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8 (금)

  • 흐림동두천 29.3℃
기상청 제공

[예규·판례] 대법 "토지·건물 소유주 달라질 때 법정지상권 인정"

전원합의체 "건물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방지 필요"
"관습법 성립 요건 갖췄다 보기 어려워" 소수 의견도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관습법상 인정되는 '법정지상권(토지 사용권리)'이 현재에도 법적 규범으로서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토지 소유자 A씨가 건물 소유자인 B씨 등을 상대로 낸 토지 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따르면 소송의 대상이 된 토지의 원주인은 토지 위에 건물을 새로 지은 후 사망했다. 토지는 배우자인 C씨에게 단독 상속됐고, 건물은 C씨와 그 자녀들에게 공동 상속됐다.

 

C씨는 얼마 후 자신이 소유한 토지를 자녀 중 한 명인 B씨에게 증여했다. 이 토지는 이후 임의경매절차를 통해 A씨에게 매수됐다.

 

A씨는 자신이 낙찰받은 토지 위의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넘기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고, B씨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있으므로 A씨의 건물 철거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였다가 매매 등으로 인해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 건물 철거 조건이 없는 한 건물소유자에게 인정되는 토지 사용권리를 말한다.

 

원심은 A씨의 청구를 인용해 B씨가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려면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동일인이었다가 변경돼야 하는데, C씨가 B씨에게 이 사건 토지를 증여할 당시 토지 소유자였던 C씨는 건물을 공동상속 받은 공유자 중 1명에 불과해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에게 속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법적 규범의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재확인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전원합의체는 민법 제185조에서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창설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토지 소유자가 소유권 행사를 제한받더라도 이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건물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 필요가 있으며, 토지 소유자로선 건물 소유자에게서 토지 사용 대가를 받을 수 있어 보호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원합의체는 나아가 건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 경우라고 해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재형 대법관은 그러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관습법 성립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도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분리될 때 공익상 필요로 인정해 온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인사만사…제갈량의 ‘백부장, 천부장, 만부장, 십만지장’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할 기관들의 수장들이 검증을 거치면서 논란도 불러일으키며 진행되었다. 인간인 만큼 어찌 허물이 없겠냐만, 흔히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할 만큼 중요하다. 이 세상 사는 사람이 움직이는, 고로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이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최고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띄고 풀어진다는 것이다. 즉 사람을 쓰는 용인(用人)의 도에는 사람을 헤아리는 측인(測人)의 도, 선발하는 선인(選人)의 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사람의 역량, 재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어느 보직에 어울리는지 적재적소 꼽아주는 능력이 바로 용인의 도다. 어느 조직이고 과장, 부장, 임원, 대표의 4단계 업무 단계 체제를 가지고 있다. 정부, 군대, 민간기업은 물론 조직은 어느 조직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수직단계를 가져야 함은 일의 효율성과 일관성 때문일 것이다. 이런 단계가 없으면 ‘콩켸팥켸’ 현상, 콩과 팥이 뒤섞여 정리가 안 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된다. 엉망진창은 제갈량이 나오는 얘기다. 제갈량은 북벌을 위하여 10만 대군을 이끌고 진창성을 공격하였다. 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