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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자수첩]금감원장 인선, 속도보다 안정성이다

(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2주가 흘렀다.

 

퇴임 당시만 해도 차기 금감원장의 인선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었지만 최근에는 수많은 하마평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자 금융업계의 관심은 다시 차기 금감원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현재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은 원승연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과 김오수 법무연수원장,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 등이 있다. 이외에도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 조훈 KAIST 교수, 황성현 인천대 교수 등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산적해있는 금융개혁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금감원장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져오는 이른바 금융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서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기 금감원장 인선에서 속도를 중시하다 자칫 금융개혁의 동력 자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미 금감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기식 전 원장까지 두 명의 최단명 원장을 겪었다. 혹시나 빠른 선임을 위해 검증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인물을 임명한다면 세 번째 단명 원장이 나올 우려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개혁 동력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현 시점은 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김 전 원장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미 금감원장의 존재는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된 상태다. 김 전 원장 사퇴 이후 야당은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한 청와대에 ‘인사실패’의 책임을 강하게 요구했고 여당은 외유성출장, 셀프 후원금 기부에 대한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주장하며 대응했다.

 

차기 금감원장이 누구로 결정되든지 그는 유례없는 국회의 혹독한 검증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 시기가 지방선거 전이라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청와대가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개혁적 성향이 아닌 인물을 임명한다면 그 역시 금융개혁과는 멀어지는 선택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과거 김기식 전 원장의 논란과 관련해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라며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두 가지 선택 사이의 고민을 언급한 바 있다.

 

현재 금감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김 전 원장의 사퇴 직후 “이럴 때일수록 감독기구 본연의 소임을 완수하고 내부 경영 혁신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하며 공백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저축은행 예대율 규제 등 김 전 원장이 추진하고자 했던 개혁 정책들 역시 현재 비교적 무리 없이 수행 중이다.

 

금융개혁에 있어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철저한 검증을 거친 인물에게 금융개혁의 키를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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