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기상청 제공

[현장취재] “자료는 줄이고, 신뢰는 높이고”…관세청 개편안에 실무 현장 ‘속도조절’ 주문

관세청, 7월 '과세자료 일괄제출제도' 시행 앞두고 실무자 대상 설명회
관세사, 기업들..."TP자료 부담, 정보보안 등 추후 시스템 보완 필요"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과세가격이 정확하게 신고돼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반복되는 자료 제출과 미흡한 검증 탓에 결국 조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계속돼 왔습니다.”

 

28일, 서울본부세관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과세가격 신고자료 일괄제출 제도 설명회’에서 손성수 관세청 심사국장은 이같이 말하며, 새로운 제도의 도입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제도 개편이 단순히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신고의 신뢰성과 납세자 중심의 관세행정으로 구조를 전환하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조사 전에 자료 본다”…조사 구조 자체 바꾸는 첫 시도

설명회 모두발언에서 손성수 심사국장은 기존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과세자료 제출은 법상 의무임에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자료 없이 단순 신고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관은 사후에 조사에 착수해 신고의 진위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는데, 이는 기업에도 부담이 크고, 조사 인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번 제도 개편은 이러한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기획됐다.

 

손 국장은 “앞으로는 조사를 착수하기 전에 먼저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조사 자체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한 기업에게는 수년간 조사에서 제외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반대로 자료 제출을 회피하거나 불성실한 기업은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 1회 제출로 행정부담 완화”…성실기업엔 혜택도
개편안의 핵심은 단순명료하다. 동일한 거래 조건으로 반복되는 수입의 경우, 최초 한 건에 대한 자료만 제출하면 되고, 이후 수입신고서에는 기존 신고번호만 기재하면 된다.

 

이로써 매번 같은 자료를 제출해야 했던 기업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세관도 제출 자료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선별적 조사가 가능해진다.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AEO)나 특수관계자 사전심사 대상(ACVA) 업체가 직전연도 기준 납부세액이 5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은 자료 제출 의무가 면제된다.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는 기업에게는 세액심사와 조사를 면제하고, 월별 납부 등 기존 납세 혜택도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 자료를 반복적으로 제출하지 않거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납세유예 제한, 담보 요구 강화 등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밝혔다.

 

 

“TP보고서 제출? 기업엔 민감한 자료”…실무현장선 부담 우려
설명회 후반부로 갈수록 기업과 관세사의 질문이 잇따랐다. 한 관세사는 “이전가격(TP) 보고서나 내부거래 산정 자료는 회계법인이 작성한 민감한 문서로, 외부 제출 자체가 기업과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연 1회 제출이 과도한 요구가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시스템적으로 동일 거래 반복 여부를 자동으로 인식하기 어렵고, 자료의 전산 연동이 불완전한 상황에서 제도가 성급히 시행되면 오히려 실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김용익 심사정책과 사무관은 “제기된 보안 문제와 시스템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시행 전까지 보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과세자료 항목을 체크박스 방식으로 전환해 시스템이 자동으로 자료 제출 여부를 판별하도록 설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사무관은 특히 “TP보고서는 해당 거래에 한정해 선택적으로 제출할 수 있으며, 제출이 곤란한 경우에는 지연제출 사유서를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자료를 실제 신고서에 첨부하지 않더라도, 기 제출한 신고번호만 명확히 기재하면 통관 자체에는 지장이 없다”며, 기업들이 우려하는 통관 지연 가능성을 일축했다.

 

 

관세사 역할도 변화…“오류를 조기에 걸러주는 게 관세사의 책무”
손 국장은 이번 개편이 관세사의 역할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세자료를 관세사가 먼저 검토하고, 기업의 신고 오류를 조기에 수정해 주는 구조로 간다면, 기업은 5년치 추징을 피하고, 관세사는 기업과 세관 사이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시 개정은 7월…6월 중 추가 설명회도 예정
관세청은 오는 7월 중 관련 고시 개정을 마무리한 뒤, 9월 1일부터 개편된 제도를 정식 시행할 예정이다. 김용익 사무관은 “6월 중 1~2차례 추가 설명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며, 제도 시행 이후에도 실제 운영 결과를 분석해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납세자의 책임을 경감하고 신고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관세청의 과세자료 제출제도 개편 설명회에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제도 정착을 위한 보완 과제도 제기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특히 이전가격보고서(TP자료) 제출 부담, 전산 시스템 정비, 내부 정보 노출 우려 등이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되며, 향후 제도 안착을 위한 핵심 개선 과제로 떠올랐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통화 주권 넘보는 스테이블코인, 한국은 준비됐는가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한국 정치가 마침내 디지털 자산에 손을 댔다. 그것도 단순한 규제 강화를 넘어서 산업 진흥과 생태계 육성까지 겨냥한 ‘판 뒤집기’ 수준의 입법이다. 10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제도화 시도다. 법안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정의 정립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금융위원회를 통한 인가·등록·신고제 도입 ▲스테이블코인 사전 인가제 ▲불공정거래 금지 및 이용자 보호 ▲자율규제기구 설립 등을 담았다.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 ‘한국형 디지털금융 패러다임’의 설계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이다. 현행법상 민간의 원화 기반 디지털 자산 발행은 법적 공백에 놓여 있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법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준비금 적립, 도산 절연, 환불 보장 등 안전장치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통화 주권을 관리하는 한국은행에는 꽤나 위협적인 메시지다. 민 의원은 이 법을 “규제가 아니라 가드레일”이라고 표현했다. 규제를 통해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