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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칼럼] 국세청의 혁신세정 ‘명암’

 

(조세금융신문=김종규 본지 논설고문 겸 대기자) 과세권자와 납세자는 조세법적 채권, 채무 계약 관계다. 사유재산에 대한 세무 조사권 행사가 가능한 과세권자는, 그래서 세금 부과를 당하는 납세자와 서로 다르다.

 

받는 자와 내는 자가 뿌리 박힌 종속 관계를 형성해 온 세정사적 사실 때문일까. 과세권자가 세정현장에서 이른바 갑질을 자행하려는 경향이 짙었던 해묵은 ‘갑질 경험칙’을 말끔히 지우기에는 아직도 거리감을 남긴다. 수직관계가 더 익숙했던 세정관습을 지금껏 탈피 못 한 건지 긴가민가하다.

 

서로 다른 인식 차이가 빚은 오해와 진실은 세무조사 현장에서 종종 불거지는 다툼이다. 납세자는 사유재산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합법적 절세의 지략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과세권자는 재정조달이라는 대의명분과 공권력을 앞세워 공적인 세무조사권 강화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칼자루를 쥔 과세권자의 관료적인 군림과 권위주의적 작태가 어쩌면 만연했을 것이다. 세수 제일주의 시대의 추계과세 행정은 말 그대로 극치였기에, 아마도 그리했으리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간다.

 

사실 납세자 중심 세정을 주창하고 실행에 옮긴 지는 꽤 오래다. 남덕우 재무부장관 재임 때다. 직제를 변경, 세정 차관보 자리를 신설하고 납세자 위주로 세법 제도를 손질하기 시작한 그때부터라고 해도 무방하다. 국세청 개청 멤버인 배도 세정 차관보는 남 장관의 ‘납세자 사랑’의 세법 개정에 각별하게 심혈을 쏟는다. 그러나 과세당국이 납세 서비스 모습을 확실하게 보이지 못한 역사적 뿌리가 깊다 보니 눈에 띄게 어필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선진 세정 기반 확충에 더디게 더딘 흔적을 남기게 된다.

 

과세권자와 납세자 간에는 불편한 관계가 필연이다. 터놓고 얘기하면 뺏는 자와 빼앗기는 자의 인식 차이로 불거지는 악성 관계나 진배없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납세자는 국세행정 움직임을 민감 그 이상으로 과몰입해왔고 세금 관련 업무 접촉을 불편하게 생각했었을 것이다. 국세당국의 과세권 행사가 납세자의 권익보장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비롯된 부산물이라고 믿게 하는 대목이다.

 

언젠가 감사원이 밝힌 세정신뢰도를 보면 납세자의 권익보호 실상은 외화내빈 그 자체다. 속 빈 강정 같다는 비유다.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승인 없이 세무조사대상 과세기간을 확대해서 조사를 받게 했는가 하면 조사국장 승인 없이 금융거래를 조사도 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그 당시만 해도 특권인 양 조사권만 휘두른 과잉조사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구태를 탈피 못 한 세무행정의 찌든 구습이자 한 단면이다.

 

-받는 자와 내는 자의 인식 차이에서 빚어지는 불편 관계는 ‘필연’

-복지부동하며 부화뇌동하려는 듯한 작금의 세정현실이 안타까워

-‘김창기 국세청장호’ 납세자 중심축의 새길을 뚫고 함께 달릴 때

 

굳이 풀이하자면 나라 곳간을 비울 수 없는 노릇이기에, 국세당국은 한 톨의 세금이라도 공정, 투명하게 따져서 적기에 걷어 들여야만 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일방적 강제 수탈한 잔재가 숨어 살아있어서인지, 추계과세 행정을 선호할 만큼 국세행정이 고착화되어 버린다.

 

‘선자납 후검증’ 과세기법은 분명 선진 조사 기법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납세 환경에 잘 맞는 세무행정이 못 된다는 시각 때문에 부과징수에 손쉬운 추계과세제를 고집했고, 신고 시인보다 부인 쪽에 국세 당국의 부과 칼날이 더 번득여져 왔다.

