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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집안 단속’ 나선 관세청...美 '비특혜원산지'가 한국産 운명 가른다

관세청, 수출품 원산지 관리 패러다임 전환…기업들, '실질적 변형' 기준에 새로운 도전 직면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최근 국제 통상 환경은 예측 불가능한 변화의 물결 속에 놓여 있다.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원산지'는 단순한 관세 부과 기준을 넘어 국가 간 통상 압박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관세청이 수출 기업의 원산지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법무법인 세종의 백혜영 변호사는 최근 ‘관세 무역안보조사에 대한 실무 해법’ 세미나에서 관세 조사의 핵심 쟁점이 된 원산지 관련 주요 내용과 기업의 선제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며,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 할 시점임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FTA와 별도로 적용하는 '비특혜원산지(Non-Preferential Rules of Origin)' 기준이 국내 수출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의 철저한 대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비특혜원산지는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무역 정책이다. 예를 들어 보복 관세, 수입 제한 등을 적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각국이 자국의 법규에 따라 독자적으로 정하며, 특히 미국의 경우 '실질적 변형'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비특혜원산지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만 발급이 가능하다.

 

 

왜 지금 '수출품 원산지'에 주목하는가?

그동안 관세청의 원산지 검증은 주로 수입 물품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는 자유무역협정(FTA)혜택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불법 수입을 방지하는 등 관세 행정의 전통적인 역할과 궤를 같이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 무역 환경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언에서 명확히 드러나듯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산지'는 단순한 관세 부과 기준을 넘어 통상 압박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며, 국가 간 외교적 지렛대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백혜영 변호사는 "과거 원산지가 단순히 관세 절감 여부를 결정하는 비용적 측면으로만 이해되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안보 및 통상 관련 핵심 수단으로 그 외연이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만약 해외에서 한국산으로 둔갑한 제품이 적발되거나, 우리 기업이 수출한 제품의 원산지 위반이 타국 세관에 의해 밝혀질 경우, 이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메이드 인 코리아' 전체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따라서 관세청은 이러한 외부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집안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출 물품의 한국산 여부를 물품이 도착하기 전, 이미 수출된 물품을 대상으로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한국산'으로 표기된 물품이 해외에서 문제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백혜영 변호사 역시 "아이가 밖에 나가서 혼나고 지적당하기 전에, 내 선에서 먼저 확인하고 훈육해 구색을 갖춰 세상으로 내놓겠다"는 비유로 설명하며, 우리 세관이 먼저 수출 물품의 원산지를 점검함으로써 불필요한 국제 분쟁을 예방하려는 의지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관세청의 이번 변화는 단순히 행정력의 확장을 넘어, 급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새로운 변수, '비특혜원산지'의 등장과 '실질적 변형' 기준

최근 대미 수출 기업들에게는 FTA 원산지 기준과는 또 다른 '비특혜원산지'라는 새로운 변수가 부상했다. 이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한 관세(철강, 알루미늄 등)나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상호관세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시 적용되는 미국 자체 기준을 말한다.

 

박 헌 관세청 국제관세협력국장은 "미국이 발표하는 상호관세를 포함한 모든 추가관세는 수출국이 아닌 원산지(country of origin)를 기준으로 부과되며, 이때 수출 기업에 생소한 비특혜원산지 기준이 적용된다"고 기업설명회를 통해 말한 바 있다.

 

비특혜원산지 기준의 핵심은 '실질적 변형(substantial transformation)'이다. 이는 2개 이상 국가의 제조 공정이 연결된 경우, 품명(name), 특성(character), 용도(use)가 변화하는 '실질적 변형'이 발생한 국가를 원산지로 판단하는 기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특혜원산지 기준이 우리 기업에 생소할 뿐만 아니라, 명시된 기준이 없고 사례 중심의 정성적 판단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조인걸 한국관세사무소 대표는 "중국에 거래처를 둔 국내 기업인이 최근 미국으로의 수출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확실하지 않은 비특혜원산지 기준이 모호해 철저히 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장 큰 위험은 한·미 FTA 기준으로는 '한국산'으로 인정되는 물품이 미국의 비특혜원산지 기준을 적용하면 '중국산'으로 판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산 철강을 한국에서 최종 가공한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 실질적 변형이 없었다고 판단되면 기본세율에 25%의 품목 관세, 여기에 대중국 추가 관세까지 붙게 되어 막대한 관세 부담을 안게 된다.

 

달라지는 검증 방식='수출 검증'의 전면 부상

관세청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수출 물품에 대한 FTA 원산지 집중점검에 나서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수입 물품 검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수출 물품 검증을 추가하여 관세 행정 업무의 외연을 확장하는 개념이다.

