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한 부모가 사망한 뒤 자녀가 받은 보험금은 상속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가 사망한 B씨의 자녀들을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을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생전에 B씨는 1998년 A씨에게 3천만원을 주기로 약속하고서 지키지 않았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 2008년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B씨는 끝내 돈을 갚지 않다가 2015년 숨졌다.
B씨는 사망했을 때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가입자가 보험료 1억원을 일시 납입하고 나면 매월 일정한 생존연금을 받다가 만기까지 생존하면 자신이, 그 전에 사망하면 보험수익자가 원금(보험납입금)을 받는 형태였다.
보험수익자로 등록된 자녀들은 B씨 사후 2016년 보험금을 받았다. 2017년에는 B씨가 남긴 재산 한도 내에서 채무를 갚는 조건으로 상속받는 '상속한정승인'을 했다. 이 경우 법원에 상속재산 목록을 제출해야 하는데 보험금은 목록에서 빠졌다.
받을 돈이 있던 A씨는 자녀들을 상대로 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자녀들은 상속한정승인을 했으므로 상속재산 범위를 초과해서는 변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자녀들이 받은 보험금이 상속재산인데 이것을 받으면서도 상속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아 '법정단순승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법정단순승인이란 사망한 사람의 재산과 채무를 모두 상속받는 형태다.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은닉·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서 빠뜨리면 한정승인을 했더라도 단순승인으로 간주한다.
A씨는 1·2심 법원에서 승소했으나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우선 상속형 즉시연금보험도 "사람의 사망과 생존 모두를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이 받은 돈이 B씨가 생전 보험사에 낸 원금(보험납입금)과 실질적으로 같다고 하더라도 법적 성격은 'B씨가 낸 보험료'가 아니라 'B씨의 사망에 따른 사망보험금'이라고 봤다.
기존 판례는 사망보험금을 상속재산이 아닌 보험수익자의 고유한 재산으로 취급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도 자녀들이 받은 돈을 상속재산으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상속재산을 처분해 단순승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계약도 상법상 생명보험 계약에 해당한다는 점과 이에 따른 사망보험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라는 점을 최초로 명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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