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6 (토)

  • 맑음동두천 -3.8℃
  • 맑음강릉 3.7℃
  • 흐림서울 -0.8℃
  • 맑음대전 -5.1℃
  • 맑음대구 -4.7℃
  • 맑음울산 -1.7℃
  • 맑음광주 -3.1℃
  • 맑음부산 1.0℃
  • 맑음고창 -6.3℃
  • 구름많음제주 5.2℃
  • 구름많음강화 -0.4℃
  • 맑음보은 -7.6℃
  • 맑음금산 -7.8℃
  • 맑음강진군 -5.7℃
  • 맑음경주시 -6.3℃
  • 맑음거제 -2.5℃
기상청 제공

[김종봉의 좋은 稅上]예술은 언제나 사기인가?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김덕용(1961년생, 서울대 회화과) 작가의 ‘결’이라는 작품이다. 작가는 화가이면서도 공예적이고 다분히, 시적 표현을 통해 시대적 공감을 끌어내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미술품에 대한 세무상 이슈를 검토하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옥션을 통해 만났다.

 

그리고 이제는 집 서재(어떤 근사한 곳으로 상상하면 보통 낭패가 아니라서, 책상이 있고 책이 조금 꽂혀 있는 정도의 작고 여유로운 공간을 편의상 칭한 것에 불과함)에서 언제나 볼 수 있다. 남서향 고층 아파트인데 외부풍경을 공유할 심산으로 책상은 창을 향해 놓았고, 오른쪽에는 책꽂이가 있다. 왼편 벽에 ‘결’이 있다.

 

소나무를 깎고 다듬은 뒤 단청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사포질을 하여 아련한 추억의 흔적을 회상할 수 있도록 그리고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의 다양한 작품 중 유독 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데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원래 예술은 반은 사기이고 속고 속이는 것”이며 “예술은 사기 중에서도 고등 사기”라고 했지만, 이 작품 앞에서는 침묵할지도 모른다.

 

거의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그냥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품종(?)이었지만 잘 생긴 이쁜 놈이었다. 엄마가 ‘베스’라고 부르자고 했다.

 

당시 시골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강아지 이름이었다. 왜 ‘베스’인지, ‘베스’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몇 차례 물었지만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웃기만 했다.

 

‘베스’는 늘 함께했다. 그 시절의 ‘베프’였다. 놀이 친구이자, 소먹이러 갔을 때는 지킴이였고, 늦은 밤 혼자 있을 때는 세콤이 되어주었고, 외로울 땐 ‘베스’의 내음이 힘이 되었다. 그렇게 ‘베스’와 함께한 시간이 5년 정도 지난 7월의 어느 무더웠던 날로 기억된다. 평소와는 다르게 학교 수업을 마치고 사립문을 열고 집에 들어설 때까지도 ‘베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앞 뒷마당과 주변을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널빤지, 양철 등으로 얼기설기 만든 ‘베스’의 집이 놓여 있는 장독대 모퉁이에서 낯선 남자와 엄마가 어색한 웃음을 띠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엄마의 얼굴은 약간 상기된 듯했다. 아저씨는 엄마에게 무어라 거듭 당부하듯 이야기하고서는 총총히 사라져갔다. 아저씨가 떠난 뒤 엄마에게 ‘베스’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평소와 다르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해거름이 다되어 갈 무렵 대청마루에 모여 저녁을 기다리고 있을 때, ‘베스’의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사립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순간 부엌에서 나오는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오직 ‘베스’만이 보였다.

 

“베스! 베스!”를 부르자 숨이 끊어질 듯 달려들어 사정없이 볼을 핥아대던 ‘베스’는, 슬·펐·다. 커다란 눈망울에 언제라도 쏟아질 것 같은 원망의 눈물이 지쳐 보였다. 흙과 땀 먼지에 뒤범벅된 몰골은 또 어떻고. 엄마는 넋을 잃은 사람 같았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엄마의 한숨 섞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생활에 쪼들려 당장 융통할 수 있는 재산(?)이 ‘베스’였다. 버스를 타고 25여 리가 넘는 읍내 장터에 가서 개장수에게 넘겼는데 ‘베스’가 사라졌던 것이다. “내일 아침에 ‘베스’를 데려다주고 와야겠다”고 아버지에게 이야기하셨다.

 

한 번도 다녀본 적 없는 길 위에서, 갈래길마다 얼마나 헤맸을까. 버려진 설움과 두려움은 오죽했겠는가. 그렇게 찾아온 ‘베스’는, 엄마와 함께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

 

작가는 말한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시간을 기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과 호흡하며 제 그림 속에 관객이 들어와 그 시간을 느끼도록 하고 싶습니다. 나무의 결 하나하나에 숨은 기억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게 작가인 저의 몫입니다.” 한 관객을 잊힐 뻔한 소중한 시간의 기억 속으로 안내해준 작가에 경외심마저 든다.

 

이제 ‘베스’는 “결”로 환생하여 내 곁에 있다.

 

 

[프로필]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
[초대석]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 최시헌 회장, 김선명 대표 "변화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최고의 세무서비스"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사진=이학명 기자) 지난 2023년에 이어 2025년에 치러진 한국세무사회 제33대와 제34대 임원 선거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돼 3년째 주요 회직을 수행해 온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부회장이 올해 1월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를 설립하고 최고의 세무 컨설팅과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본격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국세공무원을 마감한 최시헌 세무사가 회장직을 맡았고, 세무 고시 출신의 김선명 세무사는 대표세무사로서 법인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김준성, 김민식, 박정준, 민규태 세무사 등 4명의 젊은 세무사가 합류해 분당 본점과 분당 서현, 경기 광주, 서울 용산 등을 거점으로 하여 활발한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 낙엽이 거리를 뒤덮고 있던 11월 중순, 분당 본점에서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세무사를 만나 와이즈앤택스의 설립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법인을 어떻게 이끌어 갈 예정인지 알아봤다. Q. 우선 성공적인 법인 설립을 축하합니다. 올해 1월 각자 활동하시던 세무사사무소를 합쳐서 새로운 세무법인을 설립하셨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최시헌 회장) 저는 20년 연말 대구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