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1 (금)

  • 흐림강릉 29.4℃
기상청 제공

예규 · 판례

[예규·판례] 앱 카드론, 허위정보 입력해도 사기죄 아니다!?

 

(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휴대폰 앱을 통해 보유자산, 부채정보 등을 속이고 카드론 대출을 받은 경우, 카드회사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A씨는 하루 동안 앱을 통해 8개의 카드 회사에서 1억 3천만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특별한 재산이 없었으며, 이미 거래처 및 지인에 대한 채무, 사채 채무로 수억원을 부담하던 채무초과 상태였다. 이러한 채무초과 상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또 추가 대출을 신청한 것이다.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카드 대출을 받는 경우 카드 회사끼리 대출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다수의 카드 회사로부터 동시에 거액의 대출을 받은 것이다. 대출을 신청할 당시, 정해진 기간 내에 대출금을 변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이 없었고, 실제로 1회차 상환금도 납부하지 못해 연체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개인회생신청을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보통은 카드 회사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것으로 생각된다. 보통의 경우, 돈을 빌릴 당시 대출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대출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해서 대출금을 받으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판결 중에는, 「신용카드사용으로 인한 신용카드업자의 금전채권을 발생케 하는 행위는 카드회원이 신용카드업자에 대하여 대금을 성실히 변제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카드회원이 일시적인 자금궁색 등의 이유로 그 채무를 일시적으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 등으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에 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였다면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 내지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도6859 판결)」고 판시한 사례도 있다.

 

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4도18441 판결

 

그런데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의 상대방은 ‘사람’ 이어야 하지, ‘기계’는 아니라는 취지이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기망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판결문 중).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이러한 법리를 통해 실제로 앱을 통한 카드론 대출을 받은 경우, 자산 규모나 부채 정보를 허위로 입력하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시를 한 것이다. 법리에 따른 결론이지만, 일반인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이라고 생각되는 점도 있다.

 

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4도18441 판결 중 발췌

 

“대출신청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에 피해자 회사들의 직원이 대출신청을 확인하거나 대출금을 송금하는 등으로 개입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들의 직원 등 사람을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으므로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어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판결을 받았고, 그 후에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었다.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이러한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은 국선변호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앱을 통한 허위 대출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매우 큰 오산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로 카드 회사가 대응책을 마련할 수도 있고, 판결이란 개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사적 책임은 여전히 존재할 뿐더러, 회생신청을 하더라도 이러한 고의적 부실 대출을 받은 사실은 회생 절차 진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격동과 혼동을 이기는, 통통정정기기직직학학(統統政政企企職職學學)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작년 12월에 느닷없이 터진 비상계엄, 그리고 탄핵, 대선, 그에 따라 벌어진 국민 간의 분열과 혼란은 그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을 격동의 아수라장으로 내몰리게 했다. 이 여파로 경제는 곤두박질, 어려워진 민생과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모든 국민들의 마음 속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새까맣게 타고 들었다. 누구를 만나던 정치 얘기 끄집어내면 서로 얼굴을 붉히고 가족 간에도 정치 얘기로 언쟁이 높아지고 사람들 간의 교류가 화기애애보다는 앙앙불락의 분위기가 드세다. 드디어 새로운 정치권력을 선택하기 위한 대선의 여정이 바야흐로 끝나 엄정한 국민들의 선택에 따라 새정부가 들어섰다. 새정부의 과제는 무엇일까? 독립투사인 김구 선생은 평소 얘기한 나의 소원으로 첫째 독립, 둘째도 독립, 셋째도 완전한 독립이라 천명했다. 이 시국에 우리 국민들의 소원도 첫째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안정된 민생이라 천명하고 싶을 정도로 국민들 개개인의 생활안전과 소득이 대내외적의 변수로 인해 앞날을 가름하길 힘들 정도로 암울하다. 온갖 학자와 정치가들이 짖어대는 경제회복의 전략을 보면 하늘의 뜬구름 잡는 미사여구의 입방아에 불과하다. 필자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