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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주소지 달라도 동거사실 입증되면 동거주택 상속공제 적용

[사진=내부자료]
▲ [사진=내부자료]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주민등록표상 주소지가 달라도 동거사실이 입증되면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행정심판이 나왔다.

 

조세심판원은 지난 10일 청구인 A씨가 송파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경정청구 심판에서 상속재산 시가 판단에 세무서 측 손을 들어주되, 동거주택 상속공제는 청구인 손을 들어줬다.

 

청구인은 2022년 6월 30일 87세의 노모가 세상을 떠남에 따라 노모가 거주하던 송파구 아파트를 상속받고 땅은 공시지가와 건물은 공시가격으로 신고했다.

 

상속세는 시가 신고가 원칙이나 시가를 알아볼 만큼 비교할 대상이 없을 때는 토지는 공시지가, 건물은 공시가격으로 대신 신고할 수 있는 보충적 평가방법을 두고 있다.

 

청구인은 상속세 신고 후 자신과 배우자가 노모와 같이 살았으므로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신청했다. 그 증거로 노모가 2015년 치매 판정을 받아 생활에 반드시 보호자가 필요한 점, 아파트 입주자 명부에 노모 집에 자신이 등록돼 있다는 점, 상속주택 아파트 입주자 명부에 자신의 차량이 등록돼 있다는 점, 청구인과 청구인 배우자의 카드값 등 우편물 수취소가 노모 아파트라는 점을 제시했다.

 

송파세무서 측은 상속 아파트 공시지가‧가격은 시가와 너무 차이난다며 2020년 12월 26일 시점에서 상속 아파트와 공시가격이 같았던 해당 단지 내 아파트 매매사례가격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추가 납부하라고 통지했다.

 

송파세무서는 청구인과 노모 간 주소지가 전혀 다른데 어떻게 동거주택 상속공제가 가능하겠냐며, 동거주택 상속공제도 거부했다.

 

청구인의 주소지는 노모 아파트에서 불과 100미터 떨어진 곳에 있고, 아파트 입주자 명부 내 차량이나, 청구인 이름, 우편물 수취는 청구인이 편의상 등록했을 뿐 명확한 동거 근거로 볼 수 없다고 이유를 붙였다.

 

또한, 청구인과 그 배우자가 치매 노모를 모셨다고 해도 자녀가 12살, 8살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을 두고 노모와 같이 살았겠느냐며, 노모 아파트와 청구인의 주민등록상 주택과 10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니 노모 집에 잠시 들러 간병하고, 생활을 자기 집에서 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청구인은 상속가액에 대해선 송파세무서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매매사례가격은 집값 급등기에 거래가 이뤄진 거라서 너무 가격이 높고, 2년 전 가격이라서 시차 간격이 너무 크다고 거부했다. 굳이 상속 아파트 시가와 비교대상으로 삼으려면 상속개시 1년 후에 매매가 된 단지 내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이 제시한 아파트는 집값 하강기에 매매가 된 것이라고 송파세무서가 기준으로 삼은 주택보다 훨씬 싸게 팔렸고, 공시가격도 5% 정도 초과 차이가 났다.

 

동거주택 상속공제 거부에 대해선 상시 보호가 필요한 치매 노모를 어떻게 왔다갔다하며 간병하느냐고 반박했다.

 

심판원은 상속가액에 대해선 송파세무서 판단이 맞다고 보았다. 상속세 시행규칙 제15조에 따르면, 상속주택의 매매사례가격으로 비교하려면 공시가격이 5%를 초과하여 차이가 나버리면 비교대상으로 쓸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거주택 상속공제는 청구인 말대로 적용해주라고 판단했다. 치매 노모가 2003년 송파구청에서 장애인증을 받았고, 2015년 치매진단을 받았고, 2013년과 2015년 고관절 수술을 받았고, 2022년 사망 시점에서는 87세 고령이고, 생활에 필요한 경제활동을 전혀 할 수 없어서 생계와 보호 모두 가족의 부양이 필수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송파세무서는 100미터 떨어진 청구인 주소지에서 청구인과 배우자가 노모 집을 오가며 모셨을거라고 하지만, 청구인 주소지는 임차주택에서 네 명이 살기에는 너무 비좁고, 거동도 불편한 치매 노모 곁에 누군가 상시 있지 않으면, 화장실도 가기 어려운 상황임을 볼 때 주민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동거 사실이 인정된다고 결정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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