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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주도권 다툼] SK하이닉스, 전사 역량‧집중 강화로 ‘HBM 선도자’ 유지

2026년 차세대 HBM4 양산 목표 위해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와 협업 통해 성능 한계 돌파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최근 AI(인공지능)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이와 연관된 반도체 산업도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불황의 늪에 빠졌던 반도체 시장이 AI 산업이 급성장하자 올해 들어 빠르게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올해 3월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마켓앤마켓은 2023년 1502억달러(약 200조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AI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에는 1조3452억달러(약 18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전문가·업계는 AI와 밀접히 관련된 반도체 시장 역시 올해 활황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히 업계는 AI 산업의 핵심 반도체로 각광 받고 있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주도권을 두고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기관에 의하면 최근 SK하이닉스가 글로벌 HBM 시장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바짝 뒤를 추격하고 있다.  

 

이에 ‘조세금융신문’은 HBM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와 HBM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맹추격에 나선 삼성전자의 전략 등을 각각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 AI 산업 핵심으로 떠오른 HBM

 

HBM은 일반 PC(개인용 컴퓨터)용 D램 여러 개를 적층해 만든 메모리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대역폭(Bandwidth) ▲반응속도(Latency) ▲용량(Capacity) 등 3개 특성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HBM은 D램을 적층해 만들었기에 대역폭과 용량이 기존 D램에 비해 훨씬 우수한 반면 반응속도는 다소 낮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역폭은 메모리에서 한 번에 빼낼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반응속도는 CPU(중앙처리 장치)·GPU(그래픽처리 장치)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 메모리가 첫 반응에 나서는 속도를 각각 뜻한다. 용량은 메모리 내 얼마나 보다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지를 의미한다.

 

HBM이 AI 산업에서 각광을 받는 이유는 AI의 경우 생성 과정에서 엄청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추론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타 메모리 반도체보다 대역폭·용량이 큰 HBM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정인상 IT칼럼니스트(서울대 물리학부 졸업, SK하이닉스 연구원 근무)는 “인공신경망 기반의 프로그램, AI 등은 메모리 공간을 크게 차지할 뿐만 아니라 주어진 시간 내 접근해야 하는 메모리의 총량도 압도적으로 크다”며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용량 대비 가격이 비싸더라도 더 큰 용량 및 대역폭을 제공하는 메모리를 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시장에서는 메모리에 수백~수천만원을 지출하는 것은 과다한 비용으로 인식돼왔다”며 “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AI 산업에서 HBM 가격은 ‘고작 수백·수천만원’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HBM 최초 개발’ SK하이닉스, 끊임 없는 연구개발로 업계 1위 수성  

 

지난 2013년 12월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AMD와 공동으로 HBM 최초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SK하이닉스가 업계 처음으로 TSV(Through Silicon Via, 실리콘관통전극)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HBM은 데이터처리속도는 기존 GDDR5 대비 4배 이상 빠르고 전력소비는 40% 가량 낮았다.

 

이어 2015년과 2018년 각각 HBM, HBM2를 양산한 SK하이닉스는 2019년 8월 당시 기준 최고속의 데이터처리속도를 갖춘 HBM2E 개발에 성공했고 이듬해인 2020년 7월 HBM2E 양산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의 HBM에 대한 개발의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1년 10월 HBM3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2023년 4월에는 12단 적층 HBM3를 세계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 기세는 계속됐고 지난 2023년 8월에는 세계 최고사양인 HBM3E을 개발해 엔비디아(NVIDIA) 등 고객사에 샘플 제품을 돌렸고 이후 올해 3월 HBM3E를 본격 양산해 고객사에게 납품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6년에는 차세대 제품인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처럼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쌓아올린 HBM 개발력은 시장 점유율 1위로 이어졌다. 지난 2월말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가 2023년 기준 글로벌 HBM시장 54%를 점유한 것으로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을 각각 41%, 5%로 내다봤다.

 

올해 역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지난 3월 호주 최대 투자은행 맥쿼리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맥쿼리가 예측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올해 시장점유율은 각각 36%, 4% 수준이다. 

 

 

◇ 시장 주도권 유지 위해 HBM 역량 강화‧집중

 

SK하이닉스는 올해에도 ‘시장점유율 1위’ 타이틀을 유지하고자 글로벌 HBM 시장 내 리더십을 확고히 구축해 철옹성을 쌓는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앞서 작년 12월 SK하이닉스는 HBM 역량 집중을 목표로 내걸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 및 인사에 착수했다. 

