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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행정법규에 맞게 공사했음에도 소음‧진동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건설공사나 도로교통 등의 인프라구축사업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지하철 운행이나 공장의 기계작동으로 인해서도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다.

 

그리고 소음‧진동으로 인한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 또는 「환경피해 평가방법 및 배상액 산정기준」 등 소음‧진동을 규제하는 행정법규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사전에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한 기준에 부합하여 공사를 진행하였음에도 제3자에게 소음‧진동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였다면 공사업자는 이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을까.

 

[사실관계]

 

원고는 앵무새를 사육‧번식하여 판매하는 판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판매장 건물 바로 옆 부지에 건물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가 이루어져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의 공사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원고가 사육하는 앵무새의 절반 가량이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급기야 폐사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판매장의 월별 매출액 등도 이 사건 건물 공사가 시작한 이후에 감소하였다. 원고는 공사과정에서 관할관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공사업자들에게도 항의한 사실이 있었다.

 

그럼에도 피해가 발생하자 원고는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으로 인하여 앵무새가 폐사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시공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으로 인근 제3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그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이하 ‘참을 한도’라 한다)를 넘는 것인지 여부이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6다233538, 233545 판결 등 참조). 소음‧진동으로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피해의 성질 및 정도, 피해이익의 공공성, 가해행위의 태양, 가해행위의 공공성, 가해자의 방지조치 또는 손해회피의 가능성, 공법상 규제기준의 위반 여부, 토지가 있는 지역의 용도와 이용현황,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음‧진동을 규제하는 행정법규는 인근 주민의 건강이나 재산, 환경을 소음‧진동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정하는 소음‧진동에 관한 기준을 넘는지 여부는 참을 한도를 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32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주민의 건강 등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기준이므로, 그 기준을 넘어야만 참을 한도를 넘는 위법한 침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기준에 형식적으로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피해의 정도가 현저하게 커서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09다40462 판결 등 참조).

 

[달라진 법원의 판단]

당초 원심은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상업지역 생활소음규제기준을 준수하여 공사를 진행하였고 흡음형 방음벽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므로 참을 한도를 넘는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일반적으로 생활소음규제기준은 건물 신축공사 현장의 소음이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는 있으나 그 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하여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더구나 이 사건은 건물 신축공사의 소음 때문에 사육하는 앵무새가 폐사하거나 산란율이 저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이므로, 가축피해에 따른 환경 분쟁 사건에서 손해와 배상의 기준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가축피해 인정기준도 생활소음규제기준 못지않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데…(중략)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로 이 사건 판매장에 발생한 소음은 이러한 가축피해 인정기준에 도달하였거나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용도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구체적인 이용 현황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21. 6. 3. 선고 2016다33202, 33219 판결 등 참조)…(중략) 이 지역에는 상가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등 주거가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고, 원고는 2012년경부터 이 사건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 사건 판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으므로 이러한 이용 현황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중략) 이 사건 판매장은 외관상으로도 앵무새를 사육하는 곳임을 알 수 있고, 원고가 공사기간 중 피고들에게 공사현장의 소음 등으로 앵무새가 폐사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항의하고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였으므로, 피고들로서는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로 이 사건 판매장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피고들은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제때에 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흡음형(RPP) 방음벽을 설치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가 시작되고 6~7개월 후에 이루어진 조치여서 일반적으로 공사 초기에 소음피해가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방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는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다시말해 대법원은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로 발생한 소음이 생활소음규제기준을 넘지 않았다는 사정을 주된 이유로 하여 섣불리 참을 한도를 넘지 않는 것이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로 발생한 소음의 태양과 정도, 가축피해 인정기준을 넘는 소음이 도달하였는지, 그 소음으로 앵무새 폐사 등 피해가 발생하였는지,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피고들이 피해의 발생을 예상할 수 있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음저감 조치를 취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원고에게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정한 행정법규는 절대적 기준이 아님을 명심하고 법을 지켰다고 만연히 있을 것이 아니라 항상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에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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