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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취재-저출생] 자녀, 가족 생각을 지우는 한국…저출생 초격차 1위의 비결

한국, 초고속성장→소비 유지하려 일중독→결혼, 자녀 생각할 겨를 없는 일상 다반사
“미디어가 오락, 소비만 부추겨”…각국 패널들 저출생극복 위한 미디어의 역할 강조
곽금주 교수 “자녀 키우면 다중작업・대인관계・집중력・인내심・전략적사고 등 강해져”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국가별 실제 출산율 차이는 각국(여성)의 희망출산율(desired fertility)과 거의 90% 유사하며, 따라서 그 차이는 희망출산율 자체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 란트 프리쳇(Lant Pritchett), <희망출산율과 인구정책의 영향(Desired Fertility and the Impact of Population Policies), 1994년>

 

낮은 출산율은 지구촌 전체의 일반적인 경향이며, 떨어지는 합계출산율(TFR)이 상승세로 역전된 나라는 아직까지 지구상에 없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한중일 등 아시아 선진국들이 모여있는 동아시아 전체가 상당한 출산율 감소를 겪고 있으며, 동남아시아국가들 역시 지난 2021년 지역 평균 합계출산율이 인구가 유지되는 수준인 대체출산율(2.1명) 아래(2.05)로 떨어져 출산율 비상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알렌 응(Allen Ng) AMRO(ASEAN+3 거시경제연구소) 거시경제 감시 그룹장(아래 사진)은 ‘아시아 저출생 원인과 대응방향 모색’을 주제로 오는 11월7일(서울 현지시간) 대한민국 국회에서 열리는 국제세미나 발표문에서 “경제개발 수준이 높아질수록 TFR은 계속 감소하고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대체출산율(2.1명) 수준으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오기형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조세금융신문이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후원했다.

 

 

 

 

알렌 응 그룹장은 AMRO 데이터와 연구성과를 토대로 작성한 ‘인구통계학 긴급현안(The Demographic Imperative)’이라는 주제발표문에서 한국・일본・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으로 구성된 국제기구 ASEAN+3 회원국들의 출산율과 평균수명, 고령화 추세 및 전망, 관련 정책을 이번 세미나에서 발표한다.

 

출산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구조 ▲종교적 신념 ▲경제적 번영 ▲도시화 ▲피임 접근성 등을 통해 큰 충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가족 중시 문화와 규범으로 2005년 합계출산율 1.4에서 2021년 2.7명으로 역전한 일본의 나기(奈義) 마을 사례도 소개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아시아 각국 전문가들이 나와 각국의 경제발전국면과 역사, 문화, 정치, 법제 등 고유의 상황에 따른 사회심리와 문화, 종교, 세대차이, 가족 등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저출생 해법을 모색한다.

 

미키토 마수다(Mikito Masuda) 고마자와(駒澤)대학교 교수(경제학)는 세미나 준비팀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풍요로워지면 내 아이의 질을 높이려 자녀 수를 줄이기 때문에 출생율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암로 알렌 응 그룹장과 같은 맥락이다.

 

마수다 교수는 “젊은 남녀가 함께 지낼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면 결혼 결심도 더 쉬울 것이고, 더 많은 결혼은 더 많은 자녀출생을 보장한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젊은 여성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탈바꿈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성 역할 의식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일본 전국 2위인 미야자키현의 낮은 집세와 교육비가 비교적 높은 출생율의 비결임을 입증한 실증연구를 소개했다. 알렌 응 그룹장이 사례로 든 나기 마을과 같은 ‘마을 교육’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팜 민 투이(Pham Thi Minh Thuy) 호치민 국립정치아카데미-지역정치아카데미 교수는 사전 인터뷰에서 “베트남 인구가 지난 2023년 4월 중순 1억 명을 넘어섰지만, 2022년 2.01명이던 베트남의 합계출산율이 2023년 들어 1.95로 떨어졌으며, 2069년에 인구증가율이 0이 돼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팜 교수는 “베트남에서는 자동화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실업률이 급증했다”면서 “괜찮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고,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일자리 유지를 위해 재교육에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남아선호사상’과 부부간 성역할의 불평등, 이혼여성의 양육부담 등이 결혼 기피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을 초월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은 마음의 평화를 갖고 일할 동기를 부여하며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갖추는 것”이라며 “성교육과 공동체적 책임, 인종 보호, 문화적 신념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수십년간 가족계획을 통한 인구감소정책을 펴온 이집트의 사례도 소개됐다. 아쉬라프 달리 아프리카기자협회(CAJ) 사무총장(왼쪽 사진)은 사전 인터뷰에서 “1980년대부터 여성 피임을 시작해 5.3명이던 이집트 합계출산율이 1995년 3.6명, 2008년 3.0, 최근 2.9명 대로 하락했으며, 대체출산율 수준인 2.1명으로 수렴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에서는 일찍 결혼(조혼)하는 전통과 ‘남아선호’ 사상이 다자녀 문화를 낳았다는 설명도 눈에 띈다. 아쉬라프 총장은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출산을 조절하는 것을 ‘신의 뜻에 반하는 행위’로 본다”며 ‘무슬림은 교세확장을 위해 자녀를 많이 낳는다’는 일부의 편견을 일축했다.

