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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생명의 삼전주식, BTS 공연보다 쩔었던 이한상 회계기준원장의 샤우팅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찢었다.” “개찢었다.” 

 

이 역사적 장면은 2025년 7월 16일 오후 3시 53분경부터 시작됐다.

 

어떤 글로벌 톱스타도 이날 이한상 회계기준원장의 샤우팅을 꺾을 수 없었다.

 

 

 

이날 이한상 원장이 나선 회계기준원 세미나 주제는 ‘생명보험사의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 였다.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재용‧삼성생명의 “보험금 내놓으라고? 그게 왜 니들 돈이야?” 세미나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란 게임엔 규칙이 있다. 보험사가 고객과 게임을 하고 싶으면 게임 규칙을 지켜야 한다.

 

1990년대 삼성생명 유배당보험의 규칙은 일종의 적립식 주식펀드였다.

 

고객이 매월 돈(보험료)을 내면 삼성생명은 그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이익 나면’ 고객에게 배당을 주는 것이었다.

 

쉽고 간단한 규칙이지만, 함정이 하나 있었다. 저 ‘이익 나면’ 구절이다.

 

흔히 개인은 주가가 올라서 팔면 먹었다고 한다. 팔지는 않아도 주가가 오르면 이익났다고 말한다. 근데 저 삼성생명 보험계약 구절에서 ‘이익 나면’은 ‘팔아야, 먹어야 가능하다’였다.

 

그럼 파는 걸 결정하는 건 누구냐? 고객이 아니라 삼성생명이었다.

 

고객들이 주주였다면, 팔으라고 요구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보험 고객은 주주가 아닌 손님이다. 고객들은 기업경영에 손 댈 계약상 권한이 없고, 삼성생명은 이걸 악용했다. 그래서 삼성생명은 고객 돈으로 산 삼성전자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쥐고 있었다.

 

왜? 이재용 일가 개인들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위해.

 

라고 개인적으로 추정한다. 

 

이재용 일가는 거대한 삼성전자를 지배할 돈이 없어서 삼성생명 고객들의 돈을 끌어다가 삼성전자 주식을 샀고, 이재용 일가는 그 고객돈을 지렛대로 삼성전자 경영권을 쥘 수 있었다. 아니라고 할 수는 있는데, 사회통념상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을 이재용 일가 우호 지분으로 여기는 듯 하다. 그런 기사들이 많다.

 

2010년 쯤 유배당보험 고객들이 “뭐에요, 내 돈 내놔요!”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 친애하는 법원의 판결은 대충 이랬다.

 

“그게 왜 니들 돈이야? 안 팔았잖아? 팔면 니들 돈이지만, 손님이 뭔데 주인한테 팔라, 말라고 해?”

 

우리 사법부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국제에서 통용되는 게임 규칙은 그렇지 않았다.

 

자본주의에 대한 국제 게임 규칙은 뭐냐면, 보험사는 고객돈을 받아서 장사를 하는데, 고객에게 줄 돈은 부채로, 안 주고 쥐고 있을 돈은 자본으로 넣으라는 거였다.

 

일반적으로 유배당보험은 줘야 할 돈이니 부채로 잡아야 하는데, 그냥 부채에 넣으면 정말 고객에게 돈을 줘야 한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이 쥐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여기 다 넣으려며, 회계상 계약자 지분조정이라는 지갑을 하나 만들어줬다.

 

이 지갑의 뜻이 뭐냐.

 

개인적으로는 ‘고객(계약자)에게 줄 돈(지분)이긴 한데, 당장 주지 않아도 돼(조정 처분은 회사 알아서)’라고 이해하고 있다. 실제 그런지 모르지만, 삼성생명은 이 지갑에 자신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넣었다. 시가로 한 31조 정도에 해당하단다.

 

삼성생명이 이러니까 다른 재벌 보험사들도 삼성생명처럼 이 계약자 지분조정 지갑에 유배당보험 고객돈으로 산 계열사 주식을 집어넣었다. 

 

이걸 법원도 정부도 오케이 해버리는 바람에 고객들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 괴상한 단체 일탈(carve-out)은 2023년 버전 국제 자본주의 게임규칙(IFRS-17)이 도입될 때에도 계속 됐다.

 

국제 기업 게임규칙을 관리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는 아주 드물게, 어쩔 수 없을 때만,  일시적으로 게임규칙 적용에 예외를 둔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 보험사들은 계속 예외를 유지하겠다며, 사실상 단체 일탈을 선언했다. 

 

그러자 국제회계기준위 측에선 “한국, 이게 뭐야. 우리가 게임규칙을 돌리 때 어쩔 수 없을 때만 일시적으로 예외를 둘 수 있다고 했지, 너도 나도 다 예외면 한국 보험사들은 죄다 게임규칙을 어기겠다는 거 아니야”라고 했고,

 

한국 금융당국은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그럴 때가’ 있잖아, 우리가 갑자기 게임규칙을 업데이트하니까 어쩔 수 없는 때가 생길 수 있는 거 아냐. 우리가 그럴 때만’, 딱 ‘그럴 때만’ 예외로 할게”라는 식으로 해명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면서 삼성생명이 유배당고객 보험료로 샀던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올랐고, 금융사 보유 지분제한 규정에 걸려 그 규정만큼 삼성생명이 2025년 2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다. 예외적으로 안 판다고 한 걸 판 거다.

