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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봉 세무사의 좋은 稅上] “무슨 소용 있노!”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코로나로 인해 병상 면회가 어렵사리 이루어졌다.

 

병원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흔한 살의 어머니(장모님)를 보기 위해 6남매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일렬로 길게 늘어섰다.

 

간호사는 환자가 창밖을 볼 수 있도록 침대 머리를 들어 올렸다. “엄마요, 저 큰아들 ○○입니다.”로 시작됐다. 슬퍼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마침내 6남매의 막내가 “엄마, 나 숙이, 막내 정숙이”이라고 몇 번을 소리친다, 간호사는 환자의 귀에 대고 “막내딸 정숙이랍니다. 어머니”라고 전한다.

 

환자의 눈가에 마른 눈물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창밖으로 나지막이 들려 나온 한 마디. “무슨 소용 있노”.

 

일제 강점기 때 태어난 장모님은 열 살쯤 가족들 손에 이끌려 중국 길림으로 도피하듯 이주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장인을 만나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인연을 맺고 6남매를 낳았다. 장인은 중국에서 얻은 지병으로 병마에 시달리다 홀연히 떠나가셨다. 6·25 동란, 보릿고개 등 어렵고 힘든 시절을 겪는 동안 여자 혼자의 몸으로 6남매를 어떻게 키웠을지는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일 수도 있다.

 

평생을 자식들 뒤치다꺼리하다 여생을 마감한 외로운 여자이기도 했다. 여장부셨지만 세무공무원 사위만큼은 늘 존대하시며 어려워하셨던 기억이 새롭다.

 

병상 면회 후 1개월이 채 되지 않아 처남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필자는 일찍 부모님을 여윈 탓에 장례절차의 하나인 입관식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아흔한 살의 장모님 얼굴은 앳된 소녀처럼 홍조 띤 얼굴로 웃음을 머금은 채 조용히 누워 계셨다. 여태껏 본 모습 중에서 가장 평안하고 이쁜 모습이었다.

 

어떤 이는 죽음이란 출생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신비 중 하나라고 했다. 인간의 탄생이 한 방울의 정액에 불과했던 것처럼 우리의 영혼이 〈21그램〉1)으로 재탄생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일까,

 

출생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고도 한다. 시작과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우리가 엄마 뱃속에서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생에서의 시간을 기억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에서의 재탄생을 부정할 자신도 없다.

 

1) 2004년 개봉된 영화로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 스웨덴에서 임종시 환자의 체중변동을 조사한 결과 21그램 정도 줄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음

 

장모님은 요양병원 입원 전에 유언장을 남기셨다. 큰 처남이 일을 다 마친 다음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했다.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 얼마간의 돈을 남겨 놓았으니 그 돈과 부의금으로 들어온 돈으로 장례 비용에 충당하고 그러고도 돈이 남으면 그 금액은 이웃에 기부하거라”.

 

남은 돈을 모두 이웃에 베풀고 가신 것을 보면서 장모님은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데 노잣(路資)돈이 필요 없으셨던 것일까? 아니면….

 

사건 사고 등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온 사람들(근사체험, Near-death experience)로부터 아찔했던 그 순간 “일생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었다”는 경험담을 들어본 적이 있다. “무슨 소용 있노”는 아흔 평생을 되돌아보며 남긴 장모님의 마지막 고백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슨 소용 있노”는 얼마 동안 참구(參究)시 사용되는 화두마냥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슬퍼하는 자녀들에게 부질없음을 타박하는 말이었을까? 진정 인생무상을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마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잠시 후면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잠시 후면 모든 것이 너를 잊게 될 것이다.”라고 〈명상록〉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제 곧 이승에서의 생이 끝남을 직감하고 자녀들에게 “나를 위해 슬퍼할 필요 없다”고 하셨던 것일까.

 

인도의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는 “사람이 죽음에 직면하게 되면 무서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단지 죽는다는 사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살아생전 맺어왔던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상실의 두려움이다.”라고 했다.

 

장모님의 “무슨 소용 있노”의 말씀은 이제 가족과의 그 관계의 끈을 놓아야만 하는 두려움 속에서 ‘나를 위해 슬퍼하기보다 살아있는 가족간에 서로 사랑하라’는 또 다른 의미의 유언은 아니었을까.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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