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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역사연구회, "구한말 해관 제국주의 침탈 현장인가, 근대 행정의 요람인가"

한국세관역사연구회 학술세미나 개최...민회수 교수, 해관 사료의 방대한 현황 분석
김재석 부회장·라인호 법무법인 삼양 위원 등 "입체적 사료 통합 아카이브 구축 절실"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구한말 조선의 관문을 지켰던 '해관(海關, 현 세관)'의 역사적 실체를 규명하고, 흩어져 있는 방대한 사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학술의 장이 열렸다.

 

16일 오후 서울세관 대강당에서 한국세관역사연구회(회장 이대복)와 관세발전포럼이 공동 주최한 ‘한국세관역사연구 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전·현직 관세 관료와 학계 전문가들이 집결해 한국 관세 행정의 궤적을 짚고 미래 전략을 모색했다.

 

특히 제2세션 발표자로 나선 민회수 홍익대 교수는 '해관과 감리서 관련 자료의 현황과 성격'을 주제로, 1883년 해관 창설기부터 대한제국 시기까지의 조직 구조와 주요 사료 현황을 정밀 분석해 주목 받았다.

 

"외국인 실무-조선인 감독" 독특한 이원 체제의 탄생
민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조선의 해관은 청나라의 제도를 모델로 하여 1883년 부산, 인천, 원산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이원적 운영 체제'였다. 관세 징수 등 실무는 묄렌도르프, 메리 등 서구 출신 외국인 세무사들이 담당하고,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권한은 조선 정부가 임명한 '감리(監理)'가 갖는 구조였다.

 

민 교수는 "초기 감리들은 일본에 파견되었던 조사시찰단 출신들이 전문성을 고려해 배치되었다"며, "1886년 이후 감리가 관세 관리권을 실제로 갖게 되었으나, 청나라의 압박과 차관 이자 상환 문제 등으로 인해 점차 외국인 거주지 관리 등 행정 업무로 성격이 변화해갔다"고 설명했다.

 

"초서부터 영어 필기체까지" 사료 연구의 높은 장벽
민 교수는 이번 세션에서 연구자들이 주목해야 할 4가지 주요 문서군(중앙 외교부서-총해관 왕복 문서, 외교부서-감리서 왕복 문서, 세무사-총해관 왕복 문서, 감리-세무사 왕복 문서)을 정리해 발표했다.

 

그는 "규장각 등에 소장된 사료들은 상당 부분 디지털화되었으나, 해제(요약본)의 오류가 많아 원문 대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영문 필기체 보고서나 한문 초서 문서 등은 해독이 매우 어렵지만, 당시의 선표(선박 통항 허가증)나 청접(세금 결산보고서) 같은 실물 양식이 포함되어 있어 사료적 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단순 침탈론 넘어선 입체적 평가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는 해관을 바라보는 역사적 관점과 사료 관리 방안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김재석 세관연구회 부회장은 "국내 자료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은밀한 내부 사정을 알기 위해서는 로버트 하트 등 청나라 해관 관리들이 주고받은 8,000여 통의 비밀 편지(에로 문서) 등 외부 자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외국인 세무사들이 제국주의의 도구였는지, 근대 행정 체계의 이식자였는지에 대한 입체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라인호 삼양 관세법인 전문위원은 민회수 교수의 근대 한국의 감리서 연구 책을 소개하며 "해당 책은 세관과 관련 내용이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라인호 위원은 사료의 접근성과 실무적 가치에 주목했다. 그는 "해외 전문가들이나 중국 측 논문을 보면 해관과 감리의 이원론 체제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많다"며 "중국 세관 당국이 10년 단위로 정리한 한국 관련 데이터 등은 우리에게 자부심을 주는 동시에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민 교수의 연구가 일본의 만국품번 등 실제 세관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짚으며 학문적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민 서울대 연구교수는 일본 외무성 자료를 인용하며 "조선 동전으로 세금을 받지 않으려는 해관에 일본이 항의했던 사례 등을 볼 때, 외국인 세무사들이 국제 표준을 적용해 오히려 일본의 부당한 요구를 막아내는 방어막 역할을 했던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다.

 

관세청 차원의 '사료 통합 아카이브' 구축 건의
세션 막바지에는 방대한 자료를 개인이 연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정운상 관세동우회 회장은 "규장각이나 도서관에 산재한 자료뿐 아니라 개인이 소장한 희귀 자료까지 포함해 관세청 차원의 '중장기 사료 통합 아카이브'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력히 제안했다.

 

세관연구회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는 해관이 단순히 세금을 걷는 기구를 넘어 구한말 외교, 통상, 근대 행정이 교차했던 복합적인 공간이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향후 관세 행정의 뿌리를 찾는 연구와 사료 보존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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