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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5만원 민생지원금 비웃는 기자들, 그리고 낡은 안경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개인적으로 기자간담회는 좋아하지만

간담회 후 환담 자리는 때로 불편할 때가 있다.

 

기자들 중엔 좋은 사람들도 매우 많지만,

자기도 모르게 아픈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간혹 그런 사람들이 화제를 주도하기도 한다.

 

최근 모 기자간담회 환담 자리에서

기자들 사이에서 정부 민생지원금이 화제에 올랐다.

 

찔끔 줘 봤자 뭐 하느냐, 줄 거면 가난한 사람들만 줘야 한다,

코로나 때 소고기 값만 올랐더라 등의 비아냥이 쏟아졌다.

 

코로나 지원금 때 안경구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 생각나

소고기만이 아니라 안경도 많이 사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지원금이 어려운 자영업자한테 안 가고,

엉뚱한 곳이 돈 벌었다는 식의 비아냥이 나왔다.

 

그 때

문득 누군가의 안경이 떠올랐다.

 

[이미지=셔터스톡]
▲ [이미지=셔터스톡]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날 듯한 그 안경은

렌즈는 빛 바랬고, 기스가 가득하였으며

테는 곳곳마다 찍히고 색이 벗겨졌고

녹슬었으며 실금마저 있었다.

 

안경다리를 고정하는 나사가 헐거워

집게 손가락 손톱으로

하루에도 어려 번 나사를

고쳐 조여야 했던 그 안경.

 

아무리 닦아도 다시 맑아지지 않는 안경렌즈를

연신 안경수건으로 문지르던 그 안경.

 

그래도 돈이 아까워 바꾸지 못했던 그 안경.

 

코로나 지원금 때

지상파들은

안경 구매가 늘어난 것에 대해

뜻밖의 매출 상승이라며 재잘거렸지만,

내심 씁쓸하고 가슴이 아팠었다.

 

그렇지만 다행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안경이 언제 부러질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고

손가락으로 안경다리 나사를 조이지 않아도 되고

긁히고 뿌연 세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을 테니까.

 

누군가에겐 25만원이 작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엔 많은 사람들

많은 안경들이 존재한다.

 

이번에 새 안경이 늘어난다면

누군가는 짙궂게 비웃겠지만

누군가는 밝게 웃으리라.

 

이번에도 그렇다면

씁쓸해하지 말고

웃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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