 

여기서 법원의 말과 한국 금융당국의 말을 기억해보자.

 

(법원) “안 팔았잖아? 팔면 니들 돈이지만.”

 

(한국 금융당국) “딱 ‘그럴 때만’ 예외로 할게.”

 

이에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고객 주려고 산 삼성전자 주식을 국제 게임 규칙에 맞춰 줘야 하는 돈으로 구분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스물스물 올라왔다.

 

삼성생명이 그간 주지 않았던 유배당보험 고객돈을 갑자기 줄 거 같지도 않았고, 그러던 와중에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 재경팀 앞쪽 한 패널에서 삼성생명 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가 드러났다. 

 

 

이한상 원장의 설명과 개인적 생각에 따르면, 그 뜻은 아래로 추정된다.

 

‘이 난리가 났는데, 회계기준원이 잠잠하네? 우리가 먼저 보험손익계산법(K-ICS)을 방어해보자고. 이익조정방법론을 만들어서 회계기준원과 금감원에 질의, 7월 정도에 문제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12월에 실행해보자고.’

 

‘이익 조정을 어떻게 하냐면, 보험 팔면 처음에는 이익이 나다가 나중에 보험청구가 들어오면 손실이 터지는데, 손실 터질 때 손실나는 만큼 새 상품을 팔아서 새 상품 이익으로 손실을 물타기 하면, 너무 이익나는 것처럼 보이니 회계기준원과 계리사회 시켜서 국제기업 게임규칙(국제회계기준)을 고치도록 해보자.’

 

삼성생명은 저걸 실행해서 회계기준원 측에 질의회신을 넣었는데, 회계기준원이 ‘문제없는 게 아니라 문제 있다’는 취지로 답하자 질의했다는 흔적을 없애기 위해 질의회신을 철회해버렸다.

 

게임 규칙은 삼성이든 뭐든 일개 기업 따위가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자본주의 게임을 하려면, 게임 규칙에 맞춰 플레이 해야 한다.

 

이상한 지갑 따위를 만들어서 줄 돈도 안 주는 돈으로 만들고, 줘야 할 고객 돈을 왜 니 돈이야 식으로 만드는 건 반칙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이한상 원장이 이날 샤우팅을 하게 된 건 바로 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이한상 원장의 생생 워딩이다.

 

“참 놀랍죠? 그러면 또 이제 삼성이 어떻게 나올까요? 이거 뭐 냈는데 잘 안 됐으니까 이제 포기해야지, 그럴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이분들은 삼성 라이온스 야구팀의 요기 베라와 같아요.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야.”

 

“질의를 철회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세요? 질의를 철회하면요. 여태까지 있었던 모든 그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공개가 안 됩니다. 그냥 질의를 철회했기 때문에 대답을 할 게 없어지는 거죠. 그걸 가지고 불리한 결과, 이번에 불리한 결과인데 다시 전열을 재정비해서 다시 질의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황당하죠? 이게 바로 지금 이 건과 관련된 회사와 회계사들의 태도입니다. 모 회계 커뮤니티 회계사가 그러셨죠? 이현상이가 정권 바뀌니까 삼성을 때려 가지고 한번 어떻게 해보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

 

“답답합니다. 여기 보시면 이분이 그랬죠. 오피니언 쇼핑을 하고 있다. 회계기준원이 아닙니다. 누가 오피니언 쇼핑하고 있나요? 삼성생명과 회계사가 붙어서 질의를 해서 안 될 것 같으면 철회까지 해가면서 저희를,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회사는 누구를 위해 회계 처리를 하고 있습니까? 주주를 위해? 계약자를 위해? 아닌 것 같습니다. 지배주주를 위해 답정너로 회계 처리를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정말 찢었다.

 

톱스타 공연에 열광(fanatic)하는 건, 우리네 속마음을 거울 같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억지로 어렵게 만든 배배 꼰 복문과 혀 꼬부라지는 단어 속에 숨는 것이 아닌.

 

누가 보더라도 알기 쉬운, 살아 있는 단어의 외침.

 

이날 이한상 원장의 17분간의 샤우팅이 이랬다.

 

본지는 이한장 원장의 발언을 조만간, 반드시 전문 게재할 예정이다.

 

수정하거나 덧붙일 조금의 필요가 없다.

 

다만, 누군가들에게 답을 보내고자 한다.

 

“맞습니다. 게임엔 규칙이 있죠. 규칙은 선수들이 지킬 때 규칙인 겁니다. 규칙을 안 지키겠다? 그럼 게임을 하질 말아야죠. 게임하는 데 반칙하는 선수들, 누가 감시하고 벌칙‧강퇴 하나요. 지금 규칙위원회인 회계기준원이 나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럼 이제 누구 차례인지 명확하죠.”

 

“그래, 심판들. 너네, 너네 차례라고. 회계기준원이 이렇게까지 나서는데 감사인, 공권기관, 공무원이란 것들이 반칙인지 아닌지 규정을 다시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이러면서 어버버 하시려나? 반칙인지 아닌지 못 알아보는 심판은 자격이 없다. 억울하다면 이한상 원장처럼 한번 외쳐보시라. 같은 샤우팅이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게 외칠 것이고, 개라면 아무도 모를 소리로 짖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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