 

전통적으로 수입 물품 검증은 우리나라가 수입한 물건에 대해 원산지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수입자에 대한 국내 조사와 해외 수출자 및 생산자에 대한 국제 조사(직접 또는 간접 검증)를 포함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유럽연합(EU) 같은 경우는 상대국 관세청에서 우리 관세청으로 정보를 주고 한국산 인정 요건 충족 여부를 요청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미국 세관이 한국 수입자에게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각국별 검증 방식의 차이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이 수출하는 물품이 '한국산'으로서 FTA 특혜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관세청이 직접 확인하는 '수출 검증'이 강화된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물품이 선적되어 미국으로 가는 도중에도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미 수출된 물품을 대상으로 사후에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FTA 수출 자료 보관 의무 5년 이내에 수출된 물품에 대해 잘못된 원산지 판정이 확인될 경우, 이를 바로잡는 절차가 진행된다.

 

"한국산이 아닌데도 한미 FTA 요건을 충족한다고 하여 특혜를 받았다면 이는 FTA 위반이 된다"고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러한 사후 확인을 통해 잘못된 원산지 정보가 통보되면, 수출자는 수입자에게 이를 알려야 하며, 미국 수입자에게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는 선량하고 정상적인 수출업자를 보호하고, 잘못된 세율이 있다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산지 인정 기준에 대해 "단순히 도색하는 정도의 가공으로는 한국산으로 볼 수 없으며, 물품의 HS 코드가 바뀔 정도의 가공이나, 코드는 바뀌지 않았더라도 상당한 부가가치(예: 중국산 재료에 20~30% 이상의 부가가치)가 창출되어야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물품에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며, 한국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선별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굉장히 소수"의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출 검증은 수출 기업에게 새로운 형태의 원산지 관리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기업들은 관세 당국으로부터 '원산지 검증 통지서'를 받는 순간 검증이 시작되었음을 인지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백혜영 변호사는 FTA 원산지 요건으로는 ▲당사자 요건 ▲품목 요건 ▲원산지 요건(부가가치 기준, 세번 변경 기준 등) ▲운송 요건(직접 운송 원칙) ▲절차 요건(원산지 증명서 등) 등 5가지를 제시하며, 이 모든 요건을 갖춰야 FTA 특혜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석문 관세무역코칭연구원 대표(前 서울본부세관장) 역시 같은 세미나에서 수출기업들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사전심사제도(CBP Advance Ruling)를 활용해 수출업체의 통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전심사제도는 CBP CROSS(ruling.cbp.gov/home)에서 품명 또는 세번을 입력하면 CBP 사전심사 사례를 조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산 페로실리콘 덩어리를 일본에서 분쇄 및 파쇄 후 미국으로 수출한 사례의 경우, CBP는 실질적 변형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최종 제품의 원산지를 중국산으로 판정했다.

 

반면, 주방용 스테인리스강 싱크를 태국에서 제조하고 중국산 부품과 함께 포장하여 미국으로 수출한 사례에서는 태국에서 생산된 싱크가 최종 제품의 본질적 특성을 부여한다고 보아 원산지를 태국으로 판정했다.

 

이처럼 원산지 관리 패러다임 전환과 비특혜원산지라는 새로운 변수는가 수출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숙제를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Tip. 백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의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수출 기업의 조건.

첫째, 내부 원산지 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강화해야 합니다. 제품별, 품목별, 그리고 각 FTA 협정별로 원산지 판정 기준을 명확하게 수립하고, 관련 부서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원재료 구매 내역, 생산 공정 기록, 부가가치 계산 내역, 공급업체 원산지 확인서 등 원산지 증명에 필요한 모든 증빙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아가, 자체적으로 원산지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정기적인 내부 감사를 실시하여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발견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원산지 관련 전문성을 확보하고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FTA 협정별 원산지 규정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관련 담당자들은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전문성을 높여야 합니다.

 

특히 비특혜원산지 기준처럼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이해를 심화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관세사, 변호사 등 원산지 분야 전문 인력의 자문을 받거나, 외부 컨설팅을 통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셋째, 관세청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관세청은 중소기업의 원산지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원산지 검증 대응 지원사업'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원산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입니다.

 

또한, 최신 통상 정책 및 FTA 개정 사항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확인하고, 관세청의 설명회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넷째, 위험 관리 및 비상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자사 제품 중 원산지 판정이 복잡하거나, 특정 국가의 규제 강화 가능성이 높은 품목 및 시장을 식별하여 집중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비특혜원산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 철강 등 민감 품목 수출 기업은 더욱 면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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