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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무사 수험생, 두 번 죽이는 국세청 심의위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 불공정 논란이 나왔던 것이 지난해 12월이었다.

 

그해 12월 초순쯤 고용노동부 특정감사가 들어갔고, 백여일이나 지난 4월 4일에야 세법학 1부 4-3번 문제 채점의 오류가 발견됐다. 정부는 재채점을 통해 추가합격자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결정된 추가합격자가 없다.

 

올해 제59회 세무사 1차 시험일이 5월 28일이다. 고작 3주일 남았다.

 

추가합격자 수를 결정할 방법이 없나. 아니, 그렇지 않다.

 

국세청 세무사자격심의위원회는 그간 최소합격자 수에 맞춰 점수컷을 조정해왔다. 몇 점이 나오고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수십년간 그러해왔고, 똑같은 방법으로 하면 될 일이다.

 

4-3문제는 4점짜리 문제다.

 

세법학 1부 득점자 그래프에서 36~40점 사이 구간의 면적이 전체 세법학 1부에서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따져보면 재채점을 통해 과락을 면할 가능성에 있는 수를 구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의 다른 과목 점수야 다 나와있으니 재채점에 따른 가산점수를 적용해 합격 커트라인 45.5점을 넘긴 사람을 추정한 후 그 수가 충분하다면 그것으로 결정하면 되고, 아니면 다른 기준으로 구제자 수를 늘릴 건지 정하면 될 일이었다.

 

고위공무원, 교수, 전문가…. 심의위원들 누구라도 이 정도 계산은 심심풀이일 실력자들 아니던가.

 

그런데도 국세청 세무사자격심의위원회는 4월 4일 노동부 감사 발표 때는 재채점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미뤘다. 재채점 결과가 나오니 감사원 감사결과를 기다리겠다며 또 미뤘다.

 

감사원이 재채점 범위에 손을 댈까. 대통령실이라도 건들고 싶지 않은 뜨거운 감자가 추가합격기준이다.

 

그 사이 1차 시험일이 겨우 3주 남짓 다가왔다.

 

재채점을 하는 이유가 뭔가. 국가 주관 시험의 채점이 잘못돼 피해자가 나와서다. 구제만큼이나 중요한 게 추가 피해다. 시험 안 칠 사람은 안 치도록 시험을 쳐야 하는 사람은 단념케 하고 시험을 치게 해야 한다.

 

물론 어떤 결정을 내더라도 비판은 뒤따르게 되어 있다. 누군 떨어지고 누군 붙을 테니까.

 

그런데 공정은 누구에게라도 비판받지 않을 금과옥조가 아니다. 그 어떤 나라도 자기나라의 공정기준을 비판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불완전하고 불균등하지만, 최소한 지금 당장 다수가 납득할 만한 최소한의 임시방편이 공정이며,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개선돼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세무사 시험이다.

 

볼공정 논란이 터진 지 어느 덧 6개월이 지났다.

 

세무법인에서 수습 과정을 거쳐야 할 사람들이,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책상 앞에 앉아야 하는 상황에서 공정을 말하던 정부와 공정을 말하며 집권한 자들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대관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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