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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국세청, “물어도 답 없어 과세”…심판원, “입증책임 회피?”

— “소명 요청에도 모르쇠, 과세 불가피” 국세청 해명에 “입증책임 부인할 셈?”
— 가족돈 꿔서 부동산 구입한 납세자, “꿔준 돈 받은 것이고, 꾼 돈도 다 갚아”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돈이 부족해 친언니로부터 돈을 꿔 아파트를 구입한 뒤 나중에 죄다 갚았는데, 국세청이 증여세 조사를 하면서 언니가 꿔준 돈까지 싸잡아 증여받은 것이라면서 증여세를 물렸다.

 

여동생은 엄마가 준 돈이 아니라 꿔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는 점을 소명할 기회를 놓쳤다며 국세청 과세에 불복, 조세심판원 행정심판 청구를 통해 재조사 결정을 받아냈다. 심판원이 재조사결정을 내린 핵심 이유는 국세청도 과세가 불가피한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세심판원은 최근 “언니로부터 부동산 취득 자금을 일시 융통, 부동산을 취득한 뒤 전세보증금을 받아 언니에게 갚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지만 조사 당시 소명기간 부족을 이유로 불복했던 조세심판 청구건을 심사, 재조사 결정을 내렸다"면서 해당 조세심판결정례(조심2021서6059, 2022.4.26 결정)를 공개했다.

 

심판원은 “납세자의 소명자료를 추가로 제시받아 이를 재조사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결정문에 명시했다.

 

A씨는 지난 2008년 1월15일 단독주택을 취득하고, 2010년 9월15일에는 아파트 분양권을 다시 취득했다. 이듬해 인 2011년 2월14일에는 아파트 한채를 다시 취득했다.

 

국세청은 A씨의 주택과 아파트 취득자금 중 일부가 언니 B씨와 모친 C씨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A씨 거주지 관할 P세무서장의 자료통보를 받고, 지난 2020년11월2일 A씨에게 증여세를 결정・고지(변경전고지)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소명하자 재조사, 2021년 7월23일 다시 한 번 경정・고지 했다. A씨는 이에 불복, 2021년10월7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A씨가 불복한 이유는 간단치 않다. 국세청이 최초 조사 때 자신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재조사 한 것 까지는 좋은데, 재조사로 모친 C씨로부터 꾼 돈은 증여추정 금액에서 뺐을 뿐 전체적으로 적법한 감액경정은 아니라는 것.

 

A씨는 “최초 변경전고지를 먼저 취소한 다음 나머지 상환액에 대해 두번째 변경전고지를 감액했어야 한다”면서 “국세청이 두번째 변경전고지에서 일괄 감액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국세청은 재조사 후 두 번째 변경전고지를 취한 이후 4차례 고지(변경후고지) 때도 최초 변경전고지를 취소하지 않고 이자를 주지 않거나(무상이자) 빚을 대신 갚아준 정황(대위변제) 등을 새로운 사실관계를 들며, 증여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A씨는 이에 “해당 금액을 언니에게 전액 상환하고 이자 등도 줬는데 국세청이 사실관계 고려 없이 부당하게 증여로 단정, 과세했다”고 조세심판원에 소명했다.

 

반면 국세청은 “A씨가 이의신청 과정에서 따로 주장한 적이 없어 최초 변경전 고지를 유지했을 뿐이며, 다른 건도 두번째 변경전고지에 대한 이의신청 청구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감액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처분들은 더 이상 불복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변경후고지에 해당하는 나머지 처분들에서 은행대출금과 개인차입금은 A씨가 조달한 것으로 인정, 그 자금 자체는 증여추정에서 제외했다”면서도 “하지만 그 뒤 언니가 은행대출금을 대신 갚고 A씨가 개인차입금 이자도 부담하지 않은 점이 확인돼 증여로 봐 변경후고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우리가 변경후고지에 앞서 A씨에게 관련 소명을 요구했지만 A씨는 소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세심판원 담당 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들은 뒤 우선 “A씨가 당초 두 차례 변경전고지에 대해 불복(이의신청)을 제기한 이상, 해당 처분에 따른 과세표준 및 세액이 객관적으로 합당한지를 살피는 게 심리대상”이라며 “A씨가 실체적 적법 여부에 대해 이후 불복단계에서 제기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선 불복단계에서 주장하지 않았던 사항도 이후 단계에서 새로 주장할 수 있다고 본 것.

 

심판원은 또 A씨가 모친으로부터 받은 돈도 정황상 증여받은 게 아니라 꿔준 돈을 돌려받은 것임을 국세청도 인정한 만큼, 국세청이 이를 부인하기 위해 별도의 입증을 하지 못하는 한 모친에 꿔준 돈을 초과한 금액만 증여받은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이와 함께 국세청이 재조사결과 최초 변경전고지를 취소하지 않고 증여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사실 등을 포착한 다음, 처분에 앞서 A씨에게 소명을 요구했음에도 A씨가 소명하지 않아 이후 4차례 고지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판원은 “재산의 증여사실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할 사항”이라고 전제, “A씨가 출처 등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해 증여로 추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납득할만한 최소한의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이 부담해야 한다”면서 “국세청은 A씨가 소명하지 않아 과세했다고 하는데, 이는 과세권자로서 져야 하는 입증책임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문에서 밝혔다.

 

이처럼 심판원 결정의 핵심은 “A씨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는 게 아니라 “국세청이 A씨의 소명을 추가로 제시받아 다시 면밀히 조사한 뒤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심판원은 구체적으로 A씨가 모친으로부터 받은 돈 일부가 꿔준 돈을 받았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봐 관련 세금을 깎아 다시 과세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언니로부터 받은 돈은 진짜 꾼 돈이 맞는지, 맞다면 원리금을 제대로 갚았는지를 정확히 다시 조사해서 증여 여부를 판단, 다시 과세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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