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3 (토)

  • 흐림동두천 1.8℃
  • 흐림강릉 4.8℃
  • 서울 4.2℃
  • 흐림대전 5.2℃
  • 구름조금대구 3.3℃
  • 구름조금울산 6.4℃
  • 광주 7.0℃
  • 구름조금부산 10.0℃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3.9℃
  • 흐림강화 2.1℃
  • 흐림보은 5.2℃
  • 흐림금산 3.4℃
  • 구름많음강진군 9.1℃
  • 구름조금경주시 1.2℃
  • 구름조금거제 10.0℃
기상청 제공

문화

[클래식&차한잔]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J.Brahms Symphony No.3 Op.90 3mvt

(조세금융신문=김지연 객원기자) 한 해의 끝에서 듣는 음악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입니다. 지나온 발자취들을 돌아보면서 일 년의 삶에 대한 성찰과 함께 새로운 다짐으로 새해를 기다리는 시간들입니다.

 

마지막 남은 한 달이 아쉽기만 합니다.

 

브람스의 교향곡 3번 F장조. Op.90 3악장은 바로 이러한 때, 한 해의 끝자락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브람스의 인생이 담긴 교향곡

 

이 교향곡은 1883년, 브람스가 50세가 되던 해에 쓰여졌습니다.

 

그는 이미 앞서 작곡한 교향곡의 성공으로 인해 베토벤의 정신을 이어받아 ‘고전적 균형과 낭만적 깊이를 완벽히 결합한 작곡가’로서 그 시대에 유럽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정점에 있던 그 시절에 작곡한 이 3번 교향곡에서 거장다움을 과시하여 웅장하거나 비극적 긴장이 감도는 화려함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그 에너지를 안으로 끌어들여 인간 내면의 평화와 성찰을 그리기로 선택했습니다.

 

그 시절 브람스는 오랜 벗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클라라 슈만과의 관계 속에서 복잡한 감정을 겪고 있었습니다. 클라라는 스승인 슈만의 부인으로서 브람스가 평생 사랑했으나 결코 완전히 다가갈 수 없었던 존재였습니다.

 

그는 이 악보의 서두에 “F_A_F”라는 세 글자를 새겨 넣었습니다. 이 글자는 교향곡 3번의 모토를 보이기 위함도 있지만, 그가 자주 사용하던 신념의 표어, “Frei aber froh (자유롭지만, 행복하게)”의 약자이기도 합니다. 이는 브람스의 음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의 자유는 늘 고독이 동반되었고, 그 고독은 음악 속에서 가장 따뜻한 행복으로 변모했습니다. 이루지 못하는 사랑으로 혼자서 외로움과 동거하던 그를 오로지 음악이 위로하고 행복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3악장. ‘Poco Allegretto’의 독특한 아름다움

 

보통 교향곡의 세 번째 악장은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스케르초(Scherzo)가 자리합니다.

 

그러나 브람스는 전통적인 형식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여기에 느리면서도 서정적인 악장을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곡 전체의 정서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3악장을 화려함이 아닌 고요한 사색의 중심축으로 만든 것입니다.

 

f단조의 서두로 비올라와 첼로가 부드럽게 노래하는 첫 선율은 잊혀질 수가 없는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곡 시작 몇 마디 안에 지난 시간의 회한과 따뜻한 그리움이 동시에 배어 있습니다. 현악기로 만들어 낸 이 선율은 브람스 특유의 숨겨진 감정의 언어처럼 들립니다.

 

단순한 세도막형식이지만 브람스의 천재성은 그 단순함 안에서 섬세한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조용히 위로해주는 음악

 

브람스는 이 곡을 통해 말없이 삶을 관조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곡은 후반부로 갈수록 절제된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그 절제 속에서 진심이 가장 잘 들린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선율은 거창하지 않지만 묵직한 따뜻함으로 마음을 감쌉니다. 이루지 못하는 사랑으로 여전히 아팠지만 그래도 잘 견뎌온 자신에게 주는 감사의 선율인 것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이 곡을 들으며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무엇을 이루었는지 성과를 카운트하기보다는, 음악을 들으며 크고 작은 삶의 굴곡들을 어떻게 견뎌왔는지를 더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해왔어요.”

 

브람스의 음악이 들려주는 위로의 언어입니다.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듣기

 

[프로필] 김지연

•(현)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

•(현)이레피아노원장

•(현)레위음악학원장

•(현)음악심리상담사

•(현)한국생활음악협회수석교육이사

•(현)아이러브뮤직고양시지사장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