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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칼럼]국세청 연령명퇴 인사에 얽힌 기구한 사연들

(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해마다 인사철이 되면 국세청이 들썩들썩한다. 금년에도 예외가 아닌 듯 인사 하마평이 설왕설래 무성하다.

승진이나 영전까지는 좋으나 매년 정기 전보인사 시즌에는 좌천당하는 인물이 꼭 있기 마련이어서 너나없이 가슴을 조아리는 경우가 생겨난다.

인사와 관련된 화제는 비단 이 뿐이 아니다. 6월과 12월을 빗대서 ‘잔인한 달’이라는 은어가 세정가 저변에 은밀히 스며 든 지 오래다. 국세청만이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세무서장급(4급) 연령명퇴 인사행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법정 정년보다 2~3년 앞당겨 자진사퇴하기 때문에 올해는 1957년생이 그 대상자다. 생년월일이 상반기면 6월말에, 하반기면 12월말에 국세청을 떠나야 한다.

지난 11월 25일, 57년 연령명퇴 대상자가 지방청 인사라인 앞으로 명퇴신청서를 일제히 제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흔히들 얘기하듯 후진을 위해 떠나면 용퇴이고 권고에 의한 사직은 퇴직이 되는 셈인가.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명퇴자가 생길 수도 있다. 이른바 옷을 벗는데도 원인동기의 모양새가 다를 수가 있다는 얘기이다.

색깔이 틀려서 정정당당하지 못하고 대세에 묻어가는 꼴은 칼라 풀하지 못한 탓에 마음의 상처로 남을 여지를 남기게 됐다는 세정가 일각의 여론을 새겨 봄직하다. 

싸인을 다 해 놓고 무슨 뒷담화이냐고 호통 치면 할 말이 없겠지만 반평생을 바친 일터여서 애증이 남다르다고 피력해도 무리없는 말인 것 같다.

관례대로라면 58년생은 2016년이라야 해당되지만 올 명퇴 신청 때 상반기 해당 서장들을 권고명퇴토록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절절한 사연이 있을법하다.

서울국세청의 경우만 봐도 57년생이 4명인데, 5명의 58년생 서장이 함께 명퇴신청을 마치고 세무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는 전문이다. 자진신청 결과라고 단언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서먹서먹한 구석이 엿보인다.

강남권역의 L서장은 명퇴권유가 있기 전 부터 자진명퇴 신청할 만큼 적극적이었고 경기서북부권 K서장은 아쉽지만 대세에 따른다는 수용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영등포권역의 K서장은 중부청 관내 서남부권역의 H서장과 58년 동갑내기 부부 세무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내년 하반기에 명퇴 대상인 부인 K서장이 상반기 명퇴 대상인 남편 H서장보다 먼저 이번에 자진해서 명퇴 신청을 함으로서 주위 동료들로 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는 뒷얘기가 훈훈함을 느끼게 한다. H서장은 과연 현모양처로 불리는 부인 K서장의 내조의 기(氣)를 받아 서울 입성이 이루어질지 여부도 관심 포인트가 됐다.

연령명퇴가 낳은 진기한 사연들을 취재하다보면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이 진로에 대한 방향설정을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읽을 수가 있었다. 명예퇴직 신청을 마친 27명의 세무서장급의 0순위 고민 대부분이 ‘제2인생의 개척’에 대한 진로결정이라고 단정해도 무방할 것 같다.

명퇴신청을 끝낸 어느 서장은 “개업을 해도 세무대리인의 수임시장이 만만치 않고 그룹형 대형법인의 러브콜이 선뜻 내키지 않아서 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막연하다”는 심정을 조심스럽게 털어 놓는다. 그나마 눈치 덜 보이는 지점법인 쪽으로 개업의 진로를 맞추어 나가는 추세인 것 같다. 

큰 흐름이 ‘계속 존치’에 있다면 언젠가는 그 누군가도 한 번은 당할지 모르는 연령명퇴이다. 용퇴이던 권고퇴직이던 간에 후진에게 길을 터준다는 의미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 하겠다.

“제가 하고 싶지 않은 바를 남에게 주지 말라”고  삶의 덕행을 설파한 공자의 말씀이나 “내가 하고 싶은 바를 남에게 베풀어라”하고 지혜의 섭리를 주창한 예수의 가르침을 되새겨보는 이 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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