰지 말아야 하는 때인가 등 때(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중요하지 수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판단을 할 때 나랏돈이 해야 할 역할을 무엇이며, 목표로 하는 미래는 무엇인지 답을 할 필요가 있다.

 

기재부는 이 설문조사 시행을 여론조사 기관에 맡겼지만, 질문지 자체는 각 질문을 담당하고 있는 소관 부서가 작성했다. 해당 질문에 대한 검수는 기재부 자체 검수로 확인됐다.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들은 대체로 이러한 설문조사에 대해 할 수 있는 조사라고 하면서도 이 질문 형태가 ‘편향된 점이 없는지, 좋은 설문조사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여론에서 국가 재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생각을 듣기 위해 이 조사를 진행했으며,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문제점을 보완해 추후 국민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듣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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