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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혜훈 후보자가 기획예산처장에 임명돼야 하는 이유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19일 이혜훈 기획예산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공회전했다.

 

야당은 자료제출을 이유로

후보자 얼굴을 안 보겠다고 하고,

 

여당 청문회 이행을 말하자지만

표정은 다소 떨떠름 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혜훈 후보자의 기획예산처장 임명은

타당한 점이 많다.

 

유치한 정치적 노림수 때문이 아니다.

 

세간에선 너도나도 이혜훈 후보자가 못 됐다고

손가락질한다.

 

그런데 못 됐기 때문에 이혜훈 후보자는

누구보다 초대 기획예산처장을 잘할 수 있다.

 

 

재정경제부에서 기획예산처가 떨어져 나갈 때

우리나라 경제부처에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첫째는 재정건전성이 사라졌다는 것

둘째는 미래혁신기획이 생겼다는 것

 

그간 한국 경제부처는 ‘악셀’ 없이

D기어 놓고 꾸물꾸물 가던 자동차였다.

 

경제 관료들이 재정건전성이란 말로

악셀 밑에 나무토막을 놓고 악셀을 못 밟게 했다.

 

이재명 정부 생각은 다르다.

평소에는 서행 운전하다가도

급할 때는 빨리 빠져나와야 하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누가 기획예산처장이 돼야 할까.

 

시키는 대로 악셀 꽉꽉 밟아줄 사람?

언젠가 삼성 선대 회장 때

재무 임원이셨던 분의 말씀이 기억난다.

 

재무는 엄마의 마음으로 하면 안 된다고.

 

같은 편을 처장으로 쓰면,

분명히 정을 호소하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좋은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과거 처장이 정을 거절했다는 선례라도 있다면 모를까,기획예산처는 거의 20년 만의 부활이다.

 

이혜훈 후보자는

과거 서초동 맏며느리를 자처했지만,

실제 서초동 휘발유였다는 걸 알 사람들은 안다.

 

의원 되신 선배님이

지역구 예산 좀 챙겨가겠다며 취약계층 예산 비튼다고

사람들 있는 데서 훌쩍댈 사람이 아니다.

 

 

일각에선 외부 사람을 넣으면

개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에 대해 사례가 하나 있다.

 

지금 검찰개혁 정부안에 대해서 황당한 표정들이 많다.

그 자리에 개혁 반대파를 지명했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건 이용하기에 따라선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뭔가 일을 할 때

제일 나쁜 게 방심인데

우리 편끼리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같은 편끼리만 있으면 자기 실수를 발견 못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상대의 허를 찌르려면

상대가 방심하여 수를 다 내놓게 한 후

허점을 되치는 게 좋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다.

 

그러려면 사령탑이

올바르게 판단해야 하고,

핸들을 꽉 쥐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능력에 대한 자신은 있어 보인다.

능력은 추후 성과로서 증명되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없다면,

개혁 라인에 그런 사람들을 두지 않았을 것이고

이혜훈 후보자 역시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 개혁에도 입장을 가르지 않고 사람을 쓰는데
기재부 개혁의 정점인 기획예산처에 

왜 비슷한 방법을 못 쓰는지 묻고 싶다.


이혜훈 후보자는

비판받는 만큼

오히려 일을 더 잘할 가능성이 있다.

 

1934년 미국 증권감시기관(증권거래위원회, SEC)

초대 수장인 조셉 P. 케네디 시니어의 사례가 그러하다.

 

 

그는 주가조작으로 돈 번 사람이었고,

마피아 연계설, 기회주의자,

오만한 데다가 자기중심적 사고에 지위를 이용한 각종 성 편력 등 무수한 말들이 있다.

 

그런데도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은

조셉 P. 케네디 시니어를 SEC 수장으로 지명했다.

 

도둑을 잡으려면 도둑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미쳐 날뛰는 시장에 대응하려면

성격이 독특한, 가혹한 조련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이혜훈 후보자는

‘갑’인 기재부 출신이 아니라

‘을’인 KDI 출신이다.


이혜훈 후보자는

민주당에 쩔쩔맬 위치도 아니고
국민의힘에 휘둘릴 짬밥도 아니고

기재부에 조종당할 사람도 아니다.

 

청와대가 핸들을 쥔 것이

명확하다면 그 채찍은

필요한 곳을 후려칠 것이다.
 

그리고 초대 처장의 행보는 선례로 남아 
후대 처장들의 지침이 될 것이다.

 


이번 지명이

부담스러운 지명임은 틀림없다.

민주당 내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안다.

2대 처장은 민주당계 사람들이 될 듯하다.

 

다만, 초대 처장은

인격이 아닌 철저히 기능적 자리다.

 

선례를 만들어
앞으로도 올바른 방향으로만

악셀을 밟는 그런 기능이다.

 

그것은 이재명 정부의 과업이며,

이혜훈 후보자의 유일한 활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해보자.

 

'초대' 기획예산처장 자리는 보상인가, 과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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