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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민이라며 울부짖는 억대 연봉자, 그 이름 ‘1주택자’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1주택자면 다 서민인데, 여당이나 정부가 말이야!”

 

요즘 부동산 취재하면서 매우 자주 듣는 말이다.

 

취재 대상은 주로 40~50대. 명문대를 나온 억대연봉자들이다.

 

이들의 거주지는 강남 3구, 용산, 마포, 목동, 성동, 목동 등.

 

집값이 1억, 2억, 10억 오른거 인정한다고 한다.

 

그래도 너무하다. 정부 세금 올리기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한다.

 

듣고 있으면 기자도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가장 흥미로운 주장은 

 

압구정 50억원짜리 아파트 사는 ‘평범한 노동자’가 세금 1억 냈다는 거다.

 

어디서 쌩 거짓말을.

 

2019년 기준 재산세 5000만원 넘겨 세금 내는 사람이 전국에 500명도 안 된다.

 

종부세 4300만원 내는 사람이 기업 포함 1827명 정도 된다.

 

반면 연봉 1억 넘는 사람은 85만1906명이다.

 

억대 연봉 받고 집 사면, 재벌가 로열패밀리, 건물주 골든 패밀리 그리고 기업이 되나.

 

그리고 하나 더.

 

1주택자 중 공시가격 9억 됐다고 고분고분 세금 내는 사람 어딨나.

 

두 채 늘릴 거 아니면 20억짜리 집.

 

부부 둘이서 명의 나누면 종부세 안 낸다.

 

세무사한테 컨설팅 받았을 때 그렇게 들었으면서

 

아내 공동명의는 죽어도 안 된다는 어르신.

 

그냥 종부세 내세요.

 

 

좋다. 그래도 세 부담이 세다고 하자.

 

1주택자니까 서민이니까 세금 깎아줘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서민의 기준이 억대연봉자에, 10억, 20억 짜리 집 가진 사람이 됐나.

 

빚을 끌어다 샀으니 서민이라고.

 

1주택자가 다 서민이라면 100억대 타워팰리스에 람보르기니 모는 1주택자도 서민이겠네.

 

집이든, 비트코인이든, 주식이든, 채권이든, 파생상품이든.

 

1~2억 버는 사람이 10억, 20억 꿔서 특정 자산에 돈 넣은 거.

 

그걸 베팅이라고 하지 않나.

 

 

죽어라 공부해서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다고도 말한다.

 

명문대 나와 대기업 들어가서 40대 부장, 50대 임원으로 사는 사람.

 

당연히 죽어라 노력해서 된 거 맞다.

 

노력만 하면 가능한가.

 

하루 한 끼 먹어가며 영양실조로 노란 하늘 보며

 

영어사전 씹어가며 단어 외운 수험생이

 

한달 300, 400만원씩 강남 대치동 학원에 돈 부어가며

 

공부한 사람 이길 수 있나.

 

 

마찬가지로 중상층에서 태어나 죽을 듯 노력해도

 

재벌 로열 패밀리나 건물주 골든 패밀리보다 백 수, 천 수 아래인 건 불가피하다.

 

 

그래서 96% '서민'들이 종부세를 내지 않고, '그대'들은 종부세를 내는 거다.

 

 

더 기 막힌 건 (1주택자 = 서민)이란 정체불명의 정의를 여론이 퍼트린다는 거다.

 

집값 5억원이 안 되는 분께서 종부세 올라 나라 망한다는 이야기를 하실 때

 

명색이 세금 담당 기자로서 뭔가 단단히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들이 여론에 편승해 앞, 뒷말 바꾸는 거야 본업이니까 그렇다 치고

 

교수가, 선생님이, 여론이 그러면 그건 사기치는 거다.

 

 

베팅과 사기.

 

이 두 가지 협잡이 부동산 세금 폭탄론 만드는 거고

 

(1주택자 = 서민)이란 억지 논리를 쥐어짜는 거다.

 

 

최근 1억 종부세 여론이 인기라는데 

 

그건 다음 기자수첩에서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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