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가기에는 부담이 커졌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일곱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다음 회의가 예정된 5월 28일까지 연 2.50%를 유지하게 된다.
이번 결정에는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이후 1500원대를 웃도는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과 이란 간 일시적 긴장 완화로 1470원대로 내려오기도 했지만, 재차 반등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로 낮출 경우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라 원화 약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50~3.75%로, 상단 기준 한국과의 격차는 1.25%p다.
물가 여건도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변수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로 전월(2.0%)보다 상승 폭이 증가했다. 농축수산물과 서비스 물가가 안정 흐름을 보였음에도,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 지속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진 상태다. 유가 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경기 둔화와 정책 대응 간 균형을 맞추는 문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 어렵고, 동시에 물가와 환율을 고려하면 내리기도 쉽지 않은 ‘양방향 제약’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대응에 나서면서 통화정책과의 정책 조합도 고려할 필요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환율과 물가 변수까지 겹치면서 추가 완화 여지는 제한적이라는 시각이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상황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다시 긴축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되거나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경우,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 이후 한 차례 정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결국 향후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는 환율과 유가로 수렴되는 모습이다. 금리 자체보다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 여력이 정책 판단의 기준이 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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