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9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기상청 제공

[예규·판례] 대법 "세무사는 '상인' 아니므로 직무 채권 10년간 유효"

"고도의 공공·윤리성 요구…상인 영업활동과 본질적 차이"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세무사는 '상인'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은 10년 동안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풀빌라 소유주 A씨가 "세무사 B씨의 용역비 강제 집행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인인 호텔업주 C씨의 제안으로 관광지 풀빌라를 사들여 2014년부터 C씨에게 빌려줬다.

 

C씨는 A씨의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풀빌라 운영을 하면서 A씨에게 임대료를 줬다. 또 A씨에게서 받은 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해 A씨 대신 풀빌라 관련 세금 신고 업무도 했다.

 

세무사 B씨는 C씨의 위임을 받아 26015∼2017년 A씨의 풀빌라 세금 신고를 담당했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세무 대리 용역비를 청구했고 429만원을 받아낼 수 있다는 법원 명령도 얻어냈다. 이에 A씨는 이 돈을 강제집행해서는 안된다며 2020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가 세무사 B씨와 세무 대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용역비를 줄 수 없다고 했지만, 2심은 두 사람 사이에 세무 대리 계약이 체결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변호사·변리사·공증인·공인회계사·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이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정한 민법 162조를 유추 적용해 A씨는 청구액 429만원 중 44만원만 B씨에게 주면 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세무사의 직무 대가는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아니라 10년의 일반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까지 지급 의무가 없다고 본 385만원까지 A씨가 B씨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법상 '상인'에게 보장되는 5년의 소멸시효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는 세무사법의 규정에 비춰 보면 세무사의 활동은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면서 "세무사 직무와 관련해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해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해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요청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세무사를 상법상 상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규정지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은 민법 162조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올해 6월에도 유사 소송에서 "의사라는 직무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된다"며 의사 역시 상법상 '상인'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를 남긴 바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시론] 이재명 vs 김문수, 조세정책의 길을 묻다
(조세금융신문=안경봉 국민대 명예교수,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2025년 대선을 앞두고 조세정책은 단순한 세금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철학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세금은 사회계약의 이행 수단이며, 공공서비스의 재원일 뿐 아니라 미래세대와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각 후보의 조세 비전은 중요한 정책 선택의 기준이 된다. 이재명 후보는 ‘조세 정의’와 ‘보편 복지’를, 김문수 후보는 ‘감세와 시장 자율’을 중심 기조로 내세운다. 이처럼 상반된 철학이 세금 정책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유권자에게 실질적 판단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 분배 정의와 조세 환류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 금융소득 통합과세, 디지털세, 탄소세 등 자산과 환경에 기반한 새로운 세목의 신설 또는 기존 세목의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과세를 통해 형성된 세수를 ‘조세환급형 기본소득’ 형태로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환급함으로써, 소득 재분배와 소비 진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금융소득 통합과세는 기존의 분리과세 방식을 폐지하고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을 종합소득에 포함시켜 누진세를 적용함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