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관세청 핵심 브레인 조직’,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
‘관세국경 파수꾼(Targeter)’들의 24시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국민안전 vs 신속통관 상반된 가치 ‘동시 구현’ 법규준수도 관리부터 AI 활용까지 정밀 ‘타깃팅’…실시간 위험 관리 급변하는 물류사회 ‘첨단 시스템과 기관별 협력’으로 국경 지키는 파수꾼 지난 5월 20일, 서울세관 대강당은 수출입업체와 관세사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관세청이 주최한 ‘법규준수도 개편 설명회’에 참석한 이들은 개편 내용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회를 주관한 곳이 바로 관세청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CBTC; Customs Border Targeting Center)라는 사실에 의문을 갖게 됐다. 위험 관리를 담당하는 줄로만 알았던 센터가 왜 굳이 기업의 법규준수도 개편을 설명하는 것일까? 이 의문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관세청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를 직접 찾아가 보았다. 위험 관리의 시작점, ‘법규준수도 관리’ 송기웅 관세청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 총괄기획팀장은 해당 질문에 대해 “법규준수도 관리는 위험 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자 핵심”이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매년 1억명에 달하는 여객과 7천만 건 이상의 수출입 화물, 그리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해외 직구 물량까지, 이 방대한 물동량을 제한된 인력으로 모두 검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35년간 무역거래량은 약 1744% 증가한데 비해 세관 직원은 1990년대 이후 4420명에서 2024년 5303명으로 단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관세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험 가능성이 높은 대상인 업체나 물품을 정확히 선별해야만 효율적인 국경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해당 업체나 개인이 관세 관련 법규를 얼마나 잘 준수해왔는지 여부다. 센터는 약 53만개에 달하는 수출입 기업, 물류 업체, 관세사 등의 법규 준수도를 평가하고 관리한다. 전자통관 시스템에 축적된 신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오류를 파악하고, 범칙 사건 발생 여부나 관세 협력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점수를 산정한다. 법규준수도가 높은 업체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다고 판단해 불필요한 검사를 줄여 신속한 통관을 지원함으로써 기업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덜어준다. 반면, 법규준수도가 낮은 업체는 위험도가 높다고 보고 집중적으로 관리하여 불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한다. 이처럼 법규준수도 관리는 단순히 규제 준수 여부를 넘어, 효율적인 위험 관리와 성실 기업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적정화’를 이루어 내는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법규준수도 관리 업무는 지난 2021년 3월 30일 심사국에서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로 이관되었다. 이명구 관세청 차장은 “업무 분야별 다수의 법규준수 제도가 운영되어 행정의 비효율성이 있었다”면서, “업체의 자율적 법규 준수를 높이기 위해 통합을 추진했다”고 조직 개편의 이유를 밝혔다. 관세청의 핵심 브레인,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는 2017년 2월에 출범했으며, 관세청 차장 직속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명구 관세청 차장은 당시 센터 구축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다. 이 차장은 “센터가 차장 직속으로 운영되는 것은 그만큼 관세청 내에서 위험 관리 업무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조사국, 통관국, 정보국 등 각 국의 업무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며 통합적인 위험 관리를 수행하는 데 있어 이러한 조직 구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센터는 위험관리센터장을 중심으로 총괄기획팀, 선별관리팀, 전략분석팀, 국민안전협업정보팀, 해외정보팀으로 총 26명이 구성되어 있다. 특히 국민안전협업정보팀은 환경부, 식약처, 국가기술표준원, 무역안보원 소속 전문가와 합동근무를 하고 있으며 소속 기관 관할 위험정보 입수, 분석, DB화 하기 위해 합동근무 중에 있다. 센터에서 모아진 정보와 핵심 위험 사례는 각 세관별로 전파 돼 해당 세관에서는 마약, 불법총기류, 환치기, 관세 탈루 등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 체계적인 국민 안전망을 구축해낸다. 특히 해외정보팀은 관세청으로 들어오는 모든 위험 관리 해외 정보의 채널 역할을 하며, 약 70여개 국가의 위험 관리 조직과 채널을 구축하여 정보를 교환한다. 관세청 통합위험관리시스템(IRM: Integrated Risk Management System)’은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자통관 시스템과 함께 해외 15개국에 수출된 전자통관 시스템 중 11개국에 위험 관리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AI 기술, 위험 관리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통합위험관리시스템’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는 최근 첨단 기술을 활용한 위험 관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은 센터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급증하는 해외 직구 및 특송 화물 속에서 마약류, 총기류, 유해 성분 포함 물품 등 불법 물품을 효과적으로 선별하는 것은 사람의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정구천 관세국경위험관리 센터장은 “AI 위험관리시스템은 신고 즉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기존보다 정보 분석 시간을 단축시키고, 사람이 놓치기 쉬운 위험 패턴을 스스로 찾아내 적발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AI는 과거의 적발 사례, 신고 정보, 물품 특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위험 가능성이 높은 화물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선별한다. 