 

서아시아 쿠웨이트에서 활동한 경력 때문에 올해말까지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장을 역임하는 아쉬라프 총장은 “한국인들은 국민소득이 증가한 시기에 생활비와 사치품도 증가했고, 높은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더 일해야 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었고, 돈을 더 벌기 위해 하루종일 일해야 하는 자영업자라면 더욱 가족과의 일상이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미디어 전문가로서 “한국의 신문과 미디어 플랫폼은 매우 발달했는데, 이들은 가족적 가치를 증진하는 수단이 아닌 뉴스와 오락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국의 부영그룹 이희범 회장을 인터뷰한 경험을 소개하며, “기업과 정부, 학계가 합심하면 한국도 저출생 절벽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세미나 좌장을 맡은 심리학자 곽금주 서울대 명예교수(아래 사진)는 “자녀가 생기면 하고 싶은 걸 못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힘든 육아가 오히려 엄청난 자기개발 체험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자녀를 지키고 돌봐야 하는 환경은 ▲다중작업 ▲대인관계 능력 ▲집중력 ▲동기부여 ▲참을성 ▲전략수립 등 계획능력 등을 극도로 높여준다는 지적이다.

 

자녀에 대한 책임감과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뇌에 엄청난 동기부여가 돼, 말 그대로 초인적인 인간개발 과정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젊을 때 번 돈으로 소비에 탐닉하다가 40대가 돼 재산도, 자녀(가족)도, 남다른 직업능력도 갖추지 못한 장년층들의 하소연은 절대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곽 교수는 “다양한 경험들을 쌓고자 혼자 여행을 가는 것보다 아이를 데리고 가면 힘들겠지만, 아이의 눈을 통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녀의 안전과 교육을 위해 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고, 힘들어도 동기부여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리더십도 그 절박한 환경 속에서 배태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월7일 세미나에서는 이밖에 중국 인민망 한국지사 저우 위보 대표가 중국의 저출생 문제와 해법 방향을 소개한다. 저우 위보 대표는 세미나 준비팀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중국 전체 인구가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출산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부담 등 여러 사회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며 “중국 정부는 낮은 출생률 대응을 위해 여러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매체 <리아노보스티>의 마리아 디멘토바 서울지국장은 소련 체제에서 종교(러시아 정교)를 규제했던 정책, 소련 해체 이후 경제적 고난의 시기 가족의 해체 현상 등이 최근 러시아 밀레니엄Z(MZ) 세대들로 하여금 가족에 대한 부정적 사고를 낳았다는 러시아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북한 전문가인 박소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 연구위원은 북한 합계출산율과 2050년 초고령사회 진입 전망, 다자녀가구 우대정책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동기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미국공인회계사)은 한국의 토지・노동・자본 각각에 대한 세금제도를 비교하면서 노동에 대한 세제혜택이 다른 두가지 생산요소에 대한 혜택에 못미치는 점을 분석, 발표할 방침이다. 세금이 저출생 현상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와 사회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분야라는 점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주최 의원들,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 등이 개최사와 축사, 격려사를 할 예정이며, 동시통역 서비스가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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