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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실형...반복된 산업재해는 유족 선처도 무용지물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시행되고 두 건의 위반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왔지만 의견은 분분하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는 지난 4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원청사인 A제강사의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난 4월 6일에 선고된 ‘온유파트너스’ 사건에 이어 두 번째 중대재해처벌 법 위반 사건의 판결이다.

 

제강압연업 등을 영위하는 A제강사는 협력업체인 B산업에 제강 및 압연 일용보수작업을 위탁했다. B산업 소속인 근로자는 야외 작업장에서 방열판 보수작업을 위해 크레인을 조작해 방열판을 들어올리던 중에 갑자기 섬유 벨트가 끊어지면서 방열판이 떨어지며 사망했다.

 

이로 인해 법원은 원청사인 A제강사 대표이사에게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관계수급인인 B산업 소속 근로자의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과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 수행에 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거나 수급인 등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능력 및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B산업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사업주로 하여금 위와 같이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게 한 점 ▲이 사건 재해 이후 실시된 사업장 감독에서 총 21개의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이 적발된 점 등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의 실형(법정구속)을 선고했다.  A제강사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이 선고됐다.

 

또한 B산업의 사업주에게 중량물 취급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안전성이 결여된 섬유 벨트를 사용한 점 등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해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명령 40시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원청사 A대표이사에 대한 양형 기준이다. 법원은 도급업체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 및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 해당하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의 결과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구체적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B산업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A대표이사가 범행을 인정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 유족과 합의해 유족이 선처를 했음에도, 협력업체인 B산업 사업주보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했다.

 

이같은 양형의 이유는 A대표이사가 지난 2011년 고용노동부 합동 점검에서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적발돼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2021년 3월에는 사고 예방 감독에서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적발됐으며 같은 해 5월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도 발생한 바 있던 것에서 비롯됐다.

 

이같은 사건의 발생을 미루어 법원은 A제강사의 사업장에는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짐작해 양형 기준을 판단했다.

 

또 법원은 협력업체의 의무인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의 미작성에 관한 책임을 원청인 안전보건총괄책인자인 A대표이사에게 물었다.

 

법원은 도급인이 수급인과 동일한 내용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대표이사는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 4. 26. 선고 2022고합 95 판결)이 판결에 대하여는 항소를 제기했다.

 

율촌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를 인정하면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도급 등을 받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를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이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A대표이사는 B산업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써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양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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