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수출용 샤워헤드를 '수전(水栓)의 부분품'으로 신고해 관세 환급을 받아온 업체가 세관의 사후심사로 환급금을 추징당했다. 세관이 샤워헤드를 독립적인 위생기기로 재분류했기 때문이다. 업체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심판원 역시 세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업체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분쟁의 쟁점이 된 물품은 ▲플라스틱 재질의 핸드샤워헤드 ▲금속 재질의 노출형 샤워헤드 ▲다양한 방식으로 물을 분사할 수 있는 매립형 샤워헤드 등 세 가지다.
최초 수출 당시 업체는 샤워헤드를 수전의 핵심 '부분품'으로 판단했다. 샤워헤드는 욕실이나 주방에서 사용하려면 반드시 수전에 연결해야 정상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업체는 샤워헤드를 수전의 부분품(HSK 제8481호)으로 신고했다. 수전의 부분품으로 분류되면 환급율이 높아 더 많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독립적인 기능을 가진 제품으로 분류될 경우 환급율 낮아 환급금이 감소한다.
그러나 세관은 사후심사에서 샤워헤드를 독립적인 위생용품 또는 액체 분사용 장치로 재분류했다. 핸드샤워헤드는 플라스틱 위생용품(제3924호), 노출형 샤워헤드는 금속 위생용품(제7324호), 매립형 샤워헤드는 액체 분사용 장치(제8424호)로 각각 분류를 변경했다. 세관은 이 품목분류 변경을 근거로 업체에 환급금 차액과 가산금을 추징했다.
◆ 업체 "샤워헤드, 수전에 연결돼야만 사용 가능"
업체는 샤워헤드가 수전에 연결되지 않으면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전은 물의 흐름과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로, 샤워헤드는 수전에서 나온 물을 배출하는 역할만 할 뿐 독자적 기능이 없다는 설명이다.
업체는 과거 세관의 결정도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업체는 "세관이 이미 2009년에 유사한 형태의 물품을 수전의 부분품으로 인정했다"며 "이제 와서 품목분류를 바꾸는 것은 납세자의 신뢰를 훼손하고 소급과세 금지 원칙에도 어긋나는 처분"이라고 비판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업체는 "샤워헤드를 독립적인 위생기기로 재분류하면, 수전에 연결해 사용하는 다른 유사 제품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세관 "샤워헤드는 수전과 별개의 독립된 위생기기"
세관은 샤워헤드를 수전과 별개의 독립적 위생용품 또는 액체 분사용 장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세관은 "핸드샤워헤드는 손으로 잡고 사용하는 독립적인 플라스틱 위생기기이고, 노출형 샤워헤드는 욕실 천장이나 벽면에 설치하는 금속 위생기기"라고 설명했다. 매립형 샤워헤드 역시 "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사할 수 있는 독립된 액체 분사용 장치"라고 강조했다.
세관은 업체가 제시한 과거 사례도 인정하지 않았다. 세관은 "과거 품목분류 사례와 현재 물품이 동일하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과거 사례와 관계없이 현재 물품의 실제 기능과 용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세심판원 "독립적 기능 가진 샤워헤드, 세관 처분 타당"
조세심판원은 샤워헤드가 수전에 연결돼 사용된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연결된다는 이유만으로 샤워헤드를 수전의 부분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샤워헤드는 수전의 본질적 기능인 물의 흐름과 온도 조절을 수행하지 않고, 이미 조절된 물을 배출하는 독립적 기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품목분류 기준도 명확히 제시했다. 심판원은 "품목분류는 물품이 수행하는 본질적이고 독자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샤워헤드는 수전의 부분품이 아닌 독립된 위생기기나 액체 분사용 장치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사례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판원은 "유사 물품이 부분품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더라도 현재의 샤워헤드와 동일하다는 분명한 증거가 없다"며 세관의 품목분류 변경과 환급금 추징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참고 심판례: 인천세관-조심-202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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