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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9 (목)


[클래식&차한잔] 쇼스타코비치교향곡 제7번 다장조 Op.60 ‘레닌그라드’

Symphony No.7 in C major, Op.60 (Leningrad)

(조세금융신문=김지연 객원기자) 전쟁 속에서 울린 교향곡

 

요즘 우리는 뉴스에서 전쟁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합니다. 동유럽에서는 Russo-Ukrainian War가 이어지고 있고, 중동에서는 Israel–Hamas War가 세계의 긴장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쟁은 더 이상 역사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시대에 떠올리게 되는 음악이 있습니다. 바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가 남긴 Symphony No.7 in C major, Op.60 (Leningrad), 흔히 ‘레닌그라드 교향곡’이라 불리는 작품입니다.

 

1941년 나치 독일은 소련의 도시 레닌그라드를 포위했습니다. 이 사건은 역사에 ‘Siege of Leningrad’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포위는 거의 900일 동안 이어졌고 수많은 시민들이 굶주림과 폭격 속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오늘날 Saint Petersburg라 불리는 이 도시는 당시 전쟁의 가장 비극적인 무대 중 하나였습니다.

 

절망적인 도시 안에서 만들어진 교향곡

 

이 작품의 1악장에는 유명한 ‘침공 주제’가 등장합니다. 작은 북이 일정한 리듬을 반복하고 그 위에 단순한 선율이 얹힙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행진곡처럼 들리지만 같은 선율이 반복될 때마다 악기가 하나씩 더해지며 점점 거대한 소리로 변합니다. 단순한 멜로디가 증폭되며 거대한 음향으로 확장되는 이 장면은 전쟁이 도시를 서서히 압도해 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음악적 구조는 단순한 묘사를 넘어 전쟁의 속성을 드러냅니다.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은 긴장과 충돌이 반복되며 점차 확대됩니다. 쇼스타코비치는 단순한 선율의 반복을 통해 그 불안한 확장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 교향곡이 단지 침공과 공포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 전체에는 도시와 인간이 끝까지 버티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느린 악장에서는 깊은 슬픔과 애도가 흐르고 마지막 악장에서는 무너질 듯한 긴장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힘이 느껴집니다.

 

이 음악의 상징성은 1942년 실제 연주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포위된 레닌그라드에서 이 교향곡이 연주되기로 결정되었을 때 오케스트라 단원들 중 상당수는 이미 굶주림과 전쟁으로 세상을 떠난 상태였습니다. 남아 있는 연주자들만으로는 연주가 어려워 군부대에서 병사들을 데려와 부족한 자리를 채웠습니다. 연주자들은 영양실조 상태였고 리허설 도중 쓰러지기도 했지만 연주는 준비되었습니다.

 

1942년 8월 9일 마침내 교향곡이 연주되었습니다. 그날 도시 곳곳에는 스피커가 설치되었고 음악은 거리와 광장으로 울려 퍼졌으며 심지어 독일군 진지까지 들렸다고 합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 소련군은 독일군 포격을 막기 위해 대규모 반격을 실시했습니다.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만큼은 도시가 침묵 속에 놓이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폭격 속에서도 음악은 살아있다는 선언

 

그날의 연주는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도시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전쟁 역시 도시와 사람들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전쟁은 지도 위의 전략과 정치적 언어로 설명되지만 결국 그것을 견디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입니다.

 

그런 시대에 쇼스타코비치의 ‘레닌그라드 교향곡’을 다시 듣는 일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떠올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도 문화와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음악은 사람들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고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것. 어쩌면 음악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도 바로 그것일지 모릅니다. 불안한 시대 속에서도 인간의 목소리를 잊지 않게 하는 것 말입니다.

 

쇼스타코비치교향곡 '레닌그라드' 듣기

 

[프로필] 김지연

•(현)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

•(현)이레피아노원장

•(현)레위음악학원장

•(현)음악심리상담사

•(현)한국생활음악협회수석교육이사

•(현)아이러브뮤직고양시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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