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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신임 국세청장 선택…文의 ‘고독한 결단’

코로나19·부동산·공수처, 위기대응 시급
개혁→공정→포용, 세 번째 국세청장의 역량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신임 국세청장 인사에 대한 결단의 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국세청장 인사는 지난 6월 하순부터 현재까지 대상자 역량지표, 면접, 인사위원회 평가까지 절차상 과정을 모두 마무리한 채 인사권자의 결단만 남은 상태다.

 

그런데도 국세청장 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현재 국세청 과업을 완수할 사람으로 어떤 후보자가 부합한지 대통령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핵심은 보유주택 수나 평가 점수, 추천 순위가 아니다.

 

대통령이 요구하는 포인트가 무엇인가다.

 

변화하는 국세청 과업 '개혁→공정→포용'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국세청이 요구받는 역량은 국세청 내부 혁신과 불법적인 부의 차단이었다. 조직을 잘 아는 지휘력이 뛰어난 ‘강한 리더’가 필요했고, 한승희 국세청장이 임명됐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이를 잘 수행했다. 2017년 11월 위법적 과거세무조사에 대한 국세청장의 사과, 2018년 1월 국세행정개혁TF 권고, 2019년 3월 TF 권고과제 중 80% 이상 달성 등의 성과를 올렸다.

 

역외탈세에서도 2017년 233건·1조3192억원, 2018년 226건·1조337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역외탈세 부문은 수단이 상당히 제한된 분야라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실적은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2018년의 과제도 비슷했다. 국세청장 신년사 전문을 살펴보면 첫째가 내부혁신·민생지원, 둘째가 부당한 부의 세습, 셋째가 과학세정이었다.

 

이 시기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민생지원과 부당한 부의 세습이 언급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5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검찰, 경찰, 국세청, 금감위 등의 연합 조직체인 '해외범죄수익환수합동조사단' 발족을 지시하며 부당한 부의 차단을 강조했다.

 

석 달 후인 2018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승희 국세청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570만 자영업자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 유예를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을 위해 범부처별 대책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2019년이 넘어가면서 포용의 가치가 부상한다. 2018년에 이어 자영업자 지원대책이 절실하던 때였다. 한승희 국세청장 신년사는 소통을 통한 민생지원, 포용세정을 앞세우고 세 번째로 부당한 부의 세습 차단을 꼽았다.

 

그러면서 차기 국세청장으로 관리형 인재가 부상하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2019년 5월 청와대는 차기 국세청장으로 김현준 국세청장을 지목했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꼼꼼하고 중립적 성향의 인재로 특정 지형에 속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어딜 가나 일 열심히 하기로 소문이 났다. 한 번 가기도 힘들다는 청와대 파견만 여러 차례 다녀왔다.

 

 

2019년 7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준 국세청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며 세무조사 유예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도움을 주며, 국세청을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돕는 봉사기관으로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디지털 경제 신종 업종에 대해 세수를 늘리는 차원이라기보다 새로운 직업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노멀의 시대 ‘2020년’

 

김현준 국세청장의 2020년 1월 신년사를 살펴보면, 2019년과 상황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신년사 첫머리는 임명장 전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납세자에 대한 봉사(신고지원 강화)로 꼽았다. 두 번째가 부당한 부의 세습, 세 번째가 국민경제 활력으로 꼽았다.

 

기존의 ‘민생지원’을 납세자에 대한 봉사와 국민경제 활력으로 풀어 설명한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언급된 포용, 혁신, 공정과 비슷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판을 흔들었다.

 

국세청 소관세수는 2017년 255조5932억원, 2018년 283조5355억원으로 크게 뛰어오르다 2019년 세계 반도체 경기 둔화로 284조4127억원에 머물렀다.

 

2020년 1월까지만 해도 반도체가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았기에 완만한 반등세를 예상했지만, 2020년 2월 초반 발생한 코로나19 대유행은 마이너스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세수 목표 미달은 불가피하다. 5월까지 세수진척도가 지난해보다 6.7%포인트 하락한 40.6%지만, 종합소득세, 법인세 등 주요 세금이 유예된 상황이라서 8월 동향이 발표되는 10월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 폭이 관건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세정지원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올해 1~6월 납세 유예를 신청한 건수는 578만9157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8.1배에 달한다.

 

정책을 보조할 공공데이터 필요성은 더욱 강화됐다. 국세청 빅데이터 센터는 김현준 국세청장이 신년사에서 약속한 성실지원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에 더 나아가 거시적으로는 정책수립, 미시적으로는 사업자 지원을 위한 데이터를 생산해야 한다.

 

올해 본격 가동한 체납징세과도 실적을 내야 하는 측면이 있다. 호화생활 고액체납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시기부터 강조된 과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7·10대책과 더불어 강조한 부동산 세무조사도 치밀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세무조사는 초반에 강했다가 후반부 다소 약화한 측면이 있다.

 

2017년에는 세 차례의 기획조사를 통해 1428억원 추징했으며, 2018년에는 4차례의 기획세무조사를 통해 2970억원을 추징했다.

 

2019년에는 기획조사 2회, 추징세액 491억원으로 내려앉았고, 2020년에는 2회 216억원(일부 조사 진행 중 포함)으로 가라앉았다.

 

여기서 포인트는 추징실적보다 기획 세무조사 대상자 수다.

 

기획 세무조사 대상자 수는 2017년 843명, 2018년 1385명, 2019년 481명, 2020년 878명으로 급상승한다.

 

대상자 수로 보면 2017~2018년 부동산 기획조사를 강화하다 2019년 잠시 소강상태로 내려간 셈이다. 국세청이 문재인 정부 2년 차까지는 부동산에 집중하다 2019년에 다른 조사 영역으로 잠시 방향을 돌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향전환이 나쁜 것은 아닌데 세무조사 특성상 너무 집중하면 무리한 조사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20년 급증한 것인데 이는 다시 국세청이 부동산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앞서 설명했듯이 연간 국세청 소관세수의 0.1%도 안 되는 추징세액은 중요하지 않다. 관리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주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공수처 등 다른 관계부처와의 공조도 강화될 부분이 있다.

 

국세청의 공정분야 대외조사지원은 2018년 출범한 해외범죄수익환수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그리고 조만간 설치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 나뉠 전망이다.

 

합조단은 검찰 위주, 공수처는 비검찰 위주의 조직이기에 파견 및 관리할 인적 구성을 완전히 구분해야 한다.

 

더불어 총선 이후 조직이 과열된 정국에 흔들리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지휘해야 한다.

 

종합하자면 현 상황에서 국세청장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위기관리능력(코로나 19 대응), 징수관리(체납관리), 공정(부동산 등 세무조사), 인사(합조단·공수처 파견 및 조직관리)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역량은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대북협상능력, 경찰청장에게 요구되는 수사권조정과 조직개혁과 성격이 다르다.

 

더 어려운 과제라는 말이 아니다.

 

사회 중추와 말초에 얽혀 있는 경제와 민생이 얽혀 있어 더욱 복잡한 변수를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한승희 전 국세청장은 통솔력, 김현준 국세청장은 관리능력.

 

세 번째 국세청장을 두고 대통령의 고민이 길어진다는 것은 현 상황이 쉽지 않음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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