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 윤동주 (낭송 최현숙)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1]', '라이너 마리아 릴케[2]'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시인 약력] 윤동주
1917년 출생(1945년 별세)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활동
1941년 연희전문학교 졸업
(항일운동중 체포되어 광복을 앞둔 1945년 2월 일본 형무소에서 생을 마침)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
*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41년에 자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광복 후에 다른 유고와 함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라는 제목으로 간행됨
[감상 양현근]
마치 어머니에게 얘기하듯 타향에서의 외로운 마음을 풀어내고 있다. 별이라는 상징성과 구원의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있으며, 어머니를 통하여 추억과 고향을 떠올리고 있다. 시인은 멀리 타향에 있고 어머니는 고향 북간도에 있다. 어머니와의 먼 거리를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은 변함없는 별빛이다. 비록 지금은 스산한 가을이고 추운 겨울이 닥쳐오겠지만, 시인은 참고 견디면 봄이 오리라 믿는다. 일제하에서 유랑하듯 타향을 떠도는 한국인의 애환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낭송작가 최현숙]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한국시예술문화연구회장
공감시낭송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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