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8 (수)

  • 맑음동두천 -1.1℃
  • 맑음강릉 0.8℃
  • 맑음서울 -1.1℃
  • 맑음대전 0.8℃
  • 맑음대구 2.8℃
  • 맑음울산 4.1℃
  • 맑음광주 3.4℃
  • 구름조금부산 6.4℃
  • 맑음고창 1.4℃
  • 맑음제주 5.8℃
  • 맑음강화 -1.7℃
  • 맑음보은 0.4℃
  • 맑음금산 1.2℃
  • 맑음강진군 3.5℃
  • 맑음경주시 3.2℃
  • 구름조금거제 4.2℃
기상청 제공

이슈

[집중탐구] 공익의 사익화, 불신과 혐오가 부른 저출생 사회…라면의 ‘사회학’

한‧중‧일‧베 4국은 세계10대 라면소비국, 한국만 계속 늘어…불안한 도시의 젊은이들
극한경쟁‧불평등‧저질미디어‧대도시‧자본주의가 저출생 원인…불신‧혐오가 화룡점정
‘가족’보다 돈 우선시, 선진 17개국 중 유일…정치인‧관료사회 ‘모르쇠’하며 ‘정책쇼핑’만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지구인 대다수가 도시에 살아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없다. 대량생산되고 유통기한이 긴 즉석 라면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다. 재빨리 먹을 수 있는 즉석 라면은 영양가는 낮지만, 일과 소득이 불안한 도시인이 싸게 한끼를 때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밀의 유럽‧아프리카 수출 뱃길이 불안했던 2022년 11월 지구촌 식량안보를 연구하는 호주 시드니공대 엘나 툴루스 박사(Elna Tulus)가 ‘라면 외교: G20과 즉석라면의 정치학(Noodle diplomacy: the G20 and the politics of instant noodles)’이라는 칼럼에 적은 글이다.

 

‘세계즉석라면협회(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의 자료를 분석해보니,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베트남이었다. 2023년 한해동안 1인당 82개를 먹었다. 79개를 먹은 한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22년에도 한국(77개)보다 베트남(85개)이 많았다.

 

한‧베 양국은 일본(47개, 7위), 중국(29개, 10위)과 함께 아시아 저출생 4국을 이룬다. 4개국 모두 라면 소비 세계 10위권 안에 들었다. 4국 모두 ‘일’과 ‘소득’이 불안한 ‘도시인’들의 나라일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젊은이들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아졌을 것이다.

 

특이한 것은 4개국 중 베트남과 일본, 중국은 모두 2022년보다 라면 소비가 줄은 데 반해, 세계 최저 출생률 지위를 초격차로 고수하고 있는 한국은 2023년에도 전년대비 라면 소비가 늘었다는 점.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라면 소비가 줄어들 때쯤 출생률 곡선 하락세도 멈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인당 즉석 라면 소비량은 한국이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자살율 ▲노인빈곤율 ▲대학진학률 ▲성형수술 ▲빵값 ▲위암발생율 ▲휴대전화 보유율 등과 함께 저출생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여러 원인이 복합된 저출생 문제

 

저출생 문제를 취재해온 지난 몇 개월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처음엔 수도권에 집중된 좋은 일자리가 한국 저출생의 주된 이유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된 출생률 통계에서 서울시가 2023년 합계출산율 0.55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다는 소식을 듣고 좌절했다.

 

대학졸업을 앞둔 젊은이와 인터뷰한 뒤 ‘미디어’를 저출생 사회의 주범으로 몰았다. 요즘 젊은이들에 만연된 ‘평균 올려치기’, 최고연봉자 짝짓기 커뮤니티 앱(app), 연예인 자녀 키우기 ‘관찰예능’ TV프로그램 등이 젊은이들의 ‘결혼할 결심’을 원천봉쇄 했다는 혐의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칼럼을 미디어비평 매체에 기고했는데, 업계의 불편한 진실 때문인지 게재를 거부당했다.