 

천상의 과세기법이나 된 것처럼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다가는 세원 일실은 불을 보듯 뻔하게 된다.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깜빡할 사이 녹록하지 않은 지금의 세수 현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21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마이너스 세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고 혹평하듯, 벌써 수조 단위의 ‘세수 부족’ 늪에 빠져 버렸다.

 

‘마감 세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하나마나한 예산회계 연도 말 결산이다. 머지않아 국세청은 회갑의 나이테를 드리우게 된다. ‘세수 청’다운 자긍심을 한껏 뽐내려면 그 한 세월 업적, 부끄럽지 않은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그러기에 지금 당장 절대 필요 컨셉은 주춤거리지 말고 발 빠른 변화뿐이다.

 

제도권 안에서 보는 변화란 물리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제도든 행정이든 간에 그것이 지닌 속성 탓에 말처럼 쉽지가 않다.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고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사안이 왜 없겠느냐는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가 엄청 함축성 있게 들린다. 안팎의 여건 변수 강도에 편승하여 어쩌면 복지부동(伏地不動)하거나 부화뇌동(附和雷同)하려는 듯한 작금의 세정현실이, 그래서 정말 안타깝고 더 간절하게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도약 2023을 외친 ‘김창기 국세청장호’는 줄곧 ‘혁신’을 주요 키워드로 세정현장의 목소리를 귀담기에 게을리하지 않는다.

 

미리‧모두 채움 확대 등 신고 도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납세자 불편해소를 위해 지능형 홈택스로 개편도 서둘렀다. 장려금 자동신청제도를 도입했는가 하면 총 세무조사 규모도 축소했으며 사전 통지 기간도 20일로 확대하고 세무조사 유연성 확장 방침도 당차게 세웠다.

 

납세자권익보호 행정을 적극적으로 효율화해나가고 과세 전 검증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여나가기로 결의도 한다. 우수 신규직원이 조기 성장할 수 있도록 인사기준도 보완할 요량으로 ‘1대1 직접 대화’, 현장 목소리를 실무 인사행정에 반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살가운 아이콘들이다.

 

혁신의 길이 따로 있다고 안 본다. 적자든 흑자든, 미달이든 달성이든 간에 성패에 파묻히지 말고 얼른 돌파구를 찾아 올곧게 뛰어가야 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건과 환경은 변하기 마련이다. 이 또한 세상 순리이자 이치이다. 찐(眞) 주인처럼 납세자를 떠받들고, 그들을 중심축으로 새롭게 뚫은 길로 함께 가면 된다. 바로 지금이 그 길을 한량없이 갈고 달릴 때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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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전두환 정권 때 저질러진 최악의 통폐합시나리오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영화 서울의 봄과 고 전두환 대통령의 유해가 국민들의 냉대 속에 안식처를 못 찾고 방황하는 가운데 필자에게는 80년 전두환 정권이 저질러놓은 최악의 산업통폐합조치 시나리오가 생각난다. 우리나라는 법정주의다. 무슨 조치이든 정권이 시행하려는 조치는 법적근거를 구비하여야 함에도 이 산업통폐합조치는 사업에 무지한 몇 사람의 군인 머리에서 나온 임시조치에 불과할 뿐인데도 국가 전반적으로 엄청난 회오리를 몰아쳤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코미디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라 부르고 싶다. 필자는 당시 대우그룹기획조정실에 근무했기에 그 어이없는 현실을 직접 체험했다. 어느 날 고 김우중 회장은 필자를 불러 사흘 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과 함께 최고 국보위위원장인 전두환을 독대하는 자리에 의사결정을 통보할 모종의 전략적 검토를 지시했다. 이것은 대우그룹과 현대그룹이 동시에 소유한 중공업과 자동차의 이원화된 산업을 일원화하는 산업통폐합조치였다. 대우는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를 소유했고 현대는 현대양행, 현대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의 글로벌 경제상황이 오일쇼크로 휘청이던 상황에서 우리나라 중공업, 자동차산업도 과잉, 중복투자로 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