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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클래식&차한잔]하이든의 ‘고별 교향곡’

Joseph Haydn Symphonies No.45 in F-sharp minor, "Farewell"


고별 교향곡에서 ‘파파 하이든’의 교향악 단원들에 대한 사랑과 리더십을 느껴본다.


연초에는 어느 조직이건 새로운 리더가 세워지기 마련이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특히 무엇을 가장 우선시 하여야 할까?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을 통해서 리더로서의 자세를 한 수 배워보기로 하자.


하이든은 1766년 헝가리의 귀족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 관현악단 부악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에스테르하지가문이라 함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제국에서 거의 국왕에 버금가는 대가문이었다. 한창 잘 나갈 때에는 부리는 사람만 최대 50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이든은 이러한 에스테르하지 후작에게 소속되어 행사 때마다 음악을 준비하고 연주하는 궁정악단의 악장이었다.


음악에 조예가 깊어서 하이든에게 여러 장르의 작곡을 하도록 많은 과제를 내주곤 했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베르사이유 궁전을 본떠서 극장이 딸린 거대한 궁전을 짓고 매년 이곳에서 여름을 보냈다.


이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그가 애지중지하는 하이든의 악단.
자연히 후작의 긴 여름휴가에 동행해야만 하는 악단의 연주자들은 매년 여름을 포함한 약6개월간의 긴 기간동안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고충을 겪어야만 했다. 때로 그들은 길게는 8개월씩 가족이나 애인과 떨어져 지내야 했는데, 외로움에 지쳐 후작에 대한 불만이 점점 쌓여만 갔다.


마침내 그들은 견디다 못해 ‘아버지’라 부르며 믿고 따르는 그들의 리더 하이든에게 청원을 했다. 집으로 제발 돌려보내달라고...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해 달라고...


하이든은 일단 흥분한 단원들의 마음을 다독여 놓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후작에게 거센 항의를 하기 보다는 평온하고 자연스럽게 후작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묘책 마련을 위한 고민에 빠졌다.


휴가지에서의 음악회. 하이든과 그 악단의 명성이 이미 자자했던 터라 청중들은 기대에 찬 마음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악장의 후반부로 갈수록 휘몰아치듯 빠르던 음악이 고요하고도 느린 아다지오로 노래하더니 오보에와 호른연주자가 악보대의 촛불을 끄고 무대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그 이후부터 한 명, 두 명 사라져 마지막으로 두 명의 바이올린 연주자, 즉 하이든과 악장인 뤼기 토마지니만 남아서 어두워진 무대에서 아다지오의 구슬픈 멜로디를 연주하며 음악을 마쳤다.


컴컴한 무대에서 일어나는 이 대담한 퍼포먼스를 보며 청중 사이에서는 긴장이 감돌았다. 일종의 파업을 선언한 셈인데, 여차하면 후작의 심기를 건드려 가난에 찌들었던 하이든과 그의 가족에게 풍요를 주었던 고마운 직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 황당한 상황에서도 후작은 눈치 빠르게 하이든의 의도를 즉시 알아차리고 악단 모두에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고 한다.


‘음악’이라는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수단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사람.


형식적으로 참석한 연주회장에서 자리만 채운 채 졸고 있는 청중을 깨우기 위해 작곡한 ‘놀람 교향곡’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표제음악으로 유명한 하이든답게 그는 음악을 통해 소통을 할 줄 아는 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저 독단적인 자아도취식의 작곡을 하기 보다는 진정 인간을 느끼고 함께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마음읽기’의 달인이었던 것이다.


이런 하이든을 단원들은 ‘파파 하이든’이라는 애칭을 부르며 믿고 따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진정 리더에게서 요구되는 것은 출중한 실력이나 성과가 아닌 ‘마음읽기’가 아닐까 싶다. 부하직원의 마음과 상사의 마음을 함께 파악하고 서로를 조율할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


사랑의 눈을 가지고 조직원의 마음을 먼저 읽으면서 자신이 가진 실력으로 상사에게 해법을 제시하는 하이든.
특히 하이든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리고 실행에 옮기는 그의 상사 에스테르하지 후작.


‘고별 교향곡(1772년작)’은 하이든의 교향악 단원들에 대한 사랑과 재치가 하나로 집약되어 표현된 걸작품이다.


만약 이 교향곡이 그저 아름답다거나 그저 음악적인 구성의 훌륭함만 있었다면 현재의 우리에게 회자되는 가능성이 적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음악을 언어로 바꾸어 그 어떤 언어보다도 ‘언어’의 마술을 멋지게 표현해낸 걸작중의 걸작이기에 지금도 가슴에 따스하게 전해져오는 것 같다.


우리가 대하는 리더중에 하이든 같은 멋진 사람이 있다면 진정으로 의지하고 존경하지 않을까.
‘고별 교향곡’을 보이는 그대로의 제목처럼 누군가와 헤어질 때 사용하지 마시길...


이 곡은 f# 단조이지만 결코 슬프지 않은, 헤어짐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가족과의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재회를 희망하는 곡이기에...


악장의 구성
제1악장
Allegro Assai 3/4박자
발전부에 새로운 주제를 도입시키는데 이는 당시의 고전음악에서 흔치 않은 일이었다. 경쾌하면서도 거친 느낌으로 몰아붙이는데 단원들의 화난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듯하다.

제1악장 듣기



제2악장
Adagio 3/8박자
소나타 형식. 평온한 분위기로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선율이 울려나온다.

제2악장 듣기


제3악장
Menuett-Alleretto
하이든의 가장 훌륭한 미뉴엣 중에 하나로 꼽히는 악장이다. 스케르초의 형식이고 웅장하게 끝난다.

제3악장 듣기


제4악장
Presto-Adagio 2/2박자
이 교향곡의 하이라이트.
첫 부분은 아주 빠르게 전개 되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템포가 느려지면서 하이든의 ‘고별’의 표현이 퍼포먼스 되어 나오는 부분이다.
한 사람씩 악기 연주자가 퇴장하고 어두침침한 촛불 밑에서 두 명의 바이올린 연주자만이 남아서 지친 듯 종결부를 연주하고 마무리된다.

제4악장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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