 

그러다가 한 대기업이 아이를 낳은 직원에게 1억원의 축하금을 준 데 대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나서서 세금 혜택을 줬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물가상승 와중에 협력업체에 대한 외주비용을 삭감하고, 협력업체의 파산상황에도 높은 이익을 거두면서 세금이 소수를 위해 편중돼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 낳아 기를 경제적 환경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소수 대기업 젊은이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면 결혼과 출산 결심을 못하는 다수의 중소기업 젊은이들이 덜걷은 세금을 대신 내야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논리상으론 그렇다. 가뜩이나 세수(Tax revenue)가 덜 걷히니 그럴 가능성도 높다.

 

‘부익부빈익빈’의 자연법칙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은 불평등을 해소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결국 저출생을 부추겨온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자본주의 혐의 입증에 몰두하고 있는데, 문득 “북한도 저출생 문제로 고심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다시 혼란에 빠졌다. 도대체 저출생의 근본 원인이 뭐람?

 

극한경쟁과 비교하는 삶…직업적성교육이 답?

 

샹뱌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사회인류학 연구소장은 중국 젊은이들이 결혼할 엄두도 못내는 근본원인으로 ‘극한적 경쟁’을 지적, 솔깃했다. 샹뱌오 교수는 지난 2023년 4월 7일 와세다 대학 세미나에서 ‘강요된 경쟁과 실존적 비교주의’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중국과 일본의 경험을 기초로 한 연구였다. 중국에서는 극단적 경쟁으로 사람들 사이에 ‘실존적 비교주의’가 자아인식의 주된 경향으로 확산됐다는 게 뼈대다.

 

‘비교주의’는 비교할 수 없는 대상과 비교하는 행위를 말한다. 샹뱌오는 사회에 ‘비교주의’가 확산, 고착화 된 것은 추상적이고 총체적인 평가시스템에 모두가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로 봤다. TV에 나오는 연예인과 외모를, 부잣집 자녀들의 씀씀이를 각각 자신의 것과 비교하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의 표상이다.

 

 

 

그는 일본 젊은이들이 사회적 관계에서 비슷한 압력을 받지만 중국 젊은이들과 달리 ‘비교주의’를 경험하지는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일본 젊은이들도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지만, 순응하는 측면이 보다 강해 경쟁의 정도가 덜하다는 말로 풀이됐다.

 

샹뱌오 교수는 아마도 독일의 2차(중등)교육이 지향하는 ‘직업적성 프로그램(vocational programs)’을 통해 ‘할 필요가 없는 경쟁’을 회피하는 정책을 제안하려 한 것 같다.

 

기자는 샹뱌오 교수에게 일본과 중국의 차이 분석 방법론이 한국, 베트남과의 차이를 분석하는 데도 원용될 수 있을지를 물었다. 또 한국이 직업적성 프로그램(vocational programs)을 더 중시하는 교육제도로 바꾼다면 출생률이 개선될지, 된다면 언제쯤 효과가 나타날지 등을 질문했다.

 

샹뱌오 교수는 ‘매우 바쁜 상황’을 이유로 “미안하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다만 “이 주제는 확실히 중요하며 당신의 노력이 생산적 토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The topic is certainly important and I very much hope that your intervention will generate productive debates)”고 덕담을 보내왔다.

 

17개 나라 중 ‘가족’보다 ‘돈’을 우선시 한 나라

 

길 잃은 아이처럼 멍해진 상황에서, 낮은 출생률과 한국에 만연된 혐오와 불신이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반드시 국가가 도맡아야 할 교육과 보건‧의료 분야를 대거 민영화 한 나라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 서열화 된 학교에 진학하는 20세쯤 사회적 신분이 얼추 결정된다. 전국민 건강보험으로 진료비가 싸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의사들과 제약회사의 이익을 기본으로 설계된 보건‧의료정책이다. 나이가 들면 평생 모은 돈을 치료비와 간병비로 탕진해야 한다.

