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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산재 사각지대 놓인 '교통사고 조사원' 해결책은 없는가

 

(조세금융신문=안수교 기자) 지난 10월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증인 심문이 이어졌다. 이날 증인으로는 김인식 삼성애니카 지부장이 출석했다. 김 지부장은 애니카사고조사요원(현장출동요원)이다. 이들은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해 사고 피해자의 병원 후송과 2차 사고 예방, 차량견인 등을 돕는다. 또 피해 사항 등 현장 확인을 실시한 뒤 보험가입자에게 보상 담당자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날 국감 자리에서는 현장출동요원들의 사회 안전망 부재 문제가 지적됐다. 이은주 의원에 따르면 업무 중 현장에서 1번 이상 사고 경험이 있는 현장출동요원이 77.3% 달했고 사고를 당한 평균 횟수도 6.7번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햇빛 노출로 피부성 질환이 생기거나 사고 현장 등에서 마주해야 하는 감정 노동으로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혹은 질병에 시달리는 현장출동요원 93.2%는 업무상 발생한 사고와 질병임에도 자비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현장출동요원의 경우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 중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 산재) 대상에 속하지 않는 특고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본급도 정해져 있지 않아 마음 편히 하루 일을 쉬기도 어렵다. 업무 중 2차 사고가 발생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에도 개인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처리된다.

 

특고노동자는 근로자와 유사하게 근로를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 적용이 되지 않는 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업무상 재해와 관련한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부터 특고 노동자 고용보험 확대 및 산재보험제도 개정을 통해 보험 설계사 등 15개 직종에 대해 산재보험을 적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특고노동자 속 사각지대에 현장출동요원이 남아있다.

 

그래서 김 지부장은 떨리지만 현장출동요원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국감장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사고조사원 노동자들은 도로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다칠 확률이 높다”며 “특히 심야 시간 혹은 비가 오는 날에는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치료비가 부담되는 상황에서 마음 편하게 치료라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달라”며 마지막 발언을 마쳤다.

 

이날 “현장출동요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는 이은주 의원의 질문에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전국의 현장출동요원 규모는 4만 명에 달한다.

 

현장출동요원에 대한 산재보험 가능성 논의는 내년 7월 개정산재보험법 시행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빠르면 2024년이 되어서야 이들은 산재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 그때까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질병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개인에게 돌아간다.

 

이날 이은주 의원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지부장님께 맡긴 것 같아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헌법 제32조는 ‘국가는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들이 도로에서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을까.

 

한편, 국감장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김 지부장에게 “삼성애니카서비스 회사에 등록이 돼 있나, 소속돼있나” 물었다. 당황한 그에게 김 의원은 회사에서 받는 월급의 세금을 얼마나 떼는지 이어 물었다. “3.3%요.” 그러자 김 의원은 “고용관계를 맺으면 되지 사업소득으로 떼나?”라고 반문했다. 김 지부장은 “직접고용을 안 해줘서 그렇다”고 답했다.

 

'선택권'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대행계약서라고 적힌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 살아가는 것이 막막한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선택할 권리라는 것이 애초에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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