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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구 관세청 차장 "관세분쟁은 통상전략 잣대, 행정기준 갱신 계기"

한국관세법판례연구회 주최 ‘대법원 관세 판례 회고 세미나’서 강조
박설아 판사, 관세판례 12건 분석, 과세가・품목분류 해석기준 제시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관세분쟁은 단순한 세금 문제를 넘어, 국제통상 질서와 국가재정질서에 직결되는 고도의 전략적 과제입니다.”

 

이명구 관세청 차장이 지난 22일 서울세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이후 대법원 판례 회고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이명구 차장은  “과세가격 결정과 품목분류, 원산지 판정, 감면제도 등에서 발생하는 법적 다툼은 그 자체가 관세행정의 기준을 새롭게 세우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판례가 말하는 해석의 흐름을 정확히 짚고 제도와 실무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관세판례연구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현직 판사들과 세관 실무자, 관세사, 변호사 등 약 20여명이 참석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박설아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총 12건의 주요 판례를  2시간에 걸쳐 집중 분석, 주목을 받았다.

 

 

박설아 판사 “판례는 살아 있는 해석 기준…실무자 판단의 좌표 돼야”

박설아 판사는 “행정은 유연해야 하지만, 기준 없이 유연하면 법적 혼란만 가중된다”며 “판례는 그 기준을 제시해주는 ‘살아 있는 행정 해석서’”라고 강조했다.

 

박 판사는 “실무상 통용돼온 관행이 법리적 검토를 거쳐 조정되는 과정이 판례에 응축돼 있다”며 “세관은 물론 납세자와 자문 전문 모두가 숙지해야 할 ‘판례 기반 매뉴얼’”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령은 추상적이지만 판례는 구체적이다. 향후 모든 고시, 해석, 판단 기준은 이 판례 흐름을 반영해야 실무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관세 행정과 법 해석이 법원 판례를 기초로 정비될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과세가격 산정 때 후행거래 중심”…처분권 시점에 주목한 대법원

박 판사는 ▲연속거래 과세기준 분쟁(SKTI-이란 석유공사) ▲시제품 연구개발비 과세 ▲무연탄 vs 유연탄 분류 다툼 ▲무상 수입과 제2방법의 적용 여부 ▲가산세 정당한 사유 범위 등을 대표 사례로 선정, 자세히 설명했다.

 

가장 먼저 다룬 SKTI 분쟁 사례는 SKTI 가 중개한 원유 수입 과정에서 ‘과세가격 산정 시 어떤 거래가 기준이 되느냐’는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선행 거래가 아닌 ‘처분권이 실제 이전된 후행 거래’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서울세관 심사총괄2과 이정식 과장은 “처분권 시점에 따라 과세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수입자 실무상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며 “향후 과세자료 제출 시에도 해당 시점 증빙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무형자산 포함된 거래는 과세가격 해석도 정교해져야”

시제품 수입 대가에 포함된 400만달러의 연구개발비를 ‘과세가격에 포함할 수 있느냐’는 쟁점이 또 다른 사례로 다뤄졌다.

 

박 판사는 “대법원은 기술자료가 납품의무 대상이 아니고, 연구개발비가 물품 개발과 직접 관련돼 있어 간접지급금액으로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반도체나 바이오 등 첨단산업 수입물품은 대체로 기술료가 결합돼 있다”며 “이런 판례가 향후 기술 이전 계약의 구조나 가격 협상의 틀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분석 위치보다 신뢰도가 우선”…무연탄 분류 다툼

입항 전 ‘무연탄’으로 수입신고 했지만 도착 후 ‘유연탄’으로 변경돼 개별소비세가 부과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선적지 분석보다 ‘도착지 검사 결과의 신뢰도’를 우선했다. 박 판사는 “단순 위치가 아닌, 채취 방법과 검사의 정합성이 기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관세청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선적지 분석서에 대한 맹신보다는 세관 자체 분석 기준 고도화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관세행정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보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지나치게 엄격한 가산세 제도…입법 개선 필요”

이날 또다른 공감대를 형성한 주제는 ‘가산세 제도’였다.

 

황남석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무 현장에선 본세보다 가산세가 훨씬 고통스러운 경우가 많다”며 “정당한 사유 인정 폭을 넓히든, 아니면 가산세율을 낮추든 입법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는 세관 내부 지침이나 해석 기준도 법원의 판단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판례에 기반한 규정 정비와 시스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산세 관련 판례에 대한 논의는 ‘실무 현실과 법리 적용의 괴리’를 드러내며, 향후 입법적 논의의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번 세미나는 단순히 판례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과세현장에서 마주하는 실질적인 분쟁 이슈와 법리 적용 간의 간극을 드러낸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받았다.

 

특히, 박설아 판사의 판례 분석은 단순 해설이 아니라 행정과 법률의 경계를 가늠하게 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세관 실무자와 민간 전문가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장에 참석한 한 실무자는 “이번 세미나는 관세 행정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교과서이자 방향타였다”며 “판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곧 행정의 신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과 행정, 실무와 이론, 민과 관이 함께 방향을 모색한 이날 토론회장은 ‘미래 관세행정의 나침반’을 찾기 위한 이정표로 제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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