 

사교육비와 노후비용에 허덕인 부모 세대를 지켜본 젊은이들이 결혼과 자녀를 쉽게 꿈꾸랴. 공익이 사익화 돼 가장 중요한 것들을 오롯이 각자도생으로 해결해야 하는 나라이면서, 모든 단어 앞에 ‘K’를 붙여 ‘자화자찬’하는 모습은 극도의 불신을 넘어 혐오를 조장한다.

 

실제 한국인에게 ‘가족’은 점점 희미해지는 열쇳말이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한국을 비롯한 17개 나라 성인 1만 9000명에게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가치’를 물었다. 전체 응답자의 38%, 17개 나라 중 14개 나라 응답자가 ‘가족’을 1위로 꼽았다. 직업(25%)과 물질적 풍요(19%)가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국인 응답자들만 ‘물질적 풍요’를 최우선 가치로 골랐다. 조사 대상국 중 유일하다.

 

불신과 혐오가 장악한 공동체이지만 정치인과 관료사회는 ‘모르쇠’다. 원인규명은 고사하고 그 심각성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저 초등학생들도 할 수 있는 정책을 돌아가면서 하나씩 던지는 ‘역할놀이’에 푹 빠져 있다.

 

기자는 22대 첫 정기국회 말미인 11월초 국회에서 저출생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고민 없이 정책쇼핑에 몰두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집요하게 원인과 해법을 찾는 기획자들을 모집 중이다.

 

집에 바래다 준 남자친구에게 라면 대신 값진 미래를 권하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은 선수들은 기자에게 편지를 보내달라.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국세청 개혁, 이제는 ‘행정 과제’가 아니라 ‘국정 과제’다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국세청이 개청 60주년을 맞아 26일 대대적인 세정 개혁을 선언했다. 체납관리 혁신, 반사회적 탈세 근절, AI 대전환, 국세외수입 통합징수. 하나같이 국세청 내부 차원의 개선을 넘어, 정무·정책 판단 없이는 실행될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번 선언을 더 이상 국세청의 ‘업무계획’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번 회의에서 임광현 국세청장이 반복해서 강조한 키워드는 분명했다. “현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세청은 징수기관이 아니라 동반자여야 한다”, “적극행정으로 국민 목소리에 바로 답해야 한다”, “성실납세자가 손해 보지 않는 세정이 조세정의의 출발점이다”, “AI 전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국세행정을 만들겠다.” 이는 수사가 아니라, 국세청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문제는 이 선언이 국세청 내부 결의로 끝나느냐, 국정 운영 원칙으로 격상되느냐다. 지금 국세행정은 단순한 징수 행정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시장 신뢰, 부동산 안정, 조세 형평, 국가 재정 건전성, 민생 회복까지 모두 관통한다. 국세청이 아무리 강한 의지를 가져도, 정치·정책 라인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번번이 중간에서 멈춰왔던 영역이다. 역외탈
[초대석] 정재열 관세사회장 "마약· 특송·외화 밀반출 등 국경관리...관세사가 앞장"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1976년 관세사 제도가 처음 생길 때 우리나라 수출액이 80억 달러였습니다. 지금은 1조 3,000억 달러를 넘보는 세계 10위권 무역 강국이 됐죠. 지난 50년이 우리 존재를 증명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국가 무역 안전망의 ‘재설계’ 기간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 강남. 빌딩 숲 사이로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날, 기자는 한국관세사회 회장실을 찾았다. 문을 여는 순간, 바깥의 냉기와는 대조적으로 따뜻한 온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지독한 독감으로 고생했다는 소식이 무색할 만큼, 정재열 회장은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 미소 뒤에는 창립 50주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온 수장으로서의 고뇌와 확신이 함께 담겨 있었다. 마주 앉은 그는 차 한 잔을 건네며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와 궤를 같이해 온 한국관세사회의 발자취를 차분히 되짚었다. 그의 시선은 과거의 성과에 머물지 않았다. ‘새로운 100년’을 향한 다짐 속에서, 혁신을 향한 굳건한 의지는 또렷이 전해졌고, 그 울림은 강남의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녹이기에 충분했다. 80억 달러 수출국에서 1.3조 달러 무역 강국으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