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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 회계

안택순 조세심판원장의 908일..."오직 납세자만 바라봤다"

고품질의 조세심판으로 투명·신속·공정 확보
풀뿌리부터 시작한 업무개선…표준처리절차 확립
최초의 대규모 조직증편, 노력 보답받는다
납세자·과세관청·심판원 모두의 신뢰받는 조세심판행정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조세심판원의 상임심판관이나 심판원장은 법관처럼 검은 색 법복을 입지 않는다. 그러나 법관 이상으로 공정성과 신뢰성을 지켜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법 위에서 국가의 기반인 과세권과 국민의 재산권을 두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안택순 조세심판원장이 이달 25일부로 재임 908일만에 심판원장직에서 물러난다.

 

심판행정절차 표준화, 심판절차 정보공개와 전자심판제도 등 납세자 권익 향상과 공정한 조세집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심판원장으로서 누구보다 긴 여정을 보낼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혁신의 첫걸음…풀뿌리부터

 

2018년 4월 2일 취임한 안택순 원장은 제일 먼저 조세심판원 심판행정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조세심판원은 납세자에게는 억울한 세금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져보고, 과세관청에 대해서는 공정한 집행을 했는지 점검하는 조세행정심판 절차를 담당하고 있다

 

납세자와 과세관청 양측 모두 밀착형 행정이 필요했지만, 2018년 초반 심판원은 재심리 등 과중한 업무로 엄두로 내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안택순 원장이 관심을 가진 것은 직원들의 풀뿌리 민심이었다.

 

안택순 원장 개인적으로도 생각하는 개선방안이 있지만, 현장 직원들이 절실함을 담아 전달하는 의견이야말로 개선의 첫걸음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전 직원 대상 제도개선 공모전, 2018년 5월 25일 춘계 워크숍을 통해 효율적인 심판업무, 미래 발전방안, 청렴도 제고, 직원 사기진작 방안들이 샘솟듯 흘러나왔다.

 

 

공정과 신뢰,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안택순 원장은 심판원장이 되기 전 이미 심판원 상임심판관으로 활동한 바 있었다.

 

원장 취임 전, 취임 후 심판원의 어려운 점은 같았다. 업무의 과중함이었다. 납세자의 심판청구가 많아진 탓도 있었지만, 효율적 처리절차가 확립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고품질의 심판결정을 위해서는 내부 교통정리부터 필요하다. 심판원 직원들 다수가 안택순 원장에 전한 의견이기도 했다.

 

2019년 3월 수없는 숙고를 통해 낳은 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세심판원은 2019년 상반기 동안 표준처리절차를 확립하는데 모든 것을 걸었다.

 

납세자의 항변기회를 충분히 주되 180일 이내에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간 깜깜이였던 단계별 사건진행, 경과사항을 납세자에게 알리고, 향후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 지도 안내했다. 납세자는 휴대폰 문자를 통해 심판관 회의 일시, 장소, 의견진술 신청·절차에 대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었다.

 

조세심판원 개원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행정절차 구현을 위해 전자심판제도 시스템도 구축했다.

 

직접 방문 없이도 소 제기, 절차 확인, 자료 제출이 가능한 전자소송제도를 심판원에 맞춰 ‘직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심리자료도 우편송달 외 온라인 제출이 가능하게 됐고, 세종시에 심판원이 위치해 교통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전화진술도 허용했다.

 

표준처리절차는 내부적으로도 반가운 일이었다.

 

각 심판부도 사건을 쥐기보다는 표준처리절차에 따라 척척 처리하면서 청구세액이 100억원 넘는 사건의 내부검토기간이 2017년 91일에서 2018년 19일로 75% 이상 줄었다.

 

내부검토기간은 30일, 재심사유를 ‘중요 사실관계의 누락’, ‘명백한 법령해석의 오류’ 등으로 제한하면서 무분별한 재심 남발이 사라진 덕분이었다.

 

그러면서 업무에 탄력이 붙었다.

 

1년 초과 장기미결사건도 2017년 289건에서 2018년 151건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담당자가 지연사유·처리계획을 입력·보고하고, 매주 원장 및 상임심판관 회의에서 현황관리가 이루어지면서 잠자고 있는 사건들이 빠르게 움직인 덕분이다.

