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7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기상청 제공

임시 관리번호로 가능해진 변호사의 세무대리…"실무교육도 필요 없다"

세제실 예규로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게도 모든 세무대리 허용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지난 22일 발표한 세무사법 관련 예규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세제실은 예규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18.4.26.)의 대상인 세무사법 제6조 제1항 및 제20조제1항 본문 중 변호사에 관한 부분 등이 '20.1.1.부터 효력을 상실함에 따라, 세무사 자격을 가진 자(세무사법 제4조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는 제외)는 세무사 등록 없이도 세무조정을 비롯한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세제실의 예규 담당 관계자는 “이미 국세청과 한국세무사회에 예규 내용을 전했으며, 변호사회에는 법무부를 통해 전달했다”며 “오늘(26일) 오후나 내일 중으로 국세청 정보시스템을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에서는 등록 신청을 한 세무사 자격 보유자에게 개별적으로 예규 내용을 전했고, 56기 신입 세무사에게는 수습 기간이 종료되는 대로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예규를 통해 세무사 자격을 갖춘 수습 세무사와 국세경력 세무사, 등록을 미뤘던 세무사뿐 아니라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변호사 자격을 얻어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1만 8천여 명의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업무가 허용됐다는 점이다.

 

이들이 세무대리를 하려면 국세청이 발급하는 임시 관리번호를 부여받아야 하며 이에 따른 세무대리 기한은 21대 국회에서 세무사법이 개정될 때까지로 한정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됐다가 폐기된 세무사법개정안에서는 변호사에게 ‘장부작성 대리’와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배제했으나, 임시 관리번호를 통해 세무대리를 하게 되는 변호사에게는 모든 세무대리 업무가 허용되기 때문에 세무사 업계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곽장미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은 기고문을 통해 "변호사들은 사무장을 고용해서라도 세무대리 업무 실적을 늘리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전문성 부족에 기인한 부실 세무대리를 양산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에게 돌아갈 것이며, 세무 행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향후 커다란 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시 관리번호를 부여받아 세무대리에 나서는 변호사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한번 길을 터놓고 나면 다시 무르기 쉽지 않을 것이기에 앞으로 개정될 세무사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곽 회장의 우려대로 회계장부 작성, 성실신고 확인, 세무조정 등에 대한 세무·회계 전문성을 변호사가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세무대리 업무의 대부분을 사무장이나 경력직 사무원에게 일임하는 형태가 된다면 부실 세무대리 논란을 자초하게 되며 납세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예규에 따르면 변호사는 세무대리 관련 사전 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도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에 그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세무사법개정안에는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하려면 1개월 이상의 교육을 받도록 명시돼 있었으나 이번 예규를 통해 임시 관리번호만 부여받으면 곧 바로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다.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들은 1개월 집체교육과 5개월 수습 기간을 통해 세무대리를 익힌 후에야 세무사 등록을 하고 개업할 수 있는 것과는 배치된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젊기도 설워라커늘 짐을 조차 지라고 해서야
(조세금융신문=손영남 편집국 부국장) 식당이나 술집 계산대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우리에겐 일상과도 같다. 서로 내겠다며 다툼 아닌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그간의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달까. 주머니의 가벼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런 대범함(?)은 그만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깔려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론 그런 훈훈한 광경을 보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요즘의 젊은 친구들, 그러니까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층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먹지도 않은 것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이 MZ세대다. 누구보다 실리에 민감한 세대인 탓이다. 그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게 더 합리적인 일인 까닭이다.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낸다는 데 누가 뭐랄까. 근데 그게 아니라면 어떨까. 바꿔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이 먹은 것까지 자기가 내야 한다면 그 상황을 쉬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구나 그게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금의 연금 개혁안을 두고 MZ세대들이 불만을 토하고 있는 현 상황이 딱 그 꼴이다. 어렵게 번 돈을 노후를 위해 미리 쟁여둔다는 것이 연금의 기본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