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8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기상청 제공

식품 · 유통 · 의료

[단독] 롯데웰푸드, 美 ‘롯데제로’ 상표권 확보 진통…허쉬 ‘ZERO’와 충돌

허쉬, ‘ZERO’ 독점권 주장…미국 특허상표청서 심리 진행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롯데웰푸드(前 롯데제과)와 일본 롯데가 공동 소유한 ‘LOTTE ZERO’ 브랜드가 미국에서 예상치 못한 상표 분쟁에 직면했다. 미국의 대표 초콜릿 기업 허쉬(Hershey)가 “자사의 초콜릿 바 ‘ZERO’와 동일한 이름”이라며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공식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허쉬는 지난해 10월 USPTO에 “‘LOTTE ZERO’ 상표 등록을 거부해 달라”는 취지의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허쉬 측은 “1930년대부터 ‘ZERO’라는 초콜릿 제품을 판매해 왔는데, 롯데의 ‘LOTTE ZERO’는 우리 브랜드를 혼동시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쉬는 미국 상표법상 ‘출처 혼동(likelihood of confusion)’과 ‘허위 연상(false association)’ 등을 근거로 들며, 현재 USPTO에서 심리를 진행 중이다. 롯데 측은 지난 18일 답변 기한을 연장하면서 대응 전략을 모색 중이다.

 

◆ ‘ZERO’ 초콜릿 바 역사…1920년대부터 쌓인 브랜드 자산

 

허쉬가 문제 삼고 있는 ‘ZERO’ 상표는 원래 1920년 미국 Hollywood Brands사가 출시한 초콜릿 바에서 유래했다. 이 바는 캐러멜과 아몬드 누가에 화이트 퍼지로 코팅된 독특한 흰색 초콜릿 바로, 1930년대에 이름을 현재의 ‘제로(Zero)’로 변경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여러 회사를 거쳐 1996년 허쉬가 제로 초콜릿 바 생산권을 인수하며 해당 상표를 소유하게 됐다. 허쉬 측은 과자류(Class 30) 분야에서 ‘ZERO’라는 단어 상표를 다수 등록해 왔고, 수십 년간 독점적으로 사용하며 시장에 강력한 식별력을 구축했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ZERO’는 허쉬의 허가 없이 제과 분야에서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고유 브랜드라는 입장이다.

 

 

◆ 상표 관리는 일본 롯데 주도… 세계 17개국서 ‘LOTTE ZERO’ 출원

 

이번 상표 분쟁은 일본 롯데가 대응을 맡고 있다. 일본과 한국 롯데는 법적으로 별개 운영이지만, 해외에서 ‘LOTTE’ 관련 상표를 관리·확보하는 역할은 보통 일본 법인이 담당한다. 물론 한국 롯데도 직접 해외 출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해 롯데웰푸드가 미국에서 ‘ZERO CHOCOPIE’를 출원한 사례가 그 예다.

 

‘LOTTE ZERO’는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제로 슈거’ 제품이 큰 호응을 얻자 이를 해외로 확대하기 위해 기획된 브랜드다. 롯데그룹 차원에서 해외 상표권을 통합 관리하는 일본 롯데가 전면에 나서서 이미 17개국에 출원을 진행했고, 인도·싱가포르·호주 등에서는 정식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 코카콜라 ‘Coke Zero’ 사례… “Zero 독점 불가” vs “브랜드 식별력”

 

이번 분쟁의 핵심은 ‘Zero’가 일반 소비 언어로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인지, 아니면 특정 기업이 오랜 시간 독점적으로 사용해 온 식별력 있는 상표인지에 달려 있다. 허쉬 측은 “1930년대부터 자사의 대표 초콜릿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니, 이미 우리 고유 브랜드”라고 주장한다.

 

비슷한 사례로 코카콜라의 ‘Coke Zero’가 있다. 최초 출원 시 ‘Zero’는 ‘없음’을 의미하는 일반 단어라는 이유로 등록이 거절됐지만, 코카콜라는 수십 년간의 광고와 판매 실적을 증거 삼아 적극 대응했다.

 

이 분쟁은 약 15년이라는 긴 소송 끝에 코카콜라가 등록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그 조건으로 “Zero라는 표현 자체를 독점하지 않는다”는 디스클레임(disclaimer)을 수용해야 했다. 즉, ‘Zero’라는 단어의 고유 의미를 다른 회사들도 사용할 수 있으며, 코카콜라는 단지 ‘Coke Zero’라는 특정 조합에 한해 상표 보호를 받는 식이다.

 

롯데 측도 “Zero는 여러 식품업체들이 ‘무설탕/제로 슈거’ 등을 표시하는 데 널리 쓰는 일반적 용어”라고 맞서며, 허쉬 상표의 보호 범위를 좁게 해석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허쉬화의 분쟁은 현재 진행 중”이라며 “해당 사건은 일본 롯데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젊기도 설워라커늘 짐을 조차 지라고 해서야
(조세금융신문=손영남 편집국 부국장) 식당이나 술집 계산대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우리에겐 일상과도 같다. 서로 내겠다며 다툼 아닌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그간의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달까. 주머니의 가벼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런 대범함(?)은 그만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깔려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론 그런 훈훈한 광경을 보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요즘의 젊은 친구들, 그러니까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층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먹지도 않은 것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이 MZ세대다. 누구보다 실리에 민감한 세대인 탓이다. 그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게 더 합리적인 일인 까닭이다.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낸다는 데 누가 뭐랄까. 근데 그게 아니라면 어떨까. 바꿔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이 먹은 것까지 자기가 내야 한다면 그 상황을 쉬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구나 그게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금의 연금 개혁안을 두고 MZ세대들이 불만을 토하고 있는 현 상황이 딱 그 꼴이다. 어렵게 번 돈을 노후를 위해 미리 쟁여둔다는 것이 연금의 기본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