 

심판원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납세자와 과세관청도 기민하면서도 충실한 심판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납세자는 자신의 심판처리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볼 수 있었고, 진술·자료제출 수단이 유무선 수단으로 확대되면서 수십분 행정심판 업무를 위해 하루를 모두 쏟아붓는 일이 줄었다.

 

사건의 90%가 심판행정에서 끝나면서 불필요하게 소송으로 넘어가는 부담도 크게 줄었다.

 

과세관청도 길어지고 충실해진 심리 시간 덕분에 납세자와 과세논리를 제 3자의 시각에서 충분히 견주어 볼 기회를 얻었고, 이를 국세행정에 반영하면서 보다 정밀한 과세논리를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지난 5월에는 또 다른 발전 계기가 마련됐다.

 

조세심판원은 납세자가 심판청구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알기 쉬운 조세심판원 사용법’을 발간, 전체 내용을 조세심판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납세자를 위한 실무안내서가 없던 시기에는 세무대리인의 조력에만 의존해야 했다.

 

지금은 납세자가 미리 실무절차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보다 매끄럽게 대응할 수 있게 됐고, 자신의 권리를 몰라서 못 쓰는 일도 줄어들었다.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대규모 조직증편

짓눌린 업무…숨통 열렸다

 

업무효율화, 투명한 행정절차, 고품질 심의…. 이 모든 결과들은 내부 교통정리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2019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조세심판원 연간 처리 건수는 2016년 6628건, 2017년 6751건에서 2018년 7638건, 2019년 8653건으로 매년 늘어났다.

 

처리효율은 좋았지만, 심판청구 처리율은 2016년 80.6%, 2017년 80.8%에서 2018년 71.5%, 2019년 73.9%로 하락했다.

 

2016년 6003건이었던 연간 신규 접수 건수가 2018년 9083건, 2019년 8658건으로 대폭 증가한 탓이다.

 

나날이 청구가 늘어나고 고도화되는 사건에 대비하려면 내부 조직 확대가 불가피했다.

 

이는 모든 심판원 직원들의 바람이지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조직증편은 요원한 일이었다. 씀씀이가 매우 제한된 정부 예산으로 특히나 그랬다. 지난 정부에서 정부 내 효율화 바람이 불면서 있는 조직도 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번 정부에서 개선의 의지를 보였지만, 바늘귀를 낙타가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말히가 어려운 내부사정도 있었다. 

 

조직증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심판원장이지만, 조세심판원은 구조상 심판원장이 조직에 애착을 갖기에 수명이 무척 제한적이다.

 

과거 원장 이력을 살펴보면, 기재부 자원은 경력은 높지만, 외부 출신이고, 내부출신인 국무조정실 자원은 심판원 근무 경력이 매우 짧았다.

 

그러나 안택순 원장은 심판원을 마치 자기 집처럼 여기며 조직 확대를 위해 치열한 일정을 보냈다. 어려웠지만, 불가능은 아니었다. 꽉 막힌 듯한 설득작업이 하나둘 풀려나갔다. 

 

그리고 2년 7개월의 재임 동안 2개 심판부 4개 과를 충원했다.

 

수만에 달하는 거대 정부조직이나 중앙부처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극히 어렵다.

 

일에 대한 특유의 애착 덕분인지 안택순 원장은 재임 기간 908일의 최장수 심판원장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보다도 더 값진 것은 납세자와 과세관청, 조세심판원 직원들이 조세심판행정에 대해 신뢰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업무절차는 납세자에게 뚜렷이 개선된 환경을 제공했으며, 과세관청 역시 고품질의 심판행정을 통해 더욱 정밀한 논리를 끌어낼 수 있는 지침서가 됐다.

 

심판원 직원들 역시 개선된 지표를 통해 자신들이 더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확신하게 됐고, 조직 증편을 통해 꽉 막힌 듯한 인사구조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지만, 공무원은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아니다.

 

공무원에게 남는 것은 이름이 아닌 공적이다.

 

안택순 원장은 오는 24일 별도의 퇴임식 없이 업무를 마감하고, 25일 정식 퇴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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