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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퇴출 제때 안 된 ‘좀비기업’…GDP 10조 성장 기회 날렸다

“정화 메커니즘 작동했다면 GDP 0.4~0.5% 상승”
“금융지원, 한계기업 연명 아닌 신산업 투자 촉진 중심돼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성장 추세가 구조적으로 둔화된 핵심 원인이 ‘퇴출 지연된 한계기업’에 있다고 지목했다.

 

수익성 악화에도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금융지원으로 연명한 기업들이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면서 결과적으로 국내총생산(GDP) 기준 약 10조원 규모의 성장 기회를 잃었다는 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12일 한은이 발간한 ‘BOK이슈노트: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에 따르면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금융위기(2008~2009년), 코로나19 팬데민(2020~2022년) 등 위기 때마다 이전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한은은 2200여개 외부감사대상 기업의 데이터를 분석했고, 그 결과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위기 이후 투자 부진을 겪었으며 이는 단순한 자금난이 아니라 수익성 악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보고서는 “금융지원만으로는 투자 위축을 해소하기 어렵다. 기업의 퇴출 및 진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정화 메커니즘(Cleansing Effect)이 작동하지 않아 성장세 둔화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4~2019년 사이 퇴출 위험이 큰 기업의 비중은 전체의 3.8%로 추정됐지만, 실제 퇴출된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2022~2024년)에는 고위험기업 비중이 비슷했으나, 실제 퇴출 비중은 0.4%로 더 낮아졌다.

 

보고서는 “퇴출 고위험기업이 제때 정리되고 정상기업으로 대체됐다면 투자 증가율은 2.8~3.3%, GDP는 0.4~0.5% 높아졌을 것”이라며 이는 정화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추가로 달성할 수 있었던 GDP 증가분으로, 지난해 명목 GDP(2556조원 기준)로 환산하면 약 10조원 규모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부유신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거시분석 결과에서도 위기로 인한 항구적 수요충격이 투자 경로를 통해 성장의 추세적 둔화로 이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경제위기가 구조적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국내 투자와 GDP는 이전 추세를 충분히 회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신규기업 시장진입률(창업률)이 급감했으나 기존기업의 퇴출률은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며 “미국은 경제위기 시 퇴출률이 높아졌지만 한국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종웅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 혁신적인 초기 기업 등에 금융지원을 선별적·보조적으로 운용하여 지원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수요를 창출해 우리 경제 미래 동력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보고서는 금융지원이 단순히 부실기업의 연명을 돕는 수단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과 역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 투자와 창업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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