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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관역사연구회, "국가 경제사와 국제 통상 역사 재조명"

16일 서울세관서 ‘한국세관역사연구 학술세미나’ 성황리 개최
이명구 관세청장 “관세 역사와 철학이 미래 혁신의 나침반 될 것”
정운기 회장 “구한말부터 현대까지 세관의 뿌리 찾는 작업 시급”
윤영선 전 청장 "미·중 패권 전쟁 속 관세는 외교 정책의 핵심”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과거 관세가 단순히 국가 재원을 확보하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국제 정치 지형을 흔드는 강력한 전략적 무기가 됐습니다. 변화의 파도가 거셀수록 우리는 관세 행정의 역사와 철학을 되돌아보고 이를 미래의 나침반으로 삼아야 합니다.”

 

16일 서울세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세관역사연구 학술세미나’에서 이명구 관세청장은 축사를 통해 관세 행정의 역사적 가치를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세관역사연구회(회장 이대복)와 관세발전포럼이 공동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전·현직 관세 관료와 학계 전문가들이 집결해 한국 관세 행정의 궤적을 짚고 미래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 이명구 관세청장 “관세는 국가 주권의 상징…정체성 확립이 자산”


이명구 관세청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관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청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서 보듯, 관세는 국제 정치·경제적 무기로 활용될 수 있는 강력한 정책 수단임을 전 세계가 알게 됐다”며 “현재 관세 행정은 AI 대전환, 공급망 재편, 경제 안보 위협 등 복합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100년이 넘은 한국 관세사의 여정을 학문적 관점에서 공유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세관 역사를 단순한 행정 연혁이 아닌 국가 경제사와 국제 통상사의 맥락에서 조명하는 이번 세미나가 관세 행정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정운기 관세동우회장 “역사의 뿌리 없는 행정은 의미 없어…사료 수집 절실”


정운기 관세동우회 회장은 세관 역사의 학술적 정리와 사료 발굴을 강하게 주문했다. 정 회장은 “오늘이 있는 것은 어제가 있기 때문이며, 역사의 뿌리를 모르고 세관 행정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구한말 세관 설립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세관이 수행해 온 위상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회장은 “1970년대 이전 재정 확보와 밀수 척결이 국가 운영의 핵심이었던 시절부터 80~90년대 전산화(EDI) 도입, 2000년대 FTA 체제 전환까지 우리 세관은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며 “분산된 역사적 자료를 하나로 모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기록화 작업에 관세청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 윤영선 전 청장 “미·중 패권 전쟁 속 관세는 외교 정책의 핵심”


제1세션 발표자로 나선 윤영선 제24대 관세청장은 ‘해방 후 역대 정부의 성장 정책과 관세 정책’을 주제로 한국 경제 발전사 속 관세의 역할을 분석했다.

 

윤 전 청장은 “1950년대 전후 복구 시기 관세는 재정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세입원이었고, 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는 수출 산업을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현재는 관세의 재정 수입 기능이 약화된 반면, 미·중 패권 전쟁과 보호무역주의 회귀 속에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적 도구’로서의 성격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 관세 정책은 단순한 세법의 영역을 넘어 미·중 패권 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외교 정책의 핵심이 됐다”며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복지 재원이 단절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재정 정책을 수립하는 데 관세 행정의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 전 청장이 발표한 시대별 관세 정책은 ▲1950년대, 전쟁 복구 세금 조달 중심과 고관세율 유지 ▲1960~70년대, 수출 주도 불균형 성장 지원, 수입 억제 및 차등 고관세 ▲1980년대, 물가 안정 역점, 점진적 수입 자유화 및 관세율 인하 ▲1990년대, WTO 체제 대응, 국제 규범 조화 및 국제 수준 세율 인하 ▲2000년대, 다자 협상 정체 속 양자 간 FTA 협정 추진 및 지원 ▲2020년대, 미·중 패권 전쟁 대응, 보호무역주의 및 비관세 장벽 극복 등이다.

 

토론에 참여한 장근호 전 재경부 관세국장은 “과거의 압축 성장은 국민의 희생과 우수한 공무원들의 사명감이 바탕이 됐다”며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한상필 관세발전포럼 부회장은 “관세 정책의 범위를 협의의 통관을 넘어 광의의 경제 정책 분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세션에서 민회수 홍익대 교수는 ‘한국 근대 해관의 창설과 관련 문헌의 현황’을 주제로 개항기 근대적 관세 제도의 도입 과정을 문헌사적으로 분석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박한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참석해 ‘조일수호조규와 두모진 수세사건’을 통해 두모진 사건을 관세 자주권 회복과 한일 통상·무역 경제사의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대복 세관역사연구회장(전 관세청 차장)은 두모진 수세사건에 대해 “조선 상인에게 부과한 내국세로 논리적 정당성이 있었음에도 일본의 압력으로 중단된 사건”이라며 “근대적 관세 주권의 중요성을 자각한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 세션에는 김재식 서원대 명예교수가 발제자로 참석해 ‘70년대 이후 관세 연구의 지식 생태계 형성 과정’을 발표하며 한국 관세 연구를 정책-실무-학문-국제표준이 순환하는 ‘실천기반학문’으로 정의했다.

 

이대복 한국세관역사연구회 회장은 “우리가 어디서 출발했고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묻는 질문은 곧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한국세관역사연구회는 세관 역사에 관한 학술적 연구 발표 및 회원 간의 학문적 교류와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2022년 10월 28일 창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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