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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슈체크] 신한·KB·우리銀 대출금리 줄인하...'가계대출 어쩌고'

2월 5대은행 2.6조↑…금리인하·규제완화·잔금대출·정책대출 겹쳐
은행권 "가계대출 불안한데 당국은 금리인하 압박…어쩌라는 건지"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주요 시중 은행들이 속속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금융당국 압박까지 더해진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내내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연초 금리 하락, 규제 완화와 함께 살아나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이는 추세라 은행들도 섣불리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더구나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주택거래와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리를 낮추되 대출 증가도 관리하라'는 당국의 모순적 주문 속에 은행권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번 주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이번 주 초 결정될 인하 폭은 최대 0.2%포인트(p) 정도로 검토되고 있다.

 

앞서 1월 14일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05∼0.30%p 일제히 낮춘 데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인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0.25%p↓)와 시장금리 하락세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도 3일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8%p 낮춘다. 가산금리 조정은 아니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분을 최대한 빨리 대출금리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달 28일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p 낮췄고, 오는 5일부터 개인신용대출 대표 상품인 '우리WON갈아타기 직장인대출' 금리도 0.2%p 내릴 예정이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추이(단위: 백만원)

 

해가 바뀌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서 벗어난 은행권은 올해 초부터 가산금리 인하나 우대금리 확대 등을 통해 조금씩 실제 금융소비자에게 적용되는 대출금리를 하향 조정해왔다.

 

하지만 대출금리 인하 폭이 예금금리 하락 폭에 미치지 못하고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대금리)가 커지자 여론이 나빠졌고, 이를 의식한 금융당국 수장들까지 잇따라 "대출금리를 낮출 때가 됐다"고 경고하면서 은행권은 계속 기대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다.

 

다만 최근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은행이 서둘러 큰 폭으로 대출 금리를 낮추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과 함께 한 달에 약 7조∼9조원씩 불었던 작년 7∼9월 정도는 아니지만, 가계대출이 연초 다시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2월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모두 736조2천772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2조6천184억원 늘었다. 1월 4천762억원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반등했고, 증가 폭도 작년 9월(5조6천29억원) 이후 가장 크다.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잔액 582조6천701억원)이 2조6천930억원 늘었고, 1월 1조5천950억원 뒷걸음쳤던 신용대출도 1천101억원 다시 증가했다.

 

2월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는 금리 하락, 규제 완화, 이사철 수요, 집단대출·정책대출 증가, 전반적 부동산 거래 회복 등이 거론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말까지 막혔던 대출이 규제 완화와 함께 조금씩 실행되는 데다 금리까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초부터 일제히 비대면 주택담보·신용대출을 재개하고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늘리거나 없앴다.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구입) 차단을 명분으로 지난해 하반기 취급하지 않았던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도 다시 허용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달 21일부터 주택을 이미 보유한 고객의 서울 등 수도권 추가 주택 구입용 대출도 다시 취급하기 시작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대출 금리 비교가 쉬워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이 금리 변동에 매우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 하락이고, 여기에 신학기 이사 수요 등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부 은행은 연초 아파트 입주 과정의 집단대출과 정책대출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 등 서울의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잔금 등 집단대출 규모가 크게 늘었다"며 "1∼2월 이사철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올 연초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버팀목대출과 같은 정책자금 대출 비중이 큰 게 특징"이라고 전했다.

 

서울 일부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 영향과 관련해서는 "호가만 높아졌을 뿐 아직 거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계약이 이뤄졌다고 해도 가계대출 수치에 반영되려면 2∼3개월의 시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다시 불안한데도 당국이 계속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자 은행권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라는 당국 압박과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주문 사이에 모순이 있다"며 "대출금리의 기준인 금융채 금리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로 이미 하락 중이고, 여기에 가산금리까지 낮추면 가계대출이 다시 빠르게 늘어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특히 어느 한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낮아지면 급격한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작년부터 아파트 구입 등을 이유로 가계대출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잠재 수요가 여전히 많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금리와 함께 이미 대(對)고객 금리도 내리기 시작했는데, 가산금리도 인하하면 작년과 같은 가계대출 쏠림 현상이 재연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가 늘고, 여기에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에 앞서 막차 수요까지 겹치면 올 상반기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위험을 아는지, 당국도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잘 관리하라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금리를 낮추라고 주문한다. 사실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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