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9 (목)

  • 구름많음동두천 0.4℃
  • 맑음강릉 5.5℃
  • 구름많음서울 4.2℃
  • 박무대전 1.7℃
  • 구름조금대구 2.1℃
  • 구름많음울산 7.0℃
  • 구름조금광주 5.3℃
  • 구름조금부산 11.2℃
  • 구름많음고창 1.6℃
  • 구름많음제주 12.4℃
  • 구름많음강화 2.4℃
  • 구름많음보은 -0.4℃
  • 구름많음금산 -1.6℃
  • 구름조금강진군 3.8℃
  • 흐림경주시 2.0℃
  • 구름조금거제 8.0℃
기상청 제공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30대 초 대학로에서였다. 어스름한 어둠이 사방에 깔리기 시작할 무렵 친구들과 어울리다 무심코 들어섰다. 기다랗게 늘어선 움막(?) 중에 덜 남루해 보이는 흰 천막을 택했다. 언뜻 희미한 불빛 아래 길게 땋은 머리카락과 함께 인기척이 보였다.

 

40대 중후반쯤 되었을까. 허름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눈이 매서웠다. 우리들의 시간이 왔다. 나른했다. 개운치도 않았다. 그리고 그날의 사건은 오랫동안 묻혔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어느 날 집 식구가 역리원(철학관)을 다녀왔다며 후일담을 늘어놓았다. 큰놈과 작은놈을 비롯한 가족 사주를 보고 온 것이다. 순간, 30대 때 대학로에서 눈이 매서웠던 긴 머리 선생이 떠올랐다.

 

“당신은 40대 중반에 현 직장을 이직할 운이 들어 있네.”

“네?” “40대가 되면 근무하는 직장에서 큰 변곡점이 생길 거라고” “저는 평생 공직에 있을 건데…….”

 

믿기지 않는 소리에 떨떠름한 기분으로 얼마의 돈을 놓고 나왔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흐른 40대 중반 공직을 이직하고 로펌에 취업한다.

 

사주니 팔자니 하는 말은 믿지 않았다. 무속인들의 이야기는 미신이라고 여겼다. 그랬던 나에게도 믿기지 않는 일들이 생긴 것이다. 어릴 적 엄마는 “우리 봉이는 나중에 서울 가서 잘 산단다”라며 밑도 끝도 없이 이야기를 꺼낼 때가 있었다. 팔자가 좋지 않아 ‘웬수 같은 아버지’를 만났다고도 했다.

 

그날은 읍내에 볼일 보러 나간 김에 점을 보고 오셨음이 틀림없다. 가끔 마을로 찾아와 점을 봐주고 곡식 같은 먹거리를 받아 가는 무속인도 있었다. 웅얼거리듯 주술을 읊던 모습은 신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추측이나 공상 보다는 숫자와 결과로 입증되는 현실과학이 더 흥미롭다. 역리원을 내 발로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어느 날 집 식구가 가족들 운세를 이야기할 때 “아니 옆에서 이러쿵저러쿵 거들다 보면 나도 대충은 이야기해 줄 수 있겠다”라고 했더니, 살짝 웃으면서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네요. 내 말 못 믿겠으면 당신이 한 번 갔다 와 보든가.”

 

몇 년 前부터 역리원(철학관)을 가끔 찾는다. 한해 운수 정도를 알아본다. 주로 아이들 장래와 가족들 건강 등이 단골 이슈다.

 

몇 해 전 큰놈이 유학을 준비하고 있을 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원하는 대로 가니까.” 심각하게 묻는 나에게 원장선생은 ‘아들 사주에 유학 운이 들어 무조건 원하는 곳으로 간다’며 했던 말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그 이듬해 큰놈은 본인도 설마설마했던 곳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그렇다고 역리원에서의 사주풀이가 다 맞았을 리 만무하다. 맞췄던 한두 가지가 분명하게 기억날 뿐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재무상태표(舊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라는 재무제표를 보면 전반적인 기업상황을 알 수 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사람의 운명(사주팔자)을 재무제표에 비유한다면,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의 운의 결과이고, ‘손익계산서’는 평생 사주인 셈이다.

 

즉, 일정기간(一生) 동안의 기쁘고 즐거웠던 일(수익)과 힘들고 슬픈 일(비용), 일상적이지 않은 일(영업외손익) 등을 숫자로 표시한 것과 다르지 않다. 전문가라면 기업(재표제표)이든 사람운명(사주팔자)이든 통계를 통해 어느 정도 분석이 가능하겠다싶다.

 

한편, 평생 무수한 일들이 일어나지만(회계전표에는 빠짐없이 기록됨), 기억 속에 남는 일은 손익계산서 항목 정도다. 어떤 명리학자는 부족한 운(運)을 타고났다면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적선(기부)과 끊임없는 독서(연구)를 권한다.

 

남모르게 선행을 베풀고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쉬울 리없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다면 더 참담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현)가천대학교 겸임교수
•(전)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전)중부청 국세심사위원
•(전)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전)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김종봉의 좋은 稅上] 12월의 길목에 기대어 묻고 답하다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한 달에 한 번꼴로 글을 쓴다. 소재 거리가 난감할 때가 더러 있다. “대표님, 평소에 관심도 많고 시기적으로 연말이고 하니 기부에 관해 한 번 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도 지금 핫한 주제가 종부세인데, 그런 건 별론가 보지? “종부세는 대표님이 쓰지 않아도 언론에서 많이 다뤄질 것 같은데요.” -기부? 어릴 적 어렵게 자라서인지 조금 관심 두는 정도인데. “대표님,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명판에 쓴 ‘나눔, 고행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궁금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너나 많이 하세요’라고 하지 않을까? “대표님한테 그렇게 함부로 말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김 대표, 돈 좀 번 모양이지’라고 할지도 모르고. “대표님, 그렇게까지 마음이 꼬인 사람들이 있을까요? 대표님 어린 시절 가난하게 사셨다면서요?” -어렸을 적엔 다들 가난했지. 형이 중학교 갈 입학금이 없어서 1년 동안 신문배달 등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1년 뒤에 중학교에 들어갔으니. “그래서 학교에 계속 기부를 하시는 거네요.” -시골 중학교에 기부하는 건 그런 측면도 있지. “대학에도 하고 계시잖아요.” -큰놈이 공대를 나왔는
[초대석] 정순균 강남구청장 "강남이 뛰면 세계도 뛴다"
(조세금융신문=대담_김종상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정리_고승주 기자, 사진_방민성 기자) 강남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 기업의 도시, 교육의 도시를 넘어 앞으로는 녹색의 도시, 교류의 도시, 첨단기술의 도시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영동대로, 현대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수서역세권, 미세먼지 프리존 셸터 등 강남구 백년 미래를 책임질 사업들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강남구민이 선택한 민선 7기,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강남 제2의 도약기까지 쉼없이 성실한 자세(지성무식, 至誠無息)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남의 새로운 축, 영동대로 강남구는 특이한 도시다. 70여년 전 강남은 울퉁불퉁한 구릉이 많고, 질척이는 땅이 많았다. 한 마디로 사람이 살기 불편한 곳. 그러나 현재 강남은 한국의 대기업과 최고 명문 교육기관들이 빈틈없이 뿌리내리고 있다. 경영과 교육의 중심지를 터전으로 삼은 강남구민들의 성향이 실리주의인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그래서 강남구민들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념이 아니라 사람을 뽑았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약속한 변화를 믿었기 때문이다. 약속처럼 강남구는 미래로 도약할 단계에 들어섰다. 취재진은 ‘기분 좋은 변화, 품격 있는 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