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tfmedia.co.kr/data/photos/20250518/art_17461485448998_9243fc.jpg)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2025년 4월 한국 수출이 582억 달러(약 83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며 4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도체·바이오헬스 등 주력 산업이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지만, 대미 수출은 6.8% 감소하며 한미 통상 마찰의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 경제·통상 협의를 총괄하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격 사퇴로 대외 신인도와 협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 내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대미 수출 악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 반도체·바이오 수출 호조…전체 무역 흑자 유지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4월 수출은 전년 대비 4% 증가한 582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4월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는 D램 고정가격 반등과 고부가 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117억 달러(+17%)를 기록했고, 바이오헬스(+22%), 무선통신기기(+27%), 이차전지(+14%) 등도 호조세를 보였다. 농수산식품과 화장품 역시 각각 9%, 21% 증가하며 4월 기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수입은 에너지 부문 감소(원유 –20%, 가스 –11%)로 인해 3% 줄어든 533억 달러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49억 달러 흑자로 3개월 연속 플러스를 유지했다.
◇ 대미 수출은 ‘역풍’…자동차·반도체 급감
하지만 대미 수출은 자동차(–16.6%), 반도체(–31%), 일반기계(–22.6%) 등 주력 품목에서 큰 폭 감소하며 106억 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3월부터 적용한 고율 관세의 영향이 수출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 수출 역시 7.1% 줄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철강 등 주요 품목은 계약에서 실제 선적까지 2,3개월의 시차가 있어, 5,6월부터 수출 감소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최상목 사퇴로 통상 협상력 약화…신용등급 영향도 우려
이런 가운데 최상목 부총리의 전격 사퇴는 ‘7월 패키지’로 불리는 한미 통상 협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최 부총리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함께 2+2 경제안보대화 구상과 관세 폐지 협의 틀을 마련해 온 핵심 인사로, 정책 연속성이 단절되면 한국의 협상 주도권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는 비상계엄 국면 이후 국제 신용평가사와 주요국 재무장관을 대상으로 대외 신인도 방어전을 벌이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AA(안정적)’ 유지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번 사퇴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며, 향후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외부 여건 악화와 수출 품목 간 양극화, 그리고 리더십 부재는 경제 전반의 성장 가능성에도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0.7%로 1%p 낮췄다. 연구원은 “소비와 투자의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트럼프의 관세 인상 정책 등으로 수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달 1분기 GDP가 –0.2% 역성장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6월에 발표될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기존 1.5%)을 대폭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 흐름은 외환위기(1998), 오일쇼크(1980), 코로나 팬데믹(2020)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의 관세 강화 등 불확실한 대외환경 속에서도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치적 리더십 공백과 신뢰 약화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향후 대미 수출 전망…"상반기 내 반등 어려워"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미 수출의 반등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대선 정국과 연동되며 추가 조치가 예고된 만큼, 상반기 중 자동차·철강 중심의 수출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관세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돌파구 마련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무역 전문가는 “정치 리더십 공백은 외국 투자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로 비춰질 수 있다”며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고 후임 경제 수장의 대외 신뢰를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