 

우선 AI 인프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Infra’ 조직을 신설했고 그간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HBM 관련 역량·기능을 결집한 ‘HBM Business’를 새로 구성한 뒤 이를 ‘AI Infra’ 산하에 배치했다. 동시에 신규 조직인 ‘AI&Next’를 ‘AI Infra’ 아래에 두고 차세대 HBM 등 AI 시대 기술 발전에 따라 파생되는 신규 시장을 발굴·개척하는 패스파인딩(Pathfinding) 업무를 수행토록 했다.

 

‘HBM Business’는 HBM 개발부터 제품화, 사업화까지 전 과정에서의 효율성·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개발 초기 의사결정 과정을 단축해 빠른 조율·실행이 가능토록 하고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즉각 반영할 계획이다. ‘AI&Next’는 고객과의 우호 관계를 넓히고 시장 흐름에 선제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조직 개편과 함께 회사는 작년말 임원 인사를 통해 주요 인물들에게 HBM 관련 중요 업무를 할당했다.    

HBM의 기술 로드맵 완성 역할을 맡은 권언오 SK하이닉스 부사장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담은 제품으로 전문화(Specialized)하고 고객 맞춤화(Customized)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차세대 HBM은 기능적 우수성은 물론 고객별로 차별화한 스페셜티(Specialty) 역량과 메모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 시대에 진입 후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빠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변화를 예측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데 AI 시대를 선도하고 1등 기술력을 이어가기 위해 기술 혁신과 빠른 제품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부연했다.

 

글로벌 시장 내 HBM 영업·마케팅 업무는 김기태 SK하이닉스 부사장이 맡게 됐다. 김기태 부사장은 “지속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려면 기술경쟁력은 기본이고 영업적인 측면에서 TTM(Time To Market : 제품 구상 이후 시장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객 물량을 사전에 확보해 좋은 제품을 더 좋은 조건에 판매할 수 있도록 협상하는 것이 반도체 영업의 기본”이라며 “올해 HBM은 이미 고객사에 ‘완판’된 상황이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지금부터 미리 2025년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 차세대 HBM4 성능 고도화 위해 파운드리 1위 TSMC와 협업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AI 개발자 행사 ‘GTC 2024’에서 2026년 양산 예정인 HBM4의 주요 성능을 공개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 공법을 활용해 HBM4의 성능을 기존 HBM3E에 비해 상당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반도체와 반도체, 또는 반도체와 웨이퍼간 직접 연결하는 신기술로 기존에 반도체간 연결시 필요했던 범프를 없앤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는 HBM4를 구성하는 D램을 16단으로 적층해 데이터 처리 용량을 48GB(기가바이트)까지 끌어올리고 대역폭도 기존보다 1.4배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더불어 전력 소모량은 HBM3E 대비 7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개발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 4월 19일 SK하이닉스는 HBM4의 성능 고도화를 위해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와 기술 협력에 나선다고 전격 발표했다. 양사는 우선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베이스 다이(Base Die)의 성능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HBM은 베이스 다이 위에 D램 단품 칩인 코어 다이(Core Die)를 쌓아 올린 뒤 이를 TSV 기술로 수직 연결해 만들어진다. 이때 베이스 다이는 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SK하이닉스는 기존 5세대인 HBM3E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제작했으나 HBM4부터는 로직(Logic)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베이스 다이를 생산하는 데 초미세 공정인 로직 선단 공정을 적용하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어서다. 

 

뿐만아니라 양사는 SK하이닉스의 HBM과 TSMC의 CoWoS 기술 결합을 최적화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고 HBM 관련 고객 요청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는 TSMC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고유 공정으로 인터포저(Interposer)라는 특수기판 위에 로직 칩인 GPU/xPU와 HBM을 올려 연결하는 패키징 방식이다. 수평(2D) 기판 위에서 로직 칩과 수직 적층(3D)된 HBM이 하나로 결합되는 형태라 2.5D 패키징이라고도 불린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와 힘을 합쳐 다시 한번 HBM 기술 혁신을 이끌어 내는데 주력하겠다”며 “동시에 ‘고객-파운드리-메모리’로 이어지는 3자간 기술 협업을 바탕으로 메모리 성능의 한계를 돌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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