이를 통해 고위험 물품은 집중 검사하고, 정상 물품은 신속하게 통관시키는 효율적인 프로세스가 가능해졌다. 센터가 운영하는 통합위험관리시스템(IRM; Intergrated Risk Managemet)은 AI를 포함한 다양한 분석 기법을 활용해 여행자, 특송, 우편, 일반 화물 등 여러 채널의 정보와 조사, 정보, 심사, 통관 등 관세 행정 전반의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여 분석한다. 이는 마약 밀수와 같이 한 경로가 막히면 다른 경로를 시도하는 ‘풍선 효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변화하는 밀수 트렌드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현장에서 사용되는 이온 스캐너, 라만 분광기 등 과학 장비를 활용한 검사결과와 전자통관 시스템(UNI-PASS)에서 축적되는 방대한 데이터 역시 AI 분석의 기반이 된다. 정구천 센터장은 “올해는 최근 급증한 해외 직구에 대응해 특송 목록 선별 모델을 개발해 내년부터 통관 업무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일반 수입, 화물, 여행자, 개인수입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위험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2024년 정부혁신 왕중왕전’에서 ‘빅데이터·인공지능(AI)활용 디지털 관세행정 본격 수행’ 사례로 행정안전부 장관상(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협업과 헌신으로 국경을 지키는 파수꾼 관세청은 마약류를 포함한 약 11개 품목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여 단속하고 있다. 총기류, 불법 식의약품, 환경 유해 물품 등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물품뿐만 아니라, 세액 탈루, 원산지 허위 표시, 지식재산권 침해, 외환 거래 위반 등 경제 질서를 해치는 행위도 주요 단속 대상이다. 이러한 위험 관리를 위해 유관 기관과의 정보 공유는 필수적이다. 산업부, 환경부, 식약처 등 유관 기관의 불허 정보를 관세청이 공유받게 되면, 해당 물품의 수입자나 해외 공급자를 타깃팅해 2차, 3차적인 불법 수입을 차단할 수 있게 된다. 관세청은 현재 이를 위해 유관 기관의 불허 정보를 관세청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관세법 개정도 추진 중에 있다.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는 폭증하는 물동량, 진화하는 밀수 수법, 제한된 인력, 그리고 때로는 대중의 오해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다. 특히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관세 공무원이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 국민들이 세관 조직에 대해 편견을 갖기 쉽다는 점은 센터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센터 관계자들은 “실제로는 어느 기관보다 청렴하고 엄격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국민 안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탐방을 통해 대한민국 관세청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국경을 관리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기업들의 법규 준수도 관리부터 첨단 AI 기술 활용, 국내외 협력까지,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는 국민 안전과 무역 원활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국경의 파수꾼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구천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장 미니 인터뷰] 2017년 초창기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에 초기 멤버로 알고 있습니다. 관세청 코로나19미래전략추진단 팀장, 관세청 자유무역협정집행과장 이후에 다시 센터로 오신 배경이 있나요? -관세국경위험관리센터는 관세청에서 가장 역동적인 조직입니다. 여기서는 ‘잠시’라는 마음은 없습니다. 시시각각 변화는 사회 현상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민감하게 대처하는 노력이 있어야지만 온 국민의 안전망을 지킬 수가 있죠. 거기에서 오는 보람이 있습니다. 잠시도 쉴틈이 없지만 그만큼 국민을 위한다는 자세로 임하며, 제 스스로 삶의 가치를 높게 느끼고 있습니다. 센터 내부 소통과 조직 문화 측면에서 중점을 두고 계신 방향은? -투명하고 개방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각 팀과 함께 회의를 하며, 팀별로는 사안이 있을 때 수시로 회의를 통해 현안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정보를 파악하고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 저희 역할이기 때문이죠. 각 세관별과도 화상회의를 통해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시스템 상 물품 신고 사항과 현장에서의 현품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수시로 현장과 소통하는 것이 이미 일상화 되어 있습니다. 제가 관리자로서 직원들이 일하는 동력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직원들 하나하나에 대한 성장성을 지목 하고 아낌없이 격려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도 조직 문화를 이끌어가는데 한 축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 하나하나에 대한 성장성을 파악하고 아낌없이 격려하며 함께 나아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업무 추진 과정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마약‧테러용품‧불법 의약품 등의 밀반입 급증에 비해 한정된 정보 접근과 인력 부족으로 동시 다발적인 위험에 대한 대응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적시성 있는 위험관리 조치 및 관련 기법 고도화를 위해서는 각 세관과 유관기관 내 위험관리 전담조직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제도 개선 방안이 있다면? -센터는 ‘통합위험관리(IRM)'의 중장기적 목표를 갖고 유관기관 합동근무 정기 직제화를 통한 통합 타깃팅 고도화, 법규준수도 기반의 관세행정 위험관리 및 자율적 법규준수 제고 그리고 한국형 위험관리기법 모델 개발‧확산을 통한 해외 관세행정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