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5 (화)

  • 흐림동두천 23.0℃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25만원 민생지원금 비웃는 기자들, 그리고 낡은 안경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개인적으로 기자간담회는 좋아하지만

간담회 후 환담 자리는 때로 불편할 때가 있다.

 

기자들 중엔 좋은 사람들도 매우 많지만,

자기도 모르게 아픈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간혹 그런 사람들이 화제를 주도하기도 한다.

 

최근 모 기자간담회 환담 자리에서

기자들 사이에서 정부 민생지원금이 화제에 올랐다.

 

찔끔 줘 봤자 뭐 하느냐, 줄 거면 가난한 사람들만 줘야 한다,

코로나 때 소고기 값만 올랐더라 등의 비아냥이 쏟아졌다.

 

코로나 지원금 때 안경구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 생각나

소고기만이 아니라 안경도 많이 사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지원금이 어려운 자영업자한테 안 가고,

엉뚱한 곳이 돈 벌었다는 식의 비아냥이 나왔다.

 

그 때

문득 누군가의 안경이 떠올랐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날 듯한 그 안경은

렌즈는 빛 바랬고, 기스가 가득하였으며

테는 곳곳마다 찍히고 색이 벗겨졌고

녹슬었으며 실금마저 있었다.

 

안경다리를 고정하는 나사가 헐거워

집게 손가락 손톱으로

하루에도 어려 번 나사를

고쳐 조여야 했던 그 안경.

 

아무리 닦아도 다시 맑아지지 않는 안경렌즈를

연신 안경수건으로 문지르던 그 안경.

 

그래도 돈이 아까워 바꾸지 못했던 그 안경.

 

코로나 지원금 때

지상파들은

안경 구매가 늘어난 것에 대해

뜻밖의 매출 상승이라며 재잘거렸지만,

내심 씁쓸하고 가슴이 아팠었다.

 

그렇지만 다행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안경이 언제 부러질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고

손가락으로 안경다리 나사를 조이지 않아도 되고

긁히고 뿌연 세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을 테니까.

 

누군가에겐 25만원이 작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엔 많은 사람들

많은 안경들이 존재한다.

 

이번에 새 안경이 늘어난다면

누군가는 짙궂게 비웃겠지만

누군가는 밝게 웃으리라.

 

이번에도 그렇다면

씁쓸해하지 말고

웃어봐야겠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격동과 혼동을 이기는, 통통정정기기직직학학(統統政政企企職職學學)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작년 12월에 느닷없이 터진 비상계엄, 그리고 탄핵, 대선, 그에 따라 벌어진 국민 간의 분열과 혼란은 그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을 격동의 아수라장으로 내몰리게 했다. 이 여파로 경제는 곤두박질, 어려워진 민생과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모든 국민들의 마음 속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새까맣게 타고 들었다. 누구를 만나던 정치 얘기 끄집어내면 서로 얼굴을 붉히고 가족 간에도 정치 얘기로 언쟁이 높아지고 사람들 간의 교류가 화기애애보다는 앙앙불락의 분위기가 드세다. 드디어 새로운 정치권력을 선택하기 위한 대선의 여정이 바야흐로 끝나 엄정한 국민들의 선택에 따라 새정부가 들어섰다. 새정부의 과제는 무엇일까? 독립투사인 김구 선생은 평소 얘기한 나의 소원으로 첫째 독립, 둘째도 독립, 셋째도 완전한 독립이라 천명했다. 이 시국에 우리 국민들의 소원도 첫째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안정된 민생이라 천명하고 싶을 정도로 국민들 개개인의 생활안전과 소득이 대내외적의 변수로 인해 앞날을 가름하길 힘들 정도로 암울하다. 온갖 학자와 정치가들이 짖어대는 경제회복의 전략을 보면 하늘의 뜬구름 잡는 미사여구의 입방아에 불과하다. 필자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